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단에는 성경과 십자가 대신 대형 스크린이 놓였고, 설교자는 가수처럼 마이크를 들고 돌아다닌다. 요즘 젊은 목회자들은 이것저것 모방하는 것을 목회로 안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인 은준관 목사가 이 시대 한국교회를 향해 “민족적 회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글 성경 완역 및 출간 100주년 기념예배’에서 ‘하나님의 구원을 순례하는 신앙’(느 8:1~9)이라는 주제로 설교한 그는, 형식적인 축하나 인사치레가 아니라 한국교회를 향한 애정과 근심이 배어나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은준관 목사는 종교사회학의 4가지 키워드를 통해 오늘날 한국교회의 흐름을 설명했다. 먼저 첫째는 ‘교회 성장’이다. 한국교회의 성장이 절정에 이르러 기독교 왕국을 꿈꾸는 징조까지 등장하게 됐다. 그러나 들떠 있던 그때, 우리 속에 새로운 키워드 하나가 조용히 등장했다.

그것이 둘째인 ‘성장 후기’다. 은 목사는 “밑으로부터 슬며시 스며든 세속주의의 공격, 약 1만여명으로 추산되는 조직적 안티들의 기독교 파괴 공작도 문제지만, 교회가 지식인 젊은이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1990년대 이후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이러한 추세를 무시한 채 지난날의 영광만을 재현하려는 ‘교회 성장 신드롬’이 등장하면서 커다란 공백이 이 땅을 뒤덮기 시작했다고 은 목사는 말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성경 대신 미국발 유행성 프로그램으로 교회 성장 신화를 되풀이하려고 노력했고, 그것은 소위 구도자 예배나 확장식 교회 건축으로 나타나기도 했다”며 “이런 과정에서 대형교회가 급부상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세번째 키워드가 등장했다. 바로 ‘수평이동’이다. 은 목사는 “대형교회는 축복이지만, 문제는 새 신자 전도가 아니라 작은교회 교인들의 수평이동으로 이뤄진 대형교회”라며 “이로 인해 작은교회들은 구조적 수렁으로 빠져들었다”고 지적했다.

은 목사는 “여기서 한국교회는 치명적 신학 오류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기독교 왕국을 이루려는 꿈이 대형교회라는 거대한 조직에 투영되면서, 교회의 권위를 성경의 권위보다 위에 놓는 우를 범했다”는 것. 그는 “지금 한국교회는 설교의 권위가 성경보다 높다. 설교자의 목소리가 성경 내면의 목소리보다 커졌다. 성경은 설교와 성경공부의 참고서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기독교 왕국화되면서 신앙의 권위가 전이되는 동안 네번째 키워드가 등장하면서 한국교회를 코너로 몰아넣었다고 은 목사는 말했다. 그것은 ‘영적 공백’이다. 제도화된 교회를 기피하고, 영적인 것을 찾아나서는 경향이 생겼다. 그는 “이러한 흐름이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 젊은이들 사이에 확산됐다”며 “지난 몇 년 사이 외국에서는 이 부류의 젊은이들이 매해 2~3% 증가했다. 한국에서도 지식인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느헤미야서 8장 1~9절 본문 이야기를 꺼냈다. 바벨론에서 해방된 이스라엘 백성들은 민족적 염원을 담아 예루살렘 성전을 건축했지만, 그들이 기대했던 영적 희열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 때 그들을 울게 하고 구원의 감격을 되찾게 해준 것은 바로 율법책, 곧 하나님의 말씀이었다.

은 목사는 “한국교회는 어디로 가야 하나. 우리 자신에게 물어야 할 심각한 신학적 질문”이라며 “본문은 오늘의 교회가 눈여겨 보아야 할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성전 봉헌이 민족적 회개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화려한 프로그램으로 덧칠하는 동안 영적인 것을 원하는 젊은이들이 떠나고 교인들은 영적 피곤함에 빠져들었다”며 “그런데 이 사람들을 울린 것은 이사야도 예레미야도 에스겔도 아닌 율법책이었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대단히 소박한, 그러나 오랜 세월 망각했던 그 순간을 다시 기억한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은 목사는 “율법책을 다시 기억하는 순간 하나님의 구원을 다시 기억하게 됐고, 그것은 감사의 눈물로 이어졌다. 여기서 민족적 회개가 일어났다”며 “교회의 권위를 성경보다 높게 하고 기독교 왕국을 세워 성경을 우롱하는 오늘날의 한국교회에, 하나님의 구원 앞에 울 수 있는 민족적 회개가 있길 바란다”고 설교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