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방문한 유엔 식량조사단이 실태 조사를 했지만, 여느 때처럼 북한 당국이 준비한 연극에 속다가 돌아갔다고 열린 열린북한방송이 한 고위급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유엔 식량조사단은 약 3주간 10여명이 4개 조로 북한 9개도 40여개 시군을 조사했다. 그러나 3주라는 일정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도시를 방문해 제대로 된 실태 조사가 이뤄졌는지 의문이 일고 있다.

소식통에 의하면 조사단은 북한 북부지역 도시 중 양강도 혜산과 삼지연, 대홍단을 비롯해 함경북도 경성, 무산, 연사, 함경남도 함흥, 장진, 평안북도 신의주 등을 방문했다.

소식통은 “늘 그랬듯 외국 조사단이 오면 북한 당국은 어떻게든 식량원조를 받으려는 목적을 달성하려 갖은 수단을 다 쓴다”며 “예를 들면 장소를 정해놓고 허약하고 병약한 사람들을 시찰받을 장소에 집합시켜 유엔조사단에게 보여주는 식”이라고 말했다. 병원이나 탁아소, 유치원이나 소학교, 주민들이 거주하는 아파트 등지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

함북 무산의 소식통 역시 “2월 말 유엔 식량조사단이 어린이 실태조사를 진행했는데, 제일 허약한 아이들을 한 곳에 집합시켜 이들에게 보여주면서 무산의 전체 실태가 그런 것처럼 이야기했다”며 “이들의 조사 목적은 탁아소와 유치원 어린이들에 대한 영양실태 조사였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철송구에 새로 건설한 콩우유 생산 식료공장을 보여주면서 공장에 원료가 없어 생산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며 “그러나 이 공장은 지난해 만들어졌고, 지난해 12월 김정일의 현지 지도 후 여느 공장과는 달리 식품 생산이 잘 되는 편”이라고 전했다.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하 성통만사)’도 비슷한 소식을 전한 바 있다. 지난달 26일 이탈리아인 유엔 조사원 1명이 무산의 한 주민 집을 방문하기로 했는데, 당국이 그 지역에 이 사실을 미리 알리고 집 주인과 집기, 식량 등을 바꿔놓고 ‘연출’을 했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식량 지원을 받아야 하니까… 몸이 약한(마른) 사람들을 준비시키고 가마(솥)에는 풀죽을 먹는 것처럼 보여줘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래서 조사원이 방문하기로 한 곳에는 건강한 사람들을 모두 다른 집으로 보내고 병약하고 마른 사람들을 골라 주인처럼 집에 있게 했다.

조사반이 해당 아파트의 한 집에 들어가자, 그 집에는 미리 바꿔놓은 여성 임산부가 있었고, 가마솥에는 옥수수쌀로 만든 밥과 시래기국을 넣어놓고 힘들게 사는 모습을 ‘연기’했다. 심지어 쌀독의 쌀까지 모두 퍼내버렸다. 원래 이 집 주인은 무산에서 설탕 장사를 하는 장사꾼으로, 비교적 식량 사정이 좋았다고 한다.

이 조사원은 잠시 아파트를 둘러보고 다른 곳으로 이동한 후 2월 20일경 갑자기 회령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그러나 그곳에서는 미리 대비하지 못한 탓인지 비교적 생활이 괜찮은 모습이 보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