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역대 정권 중 불교계와 가장 불화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 같다”는 말을 하고 있다고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31일자 기획에서 이명박 정부와 종교계와의 갈등이 수렁에 빠졌다며 기독교와는 ‘불편’, 천주교와는 ‘불통’, 불교계와는 ‘불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권 핵심에서는 “불교계에 할 만큼 했다”는 인식이 많지만, 불교계는 지난해 국회 본회의 예산 처리에서 템플스테이 사업 관련 예산 등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휴 스님은 “불교계는 기본적으로 MB가 기독교는 따뜻하게, 불교는 썰렁하게 대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월주 스님은 “대통령은 종교를 공적(公的)으로 내세워서는 안 되며, 정부와 불교계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당시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하겠다”는 기도로 곤욕을 치뤘다. 하지만 이를 만회하려는 듯 조계사 경내에 역사기념관 주위 조경을 성의있게 하는 등 대통령 당선 때까지는 불교계와 비교적 원만한 관계였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직후 주요 사찰 주지 스님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감사하다. 잘 부탁한다”고 인사하기도 했다. 대통령 선거운동 당시 권사인 김윤옥 여사는 도선사 혜자 주지스님으로부터 ‘연화심(蓮華心)’이라는 법명을 받아 기독교계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취임 후 문제가 계속 터져나왔다. 자신이 다니던 소망교회 인사들의 중용, 촛불시위 당시 총무원장 승용차 검문 논란에 이어 이번 국가조찬기도회의 ‘무릎기도’까지 불교계는 문제삼고 있다. 전국경찰복음화 금식대성회 포스터에 어청수 경찰청장 사진이 게재되고, 정부의 수도권 대중교통정보시스템 ‘알고가’에 수도권 사찰 표기만 누락된 사실도 기름을 부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청와대 불교신도 모임인 ‘청불회’가 경호처 강당에서 춘계 법회를 연 것에 대해 불교계와 청와대 사이 관계 개선의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하는 시선도 있다. 설 연휴 첫날 이 대통령이 국립중앙박물관의 ‘실크로드와 둔황전’을 찾아 왕오천축국전을 관람한 사실을 불교계에 대한 관심과 화해 메시지로 봐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이와 함께 최근 30년간 불교계와 역대 대통령과의 관계를 소개했다. 지난 1980년 ‘10·27 법난(法難)’ 때 150여명의 승려를 연행했던 전두환 前 대통령은 퇴임 후 설악산 백담사에 은거해 불교계 인사들과 친분을 쌓는 등 악연과 인연을 동시에 갖고 있다.

노태우 前 대통령은 독실한 불교 신자로 출퇴근 때도 차 안에서 금강경 독송테이프를 듣는 듣곤 했지만, 후보 시절 “불교 신자임을 분명히 밝혀달라”고 하자 “모든 국민을 상대로 하는데 그러면 어떻게 표를 얻느냐”고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김영삼 前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처럼 ‘장로’였지만 불교계와 원만했다. 불교계와 인연이 깊은 참모들이 많았고, 재임 중에는 부산과 광주, 대구와 청주 등지에 잇달아 불교방송국 개국을 허가했다. 불교계는 김 前 대통령이 사찰의 종합토지세를 면제해준 일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김대중 前 대통령은 천주교 신자였지만 첫 아내의 부친이 대처승이었다고 한다. 이희호 여사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월주 스님은 “독실한 천주교인이었지만 불교에 대한 ‘철학적 이해’가 뛰어났고, 불교계에 전혀 불이익을 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노무현 前 대통령은 절에서 1년 반 동안 고시공부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재임 중 최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템플스테이 예산으로 총 393억원을 지원했다. 지관 스님은 봉하마을에 세워진 묘비문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