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전 작고한 남편이 제게 남겨준 유품중에 클래식 음반세트 한 박스가 있습니다. 그가 갑자기 소천한 뒤, 그의 사무실을 정리하는데 아직 개봉되지 않은 박스가 있어 열어보니 작곡가별 클래식 음반 세트이었습니다. 결혼 전에 클래식 음악을 상당히 좋아하던 아내의 취미가 기억나서 모처럼 주문을 해 놓고, 미처 전달하지도 못한 채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이지요. 그러나 당시, 저는 클래식 음악도 일종의 세상 음악인 것 같아 한 구석에 밀어놓고 듣지를 않았습니다. 그러다 ‘바보 의사’, 안 수현씨의 책을 읽다가 클래식 음악에 대한 그의 애정에 공감을 하며, 클래식 음악에 대한 향수가 되살아나 그 후 간간이 클래식 음악을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우리 교회를 다녀가신 파푸아 뉴기니에서 선교하시는 문성 선교사님의 사모님이신, 이 민아 선교사님이 또한 클래식 음악을 많이 좋아하는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클래식 음악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지요. 그 분은 말씀합니다. “목사님, 저는 태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파푸아 뉴기니의 대 자연가운데에서 쏟아질듯 내 눈 가까이 있는 은하수를 바라보며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노라면 하나님의 지휘에 맞춰 교향곡을 연주하는 대 자연의 모습이 느껴져 감격한답니다. 위대한 교향곡을 연주하기 위하여 때로 바이올린이 연주를 쉬고 있을 때도 있지요. 그러다 지휘자의 요청아래 연주를 다시 시작하기도 합니다. 바이올린이 잠시 쉬고 있는 것은 오히려 더 위대한 교향곡을 완성하기 위한 직무 수행의 한 과정일 뿐입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우주의 최고 지휘자이신 하나님을 경배한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늘 깨닫는 사실은 연주자는 철저하게 악보대로 연주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수많은 악기들이 등장하는 교향곡이 교향곡 되기 위하여는 반드시 악보대로 연주되어야 합니다. 교향곡이 아니라 소나타던, 콘첼토던, 3중주곡이던 5중주곡이던, 가장 감동적인 곡이 연주되기 위하여, 연주자는 우선 악보대로 연주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온 우주의 지휘자이시라면, 우리는 개개의 악기를 연주하는 연주자들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악보가 주어졌습니다. 우리의 악보는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가는 자들은 바로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악보대로 연주하는 연주자들을 의미할 것입니다.

요즘 우리 교회에서는 십계명을 새벽마다 살펴보면서 저부터 시작하여 가슴을 찢는 회개를 하고 있습니다. 악보대로 연주하지 않으며 지휘자의 마음을 상하게 한 엉터리 연주자였음을 자백하고 회개하며 말씀의 저울에 우리를 달아보는 중입니다. 이 민아 선교사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지요. “자기의 죄를 깨닫는 순간이 성령충만한 순간입니다. 왜냐하면 죄를 가지고 갈 수 있는 곳은 십자가뿐이 없고, 십자가를 가야 예수님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맞는 말씀입니다.

어느 날, 저의 연약함을 가지고, 주님의 십자가 앞에 앉아 그저 가슴을 치며 회개하는데, 마음 깊은 곳에서 감사의 찬양이 터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딸아 너를 사랑한다. 내 아들의 피가 너를 이미 정결케하였다.’ 눈물이 쏟아지며, 누가복음 18장 세리의 기도가 생각났습니다. 하나님을 우러러 바라보지도 못하고, 그저 가슴을 치며 회개하는 세리에 대하여 주님은 그가 하나님으로부터 의로움을 받았다고 말씀하셨지요. 하나님께서 우리의 진실한 회개를 받으시면, 우리 안에 계신 성령님은 우리의 의로움을 확인시켜주시며 우리의 마음에 감사와 기쁨을 주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죄를 깨달을 때 십자가에서 보좌로 나아가 하나님을 기쁨으로 찬양하며, 신령과 진정으로 하나님을 예배하는 예배자로 세워지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악보대로 연주하는 연주자가 됩니다. 오직 지휘자에게만 집중하며 악보대로 연주하는 훌륭한 연주자가 되기를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