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작으로 뽑히는 샹송 고엽(枯葉)은 시인 쟈끄 프레베르(Jacques Prevert)의 시에 조셉 꼬스마 (Joseph Kosma)가 작곡한 곡이다. 영어로는 우리가 잘 아는대로 ‘Autumn Leaves’이지만 역시 “Je voudrais tant que tu te souviennes”로 시작되는 샹송으로 들어야 제 맛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이브 몽땅(Yves Montand)의 동영상을 감상하면서 젊은 시절과 중년과 노년에 부른 고엽을 비교할 수 있었다. 머리숱이 유난히도 많던 미남 이브는 뭇 여인들과 염문을 뿌리면서 그를 출세의 길로 인도했던 에디뜨 삐아프를 버린다.

그랬던 그가 어느새 민머리에 가까운 초라한 노년이 되어서 마이크앞에서 부른 고엽이 가장 인상적이다. 무대앞까지 다가선 할머니들의 눈가에 서린 물안개를 통하여 고엽의 노랫말의 진정성은 더욱 빛이 난다. 그가 한 소절을 시를 읽듯 읊조린 후에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서 입술을 움직이듯 말듯 하면서 부른 고엽은 그의 노래로는 다시 듣지 못하는 유작으로 남는다.

“오! 기억해 주기 바라오 우리의 행복했던 나날들을 그 시절의 인생은 지금보다 더 아름다웠고 태양은 더 뜨겁게 우리를 비추었다오 무수한 고엽이 나뒹굴고 있다오 당신이 알고 있듯이 나도 알고 있다오 추억도 그리움도 그 고엽과 같다는 것을 북풍은 그 고엽마저 차거운 망각의 밤으로 쓸어가버린다오 당신이 내게 불러주었던 그 노래를 기억한다오 그건 우리를 닮은 노래라오 당신은 나를 사랑했고 난 당신을 사랑했다오 그리고 우리 둘은 하나였다오 나를 사랑했던 당신, 당신을 사랑했던 나 그러나 인생은 조용히 아주 조금씩 사랑하던 사람들을 갈라놓고 그리고 바다는 모래 위에 남겨진 연인들의 발자국마저 지워버린다오....”

아마도 그에게는 회환에 찬 마지막 무대였으리라! 쥘리에뜨 그레꼬(Juliette Greco)와 레오 마르쟌느(Leo Marjane)나 도리스데이, 에바 케시디같은 여가수들도 고엽을 불러 대 히트를 했으나 역시 남자들이 부르는 고엽에는 미치지 못한다. 특히 저음의 가수 낫 킹콜이나 미성(美聲)의 빙 그로스비의 노래는 심금을 울린다. 깊어 가는 밤에 풀잎에 이슬 굴러 가듯 하는 피아노 연주의 백미는 로저 윌리엄스의 것이 최고이다. 마치 가을같은 겨울의 끝자락에 서 어느 분이 보내준 프랑스 茶 Angelina Rumpelmayer를 한잔 하며 고엽을 들으니 신선이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