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80개국 20만 명의 난민들이 모여있는 메트로 애틀랜타에서도 클락스톤은 최근 급증하는 난민인구로 한인 교회들의 새로운 선교지로 떠오르고 있다. 다양한 민족구성만큼이나 수십, 수백 가지의 사연을 안고 고향을 떠나 ‘난민’이라는 삶을 선택하기까지 클락스톤 난민촌 주민들의 마음은 다 헤아릴 수 없는 아픔과 사연으로 가득하다.

막상 미국 땅을 밟아도 정부 차원의 정착지원이 끝나면 자립해서 살아가야 하는 냉정한 현실 앞에, 주저 앉고 싶은 이들의 손을 잡아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다. 당장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하는 작은 일부터 자녀들의 학교 입학, 운전면허, 직업 구하기 등 큰 일까지 항상 웃는 얼굴로 무리한 부탁을 해도 조건 없이 도우려는 이들은 과연 누구인가 의문이 생기기 마련. 바로 이 때가 복음을 전할 절호의 기회다.

지난 토요일(16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클락스톤의 한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펼쳐진 축구경기는 좀미(Zomi) 난민 가족들에게 매일 반복되는 고된 삶 가운데, 오랜만에 가져본 꿀 같은 휴식의 시간이었다. 바로 화평장로교회(담임 조기원 목사) 믿음 다락방에서 PGM 우종인 선교사와 함께 좀미 교회 성도들과의 친선 축구경기가 열린 것이다.

한창 공사 중인 고등학교 외관을 보고 ‘설마 이곳은 아니겠지’라는 생각에 지나치기를 몇 번, 결국 차를 대고 들어가보니 학교 뒤쪽 움푹 들어간 운동장에서 한참 축구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미 분위기는 무르익어 어른들뿐 아니라 아이들도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신나게 공 하나만 쫓아 달려가는 축구 아닌 축구를 하고 있었다.

우종인 선교사는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 가에 서서 흐뭇한 미소로 축구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경기가 끝나면 대접할 맛있는 한국식 저녁 식사 준비에도 여념이 없었다. PGM 선교사로 6개월 전 안수 받아, 미얀마 좀미(Zomi) 족을 섬기는 일에 파송 받았다고 한다.

그는 “좀미족 교회는 지난 해에 80명이었는데 올해 벌써 150명이 넘는 성도들이 출석하고 있다. 그만큼 미얀마와 다른 미주 지역에서 난민들이 유입되고 있다는 증거다. 오늘 축구 친선경기는 이들과 조금 더 가까이 지내고 섬기고자 기획하고 됐다”고 밝혔다.

약 150명의 출석교인 거의 다가 이날 축구경기에 참여했을 만큼 좀미족 교회 성도들에게 이번 축구경기는 단순히 축구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엄마 품에 안긴 어린아이부터 노인들까지 모든 가족이 함께 하며, 빡빡한 난민 생활 가운데 쉼표 하나를 찍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말은 잘 통하지 않아도, 환한 미소로 축구경기뿐 아니라 맛있는 한국음식까지 대접하는 한인들과는 벌써 친구가 된 듯하다.

우종인 선교사는 “내년에는 더 많은 교회들이 참가해 다양한 난민교회들과 협력해 가을 운동회 같은 자리를 만들고 싶다. 우리 바로 가까이 거주하는 복음과 도움이 필요한 난민들에게 많은 교회들이 관심을 갖고 동참해가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축구 경기 이후 즐거운 식사 시간, 서로를 바라보고 싱끗 웃는 것이 다였지만 좀미족 난민들과 한인들은 언어와 문화를 뛰어 넘어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 하나되는 4월의 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