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코리아'를 모르는 외국인이 거의 없다. 과거 우리가 미국을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봤던 것처럼 이제는 동남아시아나 중앙아시아의 여러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부러워한다.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외국 관광객뿐만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전보다 훨씬 많아진 것을 보면서 나는 우리나라가 많이 달라졌다고 느낀다.

불과 2-30년 전만 해도 미국 사람들 대다수는 '코리아'가 지구 어디쯤에 있는 나라인지조차도 몰랐다."일본 옆에 있는 나라"라고 하면 그냥 알았다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일 정도였다.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 처음 왔을 때 학교에서 아이들이 '코리아'라는 단어 자체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나고 보니 그 때만 해도 한국은 알려지지 않은 나라 중의 하나였다.

대한민국이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88올림픽'을 개최하면서부터다. 그리고 '2002년 월드컵'을 치르면서 세계인의 눈에 크게 부각되기 시작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월드컵 4강에 진출하면서 전 세계인들에게 '코리아'의 이미지를 깊게 심어주었는데,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할렐루야' 소리가 절로 입에서 나온다.

그런데 88올림픽이나, 2002년 월드컵 훨씬 이전부터 이민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해외에서 한국을 널리 알리는데 크게 공헌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몇 안 될 것이다. 미국의 공립학교 학생 중 95퍼센트 이상이 한국이 어디 있는 나라인지조차 모르고 있을 때,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에 한국을 알리고 한국인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준 것은 한국 크리스천들과 저들이 섬기고 있는 이민교회였다. 적오도 미국에 있는 그리스도인들의 세계와 교계에서는 그랬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미국의 크리스천들 사이에서 코리아가 널리 알려지고 유명해진 이유가 몇 가지 있다. 먼저 코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교회가 있는 나라로 유명했다. 신앙생활을 웬만큼 하고 있는 미국인이라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폴 용기(Paul Young Cho)'가 누구인지는 알고 있다.

코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장로교회가 있는 나라, 코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감리교회가 있는 나라로 유명하다. 미국인들이 당시 한국에 대해 부러워할 만한 것은 아마 아무것도 없었을거다. 그렇지만 코리아는 초대 교회와 같은 부흥이 일어나는 나라로 알려졌는데, 그 부분만큼은 미국 크리스천들이 분명 부러워하는 점이었던 것이 확실하다.

어렸을 때 일로 기억한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소개를 하면 미국 크리스천들은 "네가 말하는 한국이란 나라가 예수 믿는 사람 1백만 명이 한 자리에 모여 예배드린다는 그 나라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종종 있엇다. 나는 다행히도 어렸을 때 1970년 대 초반의 빌리 그레이엄 목사 초청 여의도 집회에 부모님을 따라 갈 수 있었다. 미국인들에게 나도 그 때 그곳에 있었다고 하면 "우와, 그랬어?"하며 부러움이 담긴 이런저런 질문을 받곤 했다.

지금은 아프리카 같은 해외 선교지에 가면 수십 만 명씩 모이는 집회가 종종 있지만, 70년 대 당시에 1백만 명 이상의 크리스천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것은 그야말로 불가사의하고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놀라운 일이었다. 그 때 빌리 그레이엄 목사와 함께 했던 그 집회는 지금까지도 미국 크리스천들에게 화젯거리로 남아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빌리 그레이엄 목사님이 일찍이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도 미국 크리스천들 사이에서는 코리아하면 당연히 '새벽기도'다. 지금은 국내외 한국 교회들이 선교지에 교회들을 세우고, 또 한인 선교사들과 성도들을 통해 신앙의 훈련을 받은 내국인들이 배운 대로 새벽기도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 전까지만 해도 한국 교히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매일 새벽기도를 하는 나라였다. 이는 미국 크리스천들이 한국 교회에 대해 가장 부러워하는 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적인 일로 텍사스에 여행을 갔다가 숙소 가까운 곳에 있는 교회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500명 정도의 성도가 모이는 꽤 큰 교회였다. 매일 새벽기도가 있다고 해서 참석을 해 보았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 그 교회 목사님은 한국에 가서 한국 교회와 목사님들에게 여러 면으로 도전과 훈련을 받고 돌아왔다고 한다.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다음 날 그 교회 에 새벽기도를 드리려고 일찍 참석했다. 그런데 놀란 것은 그 큰 교회에 약 10명 정도의 성도만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사실 미국 사람들은 체질적으로 무릎을 꿇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러니 '새벽 무릎'이라든지 '낙타 무릎'등의 단어는 저들에게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표현일 수밖에 없다.

아무튼, 지금처럼 여러 나라에 한류열풍이 불기 훨씬 전부터 대한민국을 널리 알리는데 한국 교회가 커다란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한국 크리스천으로서 자랑스럽고 감사한 일이다. 오늘날 연예. 문화 전반에 불고 있는 한류열풍 뿐만 아니라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통한 거룩한 영적 부흥의 한류열풍이 전 세계에 일어나는 모습을 마음속에 그려본다.

정인석 목사

정인석 목사는 14세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온 전형적인 한인 1.5세다. 목회자였던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신학교를 마치고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목회를 하고 싶었지만, 주님은 그를 한인 1세를 위한 목회로 부르셨다. 뉴욕 맨해튼 허든슨 강 건너편 뉴저지 한인 밀집 지역에서 1998년 새소망교회를 개척해 13년째 담임목사로 헌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