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회개의 시로 알려진 다윗의 시편 51편에 보면 하나님께서 구하시는 것이 하나 있다. "하나님의 구하시는 제사는 상한 심령이라 하나님이여 상하고 통회하는 마음을 주께서 멸시치 아니하시리이다."(시 51:17)

우주의 왕이신 하나님께서 무엇을 찾으시는데 어떻게 가볍게 여길 수 있겠는가! 그것은 단언컨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다. 이 시에서 예배 가운데 하나님이 무엇을 구하신다고 했다. 그것은 예배의 여러 요소 가운데 매우 중요하고 핵심적인 것임에 틀림없다. 다윗은 그것을 '상한 심령' 즉 broken spirit이라고 했다.

《천로역정》의 작가로 유명한 존 번연은 자신의 책 가운데 최고의 저작을 바로 시편 51편 17절 한 구절로 풀어 쓴 《상한 심령으로 서라》(An Acceptable Sacrifice or the Excellency of a Broken Heart)로 들었다. 이 책에서 그는 '상한 마음'이야말로 하나님 앞에 드리는 가장 탁월한 예배의 재료라고 했다.

상한 심령은 아담의 타락 이후 인간 내면의 실체이다. 아담의 후예는 깨어진 마음으로 정처 없이 유리하며 방황하는 삶을 살았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수천 년 동안 이 땅을 회복하시기 위해 그리고 또 그리신 인류구속 청사진의 한 가운데는 바로 이 '상한 마음'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시 34:18 말씀처럼 "여호와는 마음이 상한 자에게 가까이 하시고 중심에 통회하는 자를 구원하신다."

상한 마음이란 깨어진 마음, 산산 조각난 영이다. 우리 주위에는 산산이 깨진 마음들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아주 많다. 상처주고 상처받고, 비교하고, 열등감에 시달리고, 우울증에 시달린다. 역기능적인 가정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깊은 내면의 상처와 억압, 고통 속에서 평생을 살아간다. 부모의 이별로 인해 상처를 안고 커가는 죄 없는 피해자들이 넘친다.

예레미야 선지자가 말한 것처럼 "만물보다 거짓되고 심히 부패한 것은 마음"(렘 17:9)이다. 그래서 종교개혁자 존 칼빈이 《기독교강요》에서 말한 것처럼 인간은 하나님을 만나고 나서야만 자신의 부패성과 한계를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이 깨지고 부패한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가슴 깊이 묻어두고 산다. 바울은 롬 8:7에서 "육신의 생각은 하나님과 원수가 되나니 이는 하나님의 법에 굴복치 아니할 뿐 아니라 할 수도 없다"고 했다.

죄로 부패한 마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따를 수 없다. 하나님 안에서 회복되어야 한다. 드러내야 한다. 치유해야 한다. 상한 심령이 하나님 앞에 드러날 때 그 깨어진 마음은 고장 난 마음이 아니라 오히려 '회복된 마음'이다. 이렇게 깨어진 마음이 없이는 하나님의 뜻을 따를 수가 없다.

그래서 죄로 인해 고장 난 육신의 실체를 인정하는 마음, 자기를 부인하는 마음, 가난하고 겸손한 마음, 의에 주리고 목마른 마음이 하나님이 찾으시는 탁월한 마음이다. '깨어진 마음'이야말로 하나님이 기대하시고, 찾으시고, 기뻐하시는 마음이다. 하나님이 그토록 애타게 찾고 또 찾으셨던 그 마음, 그 상한 마음이 바로 우리가 하나님께 드릴 진짜 예배이다. 그래서 "상한 마음이 예배의 가장 탁월한 재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