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저(K)는 미국에 온 지 약 반 년 정도 됩니다. 아이 둘이 있는데, 아이들은 아내와 같이 수 년 전에 미국에 들어와서 기러기 부부로 살아 왔습니다. 저희들은 힘들었지만, 큰 아들 녀석은 미국 환경에 잘 적응하고 공부도 아주 잘 해 주었지요. 이제 11 학년에 올라 가는데, 제게 걱정이 있습니다. 우리 가족에게 아직 영주권이 없어서, 아들이 2-3년 후에 대학을 들어가도 유학생 자격으로 그 많은 미국 대학 등록금을 어떻게 충당할 수 있을까 걱정입니다. 물론 아직 시간이 있어서 그 때까지 일이 잘 되어, 아들이 영주권을 받고 대학에 진학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가 어디 있겠습니까만, 요즘 이민 수속이 까다롭고 이민 국에서 처리하는데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린다고 하니, 더욱 답답하고 불안하기만 합니다. 더욱이, 저는 한국에 직장을 1 년 동안 휴직하고 온 상태이기 때문에, 그것을 포기하고 한국의 재산을 정리해서 가족과 함께 여기에 살든지, 아니면 한국에 돌아가서 돈을 벌어 가족의 생활비와 교육비를 부쳐야 하는지 조만간 결정해야 합니다.

이런 일로 거의 매일 아내와 의견이 충돌되어 심하게 다투고 집안이 말이 아닙니다. 아들은 온 가족이 다 같이 한국에 들어가서 살자고 하는데, 그것 역시 간단히 생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 아이가 아주 공부를 못한다면 몰라도, 그 아이의 장래를 생각할 때 이 곳의 교육이 더 낫지 않을까요?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어서 답답한 심정으로 목사님께 문의를 드립니다. 좋은 조언의 말씀을 부탁 드립니다.


A: 수년 전에 상담하러 딸과 함께 저희 교회를 찾아 오신 어느 어머님이 생각납니다. 그 분 역시 남편이 한국에 계시고, 딸이 이 곳에 있는 좋은 대학에 합격했는데, 아직 영주권이 없어서 외국 유학생 신분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많은 대학 등록금을 내야 하는지, 아니면 한국의 대학으로 보내야 하는지 많이 갈등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더욱이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자녀에게 신분 문제로 어려움을 당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안타깝고 괴로운 것이 부모의 심정입니다.

기러기 부부로 사셔서 힘든 생활을 하시다가 다시 만난 가족이 자녀의 일로 고민하게 되었다니 마음이 안쓰럽습니다. 그 동안 두 분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셨겠습니까?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다 짚어 보지 않으셨겠습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가장 좋은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몹시 답답한 심정으로 문의하신 것 같습니다. 모두에게 유익하고 좋은 것이 완전한 해결책이라고 여겨지겠지만, 어떤 문제가 혼란 가운데 빠질 때는 최선말고 차선책을 강구해 보는 것도 좋은 대안이라고 여겨집니다. 이 상황에서 남편, 아내, 큰 아들 그리고 막내에게 가장 좋은 길이 무엇일까요?

우선 아내가 염려하는 것을 깊이 생각해 보셨습니까? 아마도 아내는 남편께서 아이들의 교육을 이유로 한국에 있는 재산을 모두 정리하시고 직장도 포기한 채로, K님이 특별한 대책 없이 미국에 들어와서 사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큰 아들이 대학을 갈 나이라면, 모르긴 해도 두 분 다 아주 젊은 나이가 아니고, 적어도 중년을 넘어서는 나이일 것 같은데, 아내께서는 중년 이후의 경제적 삶을 많이 염려하실 것 같습니다. 큰 아들은 역시 자신의 문제 때문에, 부모님이 의견 충돌로 자주 다투시는 것도 싫고, 아래 동생도 있어서 그저 자신이 욕심을 부리지 않고 한국에 가서 공부하면 일단 만사가 오케이(OK)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심정으로 가족이 모두 한국에 가서 살자고 하는 것 같습니다. 막내 아이는 아직 자기 의사를 분명히 표현할 단계가 아니고, 형과 부모님의 의견에 따르는 입장일 겁니다. 그렇지만, 그 아이도 내심으로는 많이 불안할 것입니다.

K님께서는 한국에서는 잘 몰랐던 미국의 좋은 교육을 보게 되어서, 먼 안목으로 아들이 미국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미국 대학을 들어가기를 선호하실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사랑하는 아빠의 입장에서 어떤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아들을 도와 주고 싶으실 것입니다. 그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심리적 시나리오를 잠간 그려 보았습니다. 제 의견은 이렇습니다. 아직 K님이 한국의 직장을 휴직한 상태이기 때문에, K님과 부인, 그리고 막내 아이는 일단 한국으로 귀국한 후 사정을 보시며 미국에 들어오실 상황을 기다리시고, 큰 아들은 사립 고등 학교에서 신분을 유지하며 공부하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아들이 이미 여기서 하이 스쿨을 다니고 있기 때문에, 지금 한국으로 들여 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하이 스쿨을 졸업하고 나면, 상황에 따라서 미국 대학에 들어갈 수도 있고, 영어 강의가 이루어지는 한국의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신분 문제와 아이의 대학 진학 문제가 서로 결부되어 있다 하더라도,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여유를 두고 상황을 기다리시기 바랍니다. 그리스도 인이시라면, 온 가족이 하나님께 기도 드리는 것을 빠뜨려서는 안되겠지요. 하나님께 구하시면, 반드시 가장 좋은 선한 길로 인도해 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