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며 길을 가고 있는데 반대편 레인에 서 있는 작은 새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자그마해서 처음엔 참새라고 생각했는데, 몸에 푸른빛이 도는 것을 보니 참새는 아닌…그런 새였습니다. 그런데 깜짝 놀랄 광경 하나를 목격했습니다. 자동차가 자신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데 꿈쩍도 않고, 아니 자세히 보니까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그 새는 날아가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 위로 차 한 대가 지나가고 또 한 대가 지나갈 때쯤 저도 그 옆을 지나가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거기엔 몸이 반쯤 차에 깔린 채 아직 목숨이 붙어 있는 작은 새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둘의 관계가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새는 차에 깔려 죽어가고 있는 이 친구를 포기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고통 중에 죽어가는 애처로운 친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발을 동동 구르는 것 밖에 없었지만 그는 끝까지 그 친구와 함께 하였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 그것이 사랑이 아닌가 싶습니다.

필리핀에 쓰레기 마을이라 불리는 파야타스라는 동네가 있습니다. 원래는 평지였는데 한국의 난지도가 그랬던 것처럼 마닐라 근교의 모든 쓰레기를 그곳에 갖다 버려 산이 되고 동네를 이루게 된 곳입니다. 어떻게 그런 곳에 동네가 이루어질 수 있었을까…싶을 정도로 온갖 더러운 것들이 넘쳐 나고 온통 썩는 냄새가 넘쳐 나는 곳이었지만, 당장 일할 곳도 먹을 것도 없는 극빈자들에게는 인생의 마지막을 의지하는 삶의 벼랑 끝 같은 곳이 되었습니다. ‘혹시 버려진 쓰레기 속에 먹을 것이 없을까’, ‘모아서 팔 수 있는 것은 없을까’…하여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한 사람들이 지금은 이십만이 되었습니다. 쓰레기 더미 속에 쓰레기처럼 버려진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 사이에서 또 버려지는 많은 아이들… 한 방송에 비춰진 그들의 눈망울에는 슬픔과 절망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도 소망은 있었습니다. 쓰레기 더미에서 절망을 캐는 수 많은 사람들, 그들 속에서 희망을 캐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을 포기하지 아니하고, 그들과 함께 하고, 그들을 돕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특별히 한국교회와 한국의 선교 단체들, 뿐만 아니라 기독신자임을 밝히지 않고 그들과 함께 동거 동락하는 수 많은 NGO 단체들의 사람들…그들을 통해서 쓰레기 마을의 소망을 보았습니다. 예수님의 소망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보면서 내가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포기해왔는가…생각해보았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하나님께 이 세상은 어떤 곳일까요? 멀쩡한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늘 죄가 넘쳐 나는 이 곳이 하나님께 있어 그 쓰레기 산보다 깨끗한 곳이겠습니까? 나를 포기하지 않으신 하나님, 그 하나님의 소망이 여전히 이 세상을 향하고 있음을 믿습니다. 포기하지 맙시다. 함께 하고 또 사랑합시다. 그것이 쓰레기 같았던 나를 포기하지 않으셨던 하나님의 마음을 받은 사람들의 삶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