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교회란 건강한 ‘그리스도의 몸’(The Body of Christ)으로서의 교회를 말한다. 성경이 말하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교회는 모든 지체간의 연결성, 제 역할, 우선순위 등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하는 표현은 다분히 생물학적인 혹은 육체적인 표현으로서 교회의 ‘유기적 관계’(organic relationship)를 포함하고 있다. 바울이 교회를 사람의 몸에 비유해서 언급함 때, 교회는 당시의 ‘함께 모이는 곳’이란 장소적 의미를 소지한 ‘시너고그’(synagogue)라는 용어와 달리하여, 굳이 ‘소명’(ek-kleso) 혹은 ‘소명을 받은 사람들’이라는 인격으로 연결시킨 것은 인간의 몸이 지닌 성격을 통해 그 이상의 그리스도 예수의 몸으로서의 교회를 설명하고자 했을 것이다.

우선 건강한 몸은 모든 지체간의 연결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모든 몸은 정상적인 지체들 간의 연결이 있을 때 비로써 건강한 몸으로서의 구실을 하게 된다. 아무리 건장한 몸이라도 지체 중 하나가 없다면 소위 병신에 속하게 된다. 그리고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지체가 몸의 일부여야 함은 물론이다. 다시 말해 교회에 적용해 보면, 교회의 어느 지체가 다른 지체보다 비대하거나 외소 함은 곧 비정상임을 뜻한다. 그러므로 건강한 교회는 발달되지 못한 부분을 발육시키고, 몸의 균형을 잘 잡듯이 교회의 활동 균형을 잘 잡는 교회를 말한다. 건강한 교회의 모든 지체들은 각자 자신들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건강한 교회를 이루는 일은 각 교회 지체간의 역할 분담을 원활하게 잘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역할들이 전체 교회의 역할의 비중에 비해 잘 배분되고 있는지도 살펴야 할 것이다. 간혹 요즈음은 특성 있는 교회를 지향하는 교회들이 많이 있다. 프로그램을 위주로 하는 교회, 영성 집회만을 주로 하는 교회, 혹은 전도나 선교만을 강조하는 교회, 그리고 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교회 등을 열거할 수 있다. 그러나 때로는 특정한 주제가 세인들의 관심을 끌 수 있지만, 적어도 정상적으로 바로 발달된 몸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교회의 진정한 가치가 상실되고 있는 현실은 우리를 매우 염려스럽게 하고 있다.

끝으로, 건강한 교회는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는 교회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교회는 모든 차원에서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사명에 대해서도 무엇을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대부분의 개혁교회들의 모범신조가 가르치듯이 우리 교회들의 진정한 삶의 의미와 가치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교회가 예배를 최우선의 교회 가치로 여기지만, 때로 다른 해석을 할 수도 있다. 복음전도나 선교가 가장 중요한 교회의 가치로 강조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모든 가치가 함께 더불어 하나님의 소명에 답하며, 각 가치가 우선순위 중의 하나의 위치로 잘 배열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체간의 역할 순서에도 분명한 차서를 가져야 한다. 대부분의 교회의 갈등은 지체간의 위치를 잘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오늘날 교회 안의 모든 직책은 봉사를 그 근거로 출발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라고 하는 범주 안에 교회가 있는 한 지도자와 협력자로서의 성도들의 역할분담이 잘 조정되어야 한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각자의 역할에 대한 해석은 달라지겠지만, 성경의 가르침과 우리들의 양심이 그리스도를 향하는 한, 어느 정도 그 역할분담에 대한 정의는 분명해 질 수 있으리라 믿어진다.

건강한 교회란 단지 몸의 유기적(organic) 균형 그 이상의 의미를 소지한 교회를 말한다. 본시 유기적이란 용어가 생물학적인 용어로부터 신학적인 용어로 바꾸어 사용될 때에는 단어 그 자체가 지닌 의미보다는 더 큰 의미로 사용되었다. 즉, 하나님과 교회 혹은 신자간의 모든 관계를 드러내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단지 육체라고 하는 몸에만 비유될 것이 아니라, 더 높은 하나님의 관계 속에서 발견되어지는 가치들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그 가치들을 교회가 지녀야 할 생각과 말, 삶의 목적, 진정한 믿음 등으로 압축해 볼 수 있다.

하나님에 대한 ‘생각과 말’은 교회로 하여금 단지 몸의 유기적 균형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게 한다. 우리의 대부분의 말과 생각은 하나님이 없이 전개 된다. 그러나 진실로 교회가 하나님의 교회라면 하나님이라시면 어떻게 생각하실까하고 물어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의 말, 즉 긍정적이면서도 하나님을 신뢰하는 말의 가치를 추구해야만 할 것이다. 아무리 건강한 육체를 지녔다고 해도, 하나님에 대한 생각과 말을 잊어버린 상태라면 그것은 단지 육체를 쫓아 사는 사람의 몸일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신앙의 생각과 신앙의 말을 해야 한다.

건강한 교회는 건강한 소명의 목적을 지닌 교회라 할 수 있다. 삶의 목적을 상실한 인생이 도달하는 것은 파멸뿐이다. 그러므로 향로가 뚜렷한 배가 자신의 길을 제대로 가듯, 교회도 자신의 중, 장단기의 계획을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따라서 세워야 하고 분명한 소명의 목적을 위해 사명을 다해야 한다. 소위 비전이 없는 교회는 곧 목적과 목표가 없는 교회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는 오늘 내일을 단지 연명할 따름이다. 교회가 크던 적든 간에 자신에게 주어진 분명한 소명에 따른 비전은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교회는 분명한 비전을 소지한 지도자와 그 비전에 동참하는 교인들에 의해 하나님의 뜻이 성취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끝으로, 진정한 믿음은 건강한 교회를 위한 절대적인 초석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교회는 하나님이 존재한다는 사실 위에 자신의 집을 세운다. 그리고 그 살아계신 '하나님이 지금 여기서'(Deus hic et nunc), 우리와 함께 계시며, 우리에게 좋은 것을 주신다는 신뢰와 믿음 없이는 교회는 존립할 수 없다(히11:6).

궁극적으로 우리는 몇 가지 결론에 도달한다. 건강한 교회란 하나님과 이웃과의 관계를 잘 정립할 뿐 아니라, 자신의 내면적인 성숙과 자신을 둘러치고 있는 사회적 환경과 자연환경을 잘 다스리며, 정리하는 삶을 포함하는 교회를 뜻한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건강한 교회란 모든 지체간의 연결성, 그리고 각 지체간의 분담과 역할에 따른 배분 뿐 아니라, 무엇이 진정한 우선순위 인지를 잘 파악하여 행하는 교회일 것이다. 그리고 교회의 리더와 협력자간의 자기 위치를 잘 지키는 것 뿐 아니라, 자기 역할의 위치를 잘 지켜나가는 교회를 말한다. 그러나 물론 교회는 건강한 교회라고 하는 자신의 위치를 단지 육적적인 유기적 균형에 못 박지 않는다. 진정 건강한 교회란 더 나은 정신적이며 신앙적인 가치들을 소유하고 있다. 하나님을 생각하며, 말하며, 자신의 소명의 가치를 날마다 확인하고 목적을 뚜렷이 하는 교회이다. 그리고 오직 믿음과 상을 주시며 심판하시는 하나님을 믿는 교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