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차기 대선이 1년여 남은 가운데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고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24일 그래함 목사는 ABC의 ‘This Week’에 출연, 오바마 대통령 반대자들이 내세우는 출생지 의혹과 종교 의혹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발언을 했다.

부활절을 맞아 특별히 하나님과 정부를 주제로 진행된 이 방송에서 그래함 목사는, 오바마 대통령이 하와이가 아닌 케냐 태생이며 따라서 대선 출마 자격도 없고 당선도 무효라는 논리를 내세우는 일명 ‘버서(birther)’들의 주장을 옹호하는 식의 언급을 했다.

그래함 목사는 “그가 스스로 출생 증명서를 공개해서 논란을 끝맺으면 될 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나는 우리 어머니가 나를 낳았을 때 어느 병원, 어느 병실에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그가 왜 그렇게 할 수 없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후보 당시부터 끊이지 않았던 무슬림 의혹에 대해서도, “그는 내게 자신이 기독교인이라고 말했지만 그가 말하는 기독교인의 의미는 내가 말하는 기독교인의 의미와 다르다”고 답했다.

그래함 목사는 “그에게는 교회에 가는 것이 기독교인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만, 내게는 예수 그리스도에게 인생을 바치며, 그를 따라 살아가고, 그를 우리의 구주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래함 목사의 발언에 대해 백악관 대변인 제이 카니는 25일 “나는 종교 지도자가 이같은 터무니없는 비난을 하는 날로 부활주일을 선택한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함 목사의 발언은 한편 보수 성향의 잠재적 대선 주자들이 버서들의 주장에 동조하며 이를 전략적으로 이슈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높은 대중적 선호도를 보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와 전 대선 후보이자 전 알래스카 주지사인 새라 페일린은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지 의혹을 제기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24일 그래함 목사와 함께 방송에 출연한 보수 교단 남침례교(SBC) 공공 정책 대변인 리처드 랜드 목사의 경우는 오바마 대통령을 둘러싼 논란들이 ‘비이성적인 사람들의 뻔한 거짓말’이라고 일축해 같은 보수주의 목회자들 가운데서도 이같은 의혹들에 대한 견해가 나뉘고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