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8일 강원도 강릉의 한 원룸에서 모 대학 4년에 재학 중이던 23살의 한 꽃다운 청년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청년이 친형에게 보낸 ‘아버지를 부탁한다’는 메시지, 사체와 함께 발견된 타다 남은 번개탄 3장, 그리고 탁자 위에 흩어져있는 학자금 대출 서류와 수십만 원어치의 즉석복권을 볼 때, 아마도 이 청년은 학자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다가 현실을 비관하여 자살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왜 그랬을까? 꼭 그래야만 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그 청년의 마지막 모습이 머리 속에 그려져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뭘 기대하고 그 많은 복권을 샀을까? 마지막 남은 복권을 긁을 때 그 마음이 어땠을까?...’ 어쩌면 청년은 그렇게 복권을 사는 것이 그에게 남은 마지막 ‘길’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길이 아니라 낭떠러지였고, 결국 그는 길을 잃어버린 사람이 되었습니다.

지난해 한국의 고등학교 졸업자 대학진학률은 84%를, 그리고 대학졸업자 취업률은 55%를 각각 기록했습니다. 예를 들면, 고등학교 졸업생 100명중 84명이 대학엘 진학해서 일년 평균 750만원의 등록금을 내며 4년을 다닌 후, 그 중 46명 정도가 취업을 했다는 것입니다. 꿈에 관한 낭만적인 이야기를 차치하고 세상의 경제원리만을 따지더라도 100명중 반이 넘는 50여명이란 숫자가, 결국 길이 없는 길을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 사람 대접을 받을 수 있고, 그래도 대기업 정도는 취업을 해줘야 성공적인 삶이란 것을 꿈꿀 수 있고, 적어도 얼마 정도의 돈은 가지고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한국의 비뚤어진 사회적 통념이 푸르디 푸른 청년들을 마지막으로 복권이나 한 번 긁어보고 삶을 마감하는 자리로 내 몰고 있는 것입니다. 천신만고 끝에 취업에 성공한 46명은 어떨까요? 그들은 정말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걸까요? 그런 세상 속에서 한국 교회는 과연 어떤 길을 보여주고 있을까요?

정호승이란 사람이 쓴 봄 길이란 시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 길이 있다 /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 스스로 봄 길이 되어 /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 보라 /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 스스로 사랑이 되어 / 한없이 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시인은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고 노래합니다.

모든 사람이 ‘여기까지…’라고 생각하며 멈추는 곳에서도 계속하여 그 길을 가는 사람이 있다고 노래합니다. 그런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길이 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믿기에 예수님이 바로 그런 길이셨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습니까? 예수께서 내 안에 보이신 그 길을 여러분들은 걷고 계십니까? 세상 모두가 '길이 끝났다…'라고 생각하는 곳에서도 여전히 그 길을 걷고 계십니까? 그것이 오늘 우리들이 황금만능주의, 성공제일주의로 치닫고 있는 이 세상을 향하여 보여줄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