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살인’ 사건을 수사중인 경북지방경찰청은 숨진 택시기사 김모 씨(58)의 정확한 사망경위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집중호우로 증거수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은 특정 종교에 심취한 광신도의 자살 방조나 사실상의 타살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김씨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수사망을 가동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에게 원한을 품은 광신도나 사이코패스에 의한 타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가 부활절이었던 지난달 24일 전후에 숨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씨는 십자가에 못박혔지만, 사인은 찔린 상처와 목을 맨 것에 의한 복합 사망이다. 부검 결과는 다음 주쯤 나올 전망이다.

발견 당시 김씨 시신은 건조한 날씨 탓에 미라처럼 메말라 있었고, 현장 주변에서는 텐트와 차량이 발견됐다. 텐트에는 초코파이 20개와 물통, 십자가를 만들다 남은 나무토막, 톱, 다른 십자가 제작 도면 등이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전형적인 자살의 모습이 아니고, 특히 스스로 십자가에 못박히고 목숨을 끊기가 쉽지 않다”며 “경남 창원에 살던 김씨의 차량이 지난달 9일 상주와 문경 사이의 CCTV에서 발견돼 이후 행적을 밝히기 위해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김씨가 만난 인물들을 놓고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김씨가 2년 전 가입한 종교관련 인터넷 카페 운영자가 김씨가 숨진 폐광산에서 4km 정도 떨어진 마을에 사는 한 남성(53)임을 파악하고 관련 여부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김씨가 지난 1월말 마지막으로 접속했지만, 별다른 말은 남기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남성은 시신을 최초로 발견해 신고한 사람이기도 하다.

전직 목사로 현재 양봉업을 하는 이 남성은 “신앙상담을 하는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면서 지친 사람이면 우리 집에 와서 쉬었다 가도록 했는데, 2-3년 전 김씨가 찾아온 적이 있다”며 “그 이후에는 김씨와 연락이 닿지 않았고, 다른 업자들과 토종벌을 찾으러 갔다 시신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김씨의 발등에는 못대가리가 있는 못을 박았지만 손등에는 양끝이 뾰족한 못을 박아 손을 움직이기 쉽게 한 점, 허리와 목을 감은 붕대가 앞쪽에서 매어진 점, 왼쪽 옆구리 상처의 방향상 스스로 찌른 것으로 추정되는 점 등을 들어 자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