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저희 집 뒤 뜰로 봄이 찾아왔습니다. 동백은 벌써 시뻘건 꽃잎을 뚝뚝 떨구고 있고, 작년에도 저를 웃게 해줬던 자두나무는 벌써 한 가득 하얀 웃음을 머금은 채 서 있습니다. 배나무, 사과나무, 체리나무…저희 집 뒤 뜰에서 시린 겨울을 참아낸 장한 나무들마다, 지금 저마다의 봄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저녁 짓기에 여념이 없는 아내의 모습이 뒤 뜰 나무들과 묘하게 overlap되며 다가왔습니다. 아내는 지금 고등어를 불 위에 올려 놓고 싱크대 앞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씻고 있습니다. 그리곤 또 다시 고등어를 뒤집습니다. 아픈 오른 손을 허공 중에 올려놓고 열심히, 참으로 열심히 또 다른 손으로 저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 아내의 모습에서 저는 또 다른 봄을 발견합니다. 뇌출혈과 수술 후유증이라는 춥디 추운 겨울을 잘 견뎌준 아내가, 여전히 지독한 통증이 남아 있는 손을 가지고 콧노래까지 불러가며 열심히 봄을 준비해 나가는 모습이 눈물겹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겨울과 봄은 확실히 다른 계절입니다. 과연 무엇이 겨울과 봄을 그렇게 다른 계절로 구분 짓는 것일까요? 어떤 사람들은 태양의 움직임 때문이라고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달의 움직임이 그런 겨울과 봄의 차이를 만든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 겨울과 봄을 구분 짓는 것은 우리 하나님이십니다. 시편 147:15에서 “그 명을 땅에 보내시니 그 말씀이 속히 달리는도다 눈을 양털같이 내리시며 서리를 재같이 흩으시며 우박을 떡 부스러기같이 뿌리시나니 누가 능히 그 추위를 감당하리요 그 말씀을 보내사 그것들을 녹이시고 바람을 불게 하신즉 물이 흐르는도다…”라고 말씀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혹, 아직 추운 겨울과 같은 시절을 보내고 있는 분들이 계십니까? 그렇다면 의뢰하는 자에게 약속의 말씀을 보내셔서 얼음 사이로 물이 흐르게 하시는 하나님을 붙잡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 뒤 뜰에 봄을 보내신 하나님께서, 제 아내의 삶에 봄을 준비하시는 그 분께서 여러분들의 삶 속에도 넘치는 생명으로 임하실 줄로 믿습니다. 지금은 다만, 조금 더 견딤이 필요한 때인 것을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