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얼마 전 어떤 한 70대 여성 환자를 보게 되었다. 본 의원에 내원하기 3개월 전 이 환자는 자동차 사고 이후 이곳저곳 몸이 상한 곳이 많았고 여러 가지 개인적 이유로 인해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었다. 사고 이후 목과 허리 부분에 디스크가 생기게 되었고 왼쪽 다리에는 다친 상처가 천천히 아물고 있었으며 또한 왼쪽 팔은 좋지 않아서인지 오른손으로 왼쪽 팔꿈치를 움켜쥐고 있었다.

본인 스스로는 때때로 받는 치료이긴 했지만 증상이 많이 완쾌 되었고 현재에도 증상이 좋아지고 있다며 큰 걱정 없는 듯 한 눈치였다. 그렇지만 왼쪽 어깨는 분명히 보통 문제 같아 보이진 않았다. 진료 중 어깨 관절은 움직일 수도 없었고 겨우 팔목과 손목을 유연하게 움직일 정도였다.

환자 분에게 여쭙기를 “왜 어깨가 이렇게 되도록 가만히 있으셨어요?”했더니“의사가 큰 병도 아닌데 수술하자고 할 것 같아서 그냥 무조건 괜찮다고 했어요”라고 대답했다.

필자는 어이가 없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사고 이후 어깨 통증이 심해 무조건 어깨를 보호해야 겠다 싶어 항상 팔을 움켜쥐고 살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나친 보호로 인해 환자는 더 큰 오십견을 갖게 된 것이다.

자주 일어나는 일이지만 팔 골절상을 입거나 어깨 관절 탈골상을 입는 환자들의 경우 석고 붕대/cast를 착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환자들의 경우는 특히 오십견이 발병할 확률이 매우 높다. 이는 cast로 어깨 관절을 오랫동안 사용치 못해 기와 혈이 정체돼 어혈이 많이 굳었기 때문인 것이다.

젊은 환자의 경우 cast를 어느 기간 동안 착용하고 있었다 해도 cast를 푼 후에 관절의 유연성을 되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다. 그렇지만 50대 이상의 환자라면 개개인 마다 차이가 있기 마련이지만 cast를 푼후 꼭 재활치료를 통해 관절의 유연성을 되찾아야 하는 환자가 많다.

위의 환자가 꼭 그런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어깨가 아프다 해서 팔을 움켜잡고 2-3개월을 보냈으니 근육은 근육대로 좋지 않게 되어 버리고 관절은 관절대로 정체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이다.

밤이 되면 아픈 쪽으로 눕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늘 뜨거운 수건으로 팔을 감싸고 있어야지만 눈을 붙일 수 있었다고 했다.

이 환자의 경우 첫날 치료에서30- 40%로 정도의 치료 효과를 나타냈다. 이렇게 치료 효과가 높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환자의 신뢰가 컸기 때문이었다. 의사에 대한 환자의 신뢰는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이 환자의 경우 오십견으로 인한 수술을 무서워해 수술 없이 침치료와 물리치료로 관절의 유연성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남달랐었다.

모든 병을 치료하기에 앞서 조기발견과 조기치료는 치료효과를 나타내는데 큰 작용을 한다. 오십견을 치료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환자들 대부분이 병을 조기에 인지하지 못해서 오십견이 한참 진행 된 후이거나 오랜 시간 고통을 겪은 후에야 치료를 받게 된다는 점이다. 오십견은 발병 초기에 인지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 5-6개월 정도 진행된 다음에야 병증을 깨닫게 된다. 이에 자가 진단을 위한 몇 가지 요령을 적는다.

1. 어깨가 무거운지, 관절의 유연성이 어떤지 항상 살펴봐야 한다.
2. 어깨를 몸 뒤(허리라인 위로)로 올리는 동작이 불편한지 살펴야 한다.
3. 밤에 잘 때, 혹시 갑작스런 통증으로 인해서 잠을 설친 적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4. 여성의 경우, 전처럼 브라 착용 시 또는 풀 때 팔이 전처럼 자연스럽게 뒤로 올라가는지 잘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