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사 서명만을 남겨 놓고 있는 아리조나식 반이민법 HB 87에 따른 한인사회 대책안을 논의하기 위해 19일(화) 오후 7시부터 한인회관에서 자문회의가 열렸다.

이날 자문회의에는 최영돈 변호사(전 한인회장), 헬렌김 아시안 법률지원센터 소장, 김인구 애틀랜타라디오코리아 방송부장이 참가해 HB 87 법안의 통과 배경, 한인사회에 미칠 영향, 대처방안 등을 밝혔다. 이에 자문위원들은 반이민법안 반대 목소리를 주지사 사무실로 전달하는 범 동포적인 전화걸기 캠페인을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모든 한인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했다.

전화걸기 참여방법은 주지사(Governor Nathan Deal) 사무실로 전화(404-656-1776)해서 음성 메세지를 남기라는 신호가 울리면 ““I respectfully ask that you VETO House Bill 87“ 혹은 “Veto HB87” 이라고 말한 뒤 수화기를 내려놓으면 된다.

기조발언에서 최영돈 변호사는 HB 87의 통과 배경과 법안의 골자를 소개했다.

조지아에 거주하는 서류미비자(불법체류자)가 42만 명을 육박하는 시점에서 상, 하원은 아리조나 식 반이민법안을 통과시켰고 주지사는 통과 다음날 서명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상황이다. 아직 서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지사가 마음을 바꾸도록 여러 면에서 압력을 넣어야 하지만, 법안이 최종 통과된다고 해도 아리조나가 밟았던 지난 1년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인사회가 이번 법안통과로 술렁이고 불안한 분위기인데, 침착하게 상황을 대처해야 한다.

HB 87 법안의 골자는 크게 여섯 가지다. 첫째는 직업을 얻기 위한 신분 도용, 둘째는 불법체류자 수송, 셋째는 불법체류자 은닉, 넷째는 경찰의 체류신분 확인권한, 다섯째는 합법신분 서류 소지, 여섯째는 고용 시 합법적 신분 검사다.

그 가운데 세 번째 불법체류자 은닉의 경우 서너 가지의 예외조항이 있는데 갓난아이나 범죄 피해자, 응급조치 의료인, 형사범을 변호하는 변호사, 정부자금이 아닌 사적인 자금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다. 교회에서 불법체류자를 숨겨주거나 도와주는 경우 ‘사적인 자금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에 해당될 수 있고, 불법체류자에게 렌트나 하숙을 주는 경우 주인은 은닉 혐의로 체포될 수 있다. 아직 여러 가지 면에서 구체화 된 것이 없어 해석이 여지가 남아있다.

네 번째 조항인 경찰이 체류신분 확인권한은 아리조나 반이민법과 조금 다른데 아리조나에서는 불법체류자로 의심되면 법률 위반사항이 없어도 조사를 할 권한이 부여되지만, 조지아에서는 위법사항이 있을 경우 경찰이 신분증을 요구하게 된다. 이때 조지아에서 발행한 합법적인 신분증 혹은 타주에서 합법적으로 발행된 신분증을 제시하면 더 이상의 체류신분을 묻지 않게 된다.

두 번째로 헬렌 김 소장은 HB 87의 악법적 요소를 조목 조목 지적했다. 그녀는 “이번 반이민법은 교회나 인권단체, NGO, 한인회 등 어려운 이웃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도 ‘불체자 은닉 혹은 수송’을 죄목으로 체포할 수 있도록 한다. 극히 반인도주의적이며 반기독교적인 법안이다”라고 성토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처방안은 첫째 주지사에게 전화해 법안을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둘째 한인사회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대변할 수 있는 정치인들을 선별해 투표한다, 셋째 한인사회 차원의 정치자금을 만들어 선거캠프에 적극 참여한다 등이다.

마지막으로 발언한 김인구 부장은 ‘주지사가 서명하지 않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하면서 “지나친 감정적 대처를 자제하고 냉정하고 대처방안을 강구하자”고 밝혔다.

지난 해 반이민법안을 통과시켜 전국적인 이목을 끌었던 아리조나의 경우 1년이 지난 지금 약 10만 명의 히스패닉이 떠났으며, 히스패닉 커뮤니티뿐 아니라 이들을 대상으로 하던 한인 비즈니스도 큰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또한 아리조나 주 전체적으로 경제적 손실이 엄청났다. 무엇보다 연방법무부가 아리조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아리조나 식 반이민법안을 상정하겠다고 했던 20여 개에 이르는 다른 주들은 보류한 상태다. 반면 우려했던 인종차별적 신분조사는 예상보다 저조했다.

조지아는 아리조나의 지난 1년간 상황을 알면서도 이와 같은 반이민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공화당이 우세인 보수적인 정치환경 속에서 이번 법안이 통과되고 주지사가 서명했다는 사실만으로 불법체류자들이 떠나는 효과가 있으며, 백인 유권자들에게 심리적 만족을 안겨줘 정치적 입지를 굳히기 위함이다.

하지만 조지아의 경우 아리조나와 달리 법률을 위반 한 경우 합법적 신분증을 제시하면 더 이상의 체류신분 조사는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아리조나 보다는 완화된 부분이다. 주지사 서명을 막아야 하지만, 서명을 한다고 해도 개인 혹은 단체에서 소송을 해서 시행을 막아야 하며, 개인별, 단체별로 주지사 면담을 신청해 HB 87에 반대하는 우리의 의지를 전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헬렌 김 소장은 “더 심각한 문제는 올 해가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목소리를 내지 않고 우리의 힘을 키우지 않으면, 내년, 내 후년에는 더 악한 반이민법이 상정되고 통과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우리 모두 힘을 모으자”고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