피코 유니온 주민의회 의장 박상준(제이 팍).
피코 유니온 주민의회 의장 박상준(제이 팍).

어느새 계절의 모퉁이를 돌아 서늘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문득 나를 둘러싼 수많은 만남의 얼굴들을 가만히 떠올려봅니다.

지금 내 곁에는 누가 있는지, 눈을 감으면 마음 깊은 곳에서 환하게 미소 짓는 이는 누구인지, 올 한 해 내가 걸어온 길 위에서 함께 걸어준 동행(同行)은 누구였는지 돌아보게 되는 계절입니다.

생각만 해도 가슴 한편이 따스해지는 이름들이 있습니다.

내가 궂은일을 만났을 때는 마치 자기 일처럼 함께 걱정해 주고, 좋은 일이 생겼을 때는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 주던 사람들. 서로를 아끼며 말없이 마음을 보태고, 묵묵히 축복의 기도를 건네주던 고마운 이웃과 벗들입니다.

그들이 있었기에 지나온 삶은 조금 더 따뜻했고, 주님께서 허락하신 그 보석 같은 인연들 덕분에 나는 삶과 사랑의 깊이를 조금씩 배워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스스로에게도 조용히 물어봅니다.

‘나는 과연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의 사람인가.

나는 누구의 마음속에 어떤 온기와 축복으로 남아 있는가.’

남은 생의 길목에서도 누군가에게 ‘참 좋은 만남’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더 깊이 품고 더 따뜻하게 나누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처음 마음 그대로, 오늘도 당신의 좋은 인생 길동무가 되고 싶습니다.

귀한 인연으로 내 곁을 지켜준 당신이 있어 참으로 고맙습니다.

이제 세상에 나온 지 어느덧 일흔 해.

나는 지금 ‘칠십(70)’이라는 높고도 아늑한 은혜의 언덕 위에 서서 지나온 길을 조용히 바라봅니다.

굴곡진 세월을 지나 이 언덕에 올라 잠시 숨을 고르며 맞이하는 2026년의 추석은, 그래서인지 어느 해보다 깊고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돌이켜보니 참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때로는 넘어지고, 때로는 돌아가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저를 붙들어주신 은혜와 이끌어준 동행들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참 잘 걸어왔구나 싶습니다.

‘후회 없이 살아왔구나’ 하는 작은 안도와 함께, 지나온 날들의 모든 순간이 감사함으로 떠올라 괜스레 코끝이 찡해지기도 합니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장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모래알이 있듯, 이 넓은 세상 수많은 사람 가운데 우리가 서로를 알고, 서로를 아끼며 안부를 묻고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놀랍고 신비한 하늘의 선물입니다.

그 수많은 인연 가운데서 그대와 내가 만나 마음을 나누고, 함께 웃고, 때로는 서로의 아픔을 위해 기도할 수 있었다는 것.

나는 그 인연의 소중함을 오래도록 마음에 새기고 싶습니다.

그리고 나의 이 소박하고 순전한 마음이 그대들의 가슴에도 다정하게 닿기를 소망합니다.

풍성한 추석 명절입니다.

차분히 고개 숙여 지나온 시간을 돌아봅니다.

우리를 여기까지 있게 한 선조들의 은덕을 기리고, 나를 있게 하신 창조주의 은혜를 되새기며, 곁에 있는 오랜 벗들에게 정성 어린 덕담과 안부를 건넵니다.

어쩌면 진정한 감사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바로 이렇게 서로를 보듬는 평범한 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두 팔을 널찍이 벌려봅니다.

가슴 깊이 맑은 가을 공기를 들이마시며, 마음에 가득 찬 감사와 기도를 조용히 올려봅니다.

우리가 함께 지나온 수많은 시간과, 다시 맞이한 오늘이라는 은혜가 있음에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감사의 기도를 올립니다.

이 아름다운 가을날, 비록 손에 쥔 것은 소박할지라도 아직 내 마음 한편에 기쁨을 담아 누군가에게 따뜻한 안부와 행복을 전할 여유가 남아 있다는 것.

아마도 이것이야말로 2026년 이 가을, 하늘이 내게 건네준 가장 크고 귀한 추석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를 사랑해 주고, 때로는 나를 보고 싶어 해주는 사랑하는 나의 모든 벗들이여.

어디에 계시든 부디 몸도 마음도 건강하시기를, 그리고 하늘이 주시는 참된 평안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올 한 해 참으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지나온 날들의 노고에 따뜻한 위로를 보내며, 다가올 내일에는 주 안에서 조금 더 많이 웃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함께 마주한 가을의 따스한 햇살을 바라봅시다.

그리고 남은 날들만큼은 서두르지 말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서로에게 따뜻한 온기가 되어 살아갑시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우리의 마음도 조금 더 깊어지고,
우리의 인연도 조금 더 따뜻해지기를.
그대와 내가 함께 걸어온 이 인생길에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2026년 추석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