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교도의 정신에 근거한 미국의 정치가 최근 들어 점점 대립으로 치닫더니, 급기야는 며칠 전 AZ 투산에서의 총기사건으로 무고한 생명들까지 희생시킨 결과를 낳고 말았다. ‘균형과 견제를 통한 협력’이라는 아름다운 민주주의의 모범은 옛 이야기가 되어 가는 느낌이다. 2001년 911의 엄청난 충격을 희망으로 전환하기 위해 각주에서 선출한 ‘희망의 얼굴’들 중에 포함되었던 9살 난 크리스티나 그린 양과 행복한 노년을 보내던 70대 부부의 생사까지 갈라놓았다. 특별히 이 노부부는 어릴 적 소꿉친구였고 각자 타주에서 결혼생활을 하다 자신들의 배우자와 사별한 후, 15년 전 고향에서 다시 만나 재혼을 한 부부였다 한다.

‘무엇이 이런 비극을 가져 왔을까?’ 왠지 위기를 느낀 우월감과 교만에서 나온 미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화당 소속 알래스카 페일린 전 주지사가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이번 총격사건의 피해자인 민주당의 기퍼즈 연방상원의원을 포함한 20곳의 지역구를 총의 과녁으로 표시한 지도를 페이스 북에 올리고 "퇴각하지 말고 재 장전하라"는 등의 과격한 메시지를 전달했었다고 한다. 성경에는 “그 형제를 미워하는 자마다 살인하는 자니 살인하는 자마다 영생이 그 속에 거하지 아니하는 것을 너희가 아는 바라”(요일3:15)고 했다. 성경은 이미 ‘형제를 미워하는 마음이 곧 살인’이라 규정했다.

또 새해 년 초 한국에서 들려온 뉴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울의 한 대형교회 담임목사가 원로목사 측의 부목사 둘에게 폭행을 당했다. 어느 신문사설(제목:‘길 잃은 목자를 걱정해야 하는 세상’)을 보면서 ‘하나님께서 이제 당신의 종들로 인해서 더 큰 걱정을 해야 하는가?’하는 민망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들의 욕심이 충돌하면 결국 하나님의 이름에 누가 되고 교회의 권위가 내려간다는 사실로 인해 스스로 덕스러운 양보나 거룩한 포기를 해야 할 이들이 아닌가?

성경에도 “서로 싸우면 망하고, 또 가정도 서로 싸우면 무너진다”(눅11:17)고 하지 않았나! 혹시라도 세상의 이웃들이 “하나님이 과연 교회에 계실까?”라는 걱정까지 할 것 같아 마음이 많이 착잡했다.

그러던 며칠 전, 그나마 반갑고 기쁜 일이 있었다. 작년 10월초 타주에 사시는 한 50대 남자 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었다. “한동안 제가 큰 배신을 당해 자살하려 했었는데 마음을 돌이켰습니다”라고 말문을 여시더니, “우체국공무원으로 17년 동안 성실하게 가정을 부양했는데, 어느 날 부인이 자신의 친구와 전 재산을 몽땅 가지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일을 당해서 차마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일을 그들과 자신에게 하고 삶을 끝내려 한 일년 간을 고민했는데 며칠 전, 우연히 한국마켙에 비치된 SAM의 북한선교 사연을 읽고 ‘그 생지옥같은 상황에서 생명을 살리고 또 살고자 하는 내용들’이 자신의 생각을 돌이키게 했습니다.”라고 설명을 하였었다.

그날 이후로, 필자는 그가 그 일로 느꼈던 분노와 상한 감정들을 이해하며 공감하는 전화상담과 편지를 통해 ‘라포(rapport-신뢰관계)’를 형성했다. 함께 눈물나는 기도도 드렸다. 그리고 두 달 후인 지난 성탄절에는 자신의 심경과 앞으로의 계획을 피력한 장문의 편지를 그로부터 받았다. 요점은 자신이 북한동족들은 형편상 못 돌봐도 가까운 곳의 홈리스들을 돌보며 살겠다는 내용(샘소식지 2월호 게재)이었다. 그러한 그를 마침 지난 주 북한선교홍보 차 방문 중에 직접 만났다. 우리는 놀라운 변화와 새로운 다짐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고, 그는 편지에서도 밝혔던 분명한 계기와 새 결심을 필자에게 또렷하게 들려 주었다.

“제가 이 세상을 떠나게 될 때, 어느 누가 나를 변치 않고 사랑했겠는가를 생각해봤는데, 그 마지막 순간에 변치 않고 끝까지 저의 마음 속에 누군가 분명이 있다면, 전 행복할 것이고요. 앞으로 어디서든지 무슨 일을 해서든 먹고는 살겠지만, 이제 나만 위해 살기보다는 못 먹고 잘 곳이 없는 이들을 도우며 사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하리라 생각돼요”라고 말하는 그의 눈에서 필자는 지금도 세상과 교회를 함께 걱정하시는 하나님의 눈물을 보았다. 그리고 쏟아지는 총알 속에서 자신은 총알받이가 되어 죽어가면서도 할머니는 살아있었음을 확인한 그 할아버지의 눈에는 지금도 그렇게라도 우리를 살리시려는 예수님의 피눈물도 고여있으리라.

올 겨울 북녘은 추위와 배고픔으로 300여 만 명이나 되는 생명들이 죽어갈 것이라고 국제구호단체들이 예상하고 있다. 주님께서는 세계선교를 위하여 우리동족들을 남겨놓으셨음을 믿으면서도 너무 많은 생명들이 우리들의 사랑과 돌봄이 없어서 그 뜻을 돌이키실까 염려스럽기 까지 하다. 지금 우리는 하나님의 큰 은혜 속에 살면서 동족들의 현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애타게 여기는 그런 눈물이 있는가? 혹 우리끼리의 미움과 욕심으로 그 눈물의 심정을 잊어버렸는가? 부디 북녘의 남은 생명을 살리시려 우리들 모르게 흘리시는 하나님의 눈물이 우리들의 미움과 분열, 욕심을 한탄하시는 눈물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박상원 목사_ SAM-USA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