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을 맞이한 애난데일 노동시장엔 모처럼 활기가 넘쳐난다.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불경기와 경제침체는 불체자 라티노 도시빈민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겨주었다.

이참에 라틴아메리카로 돌아갈까?
아니면 추위라도 피할 수 있게 텍사스나, 플로리다로 옮겨볼까?
불황의 터널 속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보따리를 꾸렸다 풀었다 갈팡질팡했던 그들이다.
많은 고민과 갈등 속에 봄을 맞이한 노동자들에게 모처럼 주어진 몇 시간짜리 일거리는 활력소가 되고 있다.

‘철수’와 ‘영숙’이란 호칭이 한국인에게 흔한 이름인 것처럼, ‘호세’(Jose)와 ‘마리아’는 라티노에게 많이 사용되는 이름이다. 열 명중 두 세 사람이 ‘호세’와 ‘마리아’이다 보니 구별하기 쉽게 별명을 붙여 재밌게 부른다.

애난데일 노동시장에 회자되고 있는 이색적인 별명 몇 가지를 열거해 본다.

엘살바도르 출신의 호세 알바레스(45세)의 별명은 ‘까베사 데 뽀요’(cabeza de pollo, 닭 대가리)다. 건망증이 심해서이기보다는, 심한 알코올중독 때문에 정상적으로 발음하지 못하고, 가끔씩 필름이 끊기는 듯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뽀요’가 되었다.

역시 알코올중독자인 라파엘은 영어와 스페니시를 잘 말하는 이중언어자(bilingue)다.
그의 별명이 ‘까베유다’(cabelluda, 털보)인 것은, 새까만 털로 얼굴 전체가 덮여 있어서다.

마야 인디오 출신인 미겔은 200 파운드 넘는 건장한 체구다. 배가 남산만 해서 ‘고르도’(gordo, 뚱보)로 불린다.

지난 겨울 페어팩스 경찰에 연행되어 끝내는 엘살바도르로 추방당한 시몬 알바레스는 키가 작고, 대머리에다 틀니를 끼고 있어 ‘라똔’(Raton, 쥐새끼)으로 불린다.

터덜거리는 낡은 픽업을 타고 다니는 벤하민(58세)은 ‘쭈쪼’(Chucho, 인색한)다.
얼굴에 주름살이 가득할 뿐만 아니라 욕심도 많아 남과 결코 나누지 않는 성품 때문이다.

웃브리지에 살면서 애난데일로 일거리를 찾아 올라오는 호세는 ‘아블라도르’(hablador, 촉새)다. 젊고 건장한 그는 한국인 주인 밑에서 일한 적이 있어 한국어와 영어도 곧잘 한다.
남의 얘긴 뒷전이고 끊임없이 주절거려서 촉새로 불려진다.

과테말라 후띠아빠(Jutiapa)가 고향인 호세 라모스(38세)의 별명은 ‘비고떼’(bigote, 코털)다.
작달막한 키, 까무잡잡한 얼굴색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짙은 콧수염을 달고 있어서다.
윗입술을 덮다 못해 입안으로까지 들어간 긴 코털이 지저분한 첫인상을 갖게 한다.

코털 호세가 미국 생활 8년 만에 과테말라로 돌아갈 차비를 하고 있다.
고향에 남겨진 삼남매와 그들을 양육하는 초로의 부모와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호세가 미국에 밀입국 직전 갓 태어난 막내가 벌써 여덟 살 소년으로 컸고,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열 살 연하의 젊은 아내는 아이들을 버려두고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었다.
철부지 아내가 일방적으로 깨버린 부부 언약, 분노와 배신감, 부모 없이 방치된 세아이 걱정에 한동안 술독에 빠져 살았다.

술에 취해 방황하다 페어팩스 유치장에 4번이나 수감되었다.
2008년 12월 마지막 수감될 땐 46일간 수형생활을 해야 했다.
출감이후, 6개월간 재활 프로그램을 강제적으로 받아야했다.

은행 소유 빈집에 몰래 숨죽이며 살던 끝에 굿스푼 형제들의 집에 입주해 새 삶을 살면서 요즘처럼 행복한 적이 없단다.

고향집에서 세아이를 건사하며 작은 텃밭을 가꾸며 소박하게 사는 귀향의 꿈에 젖는다.

▷도시빈민선교 & 중고자동차 기증 : 703-622-2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