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사람들 중 가끔 얼굴을 목도리로 감고, 선글라스를 끼고 내원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경우의 환자는 추운 겨울을 피하기 위해 따뜻한 곳으로 여행을 다녀갔다가 찬 바닥에 잠깐 누워있는다는 것이 일어나 보니 한쪽으로 눈과 입이 돌아가 구안와사가 온 사례가 있고, 어떤 환자 분은 버스의 창문에 얼굴을 데고 잠시 졸다가 입이 돌아갔던 사례도 있다. 예부터 어른들이 “찬 바닥에서 자지 마라, 입 돌아 갈라”라고 했던 말이 우리의 어떤 습관을 고치려고 했던 말이 절대 아니라 인체에 크게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구안와사는 뇌 신경 가운데 안면 신경에 마비가 와서 한쪽 얼굴의 안면 근육을 쓰기 힘들어진 상태를 말하는데, 눈이나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거나 처지게 되는 증상을 뜻한다. 자고 일어나 보니 얼굴이 마비돼 있다면 놀라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구안와사는 뇌졸증이 원인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뇌혈관이 폐쇄됐거나 뇌출혈이 되면서 대뇌에 이상이 생겨 안면 신경도 마비되는 것이다. 또 만성 중이염이나 당뇨병을 오래 앓는 경우에도 구안와사가 합병증으로 때론 나타나기도 한다.

구안와사 진행되기에 앞서 나타나는 증상들을 아래와 같다.

1. 감기의 초기처럼 느껴지는 나른함.

2. 두통과 어지러움증.

3. 비위가 편치 않고 토할 듯한 느낌.

그러다가 마비가 진행되면, 얼굴이 뻣뻣해지면서 눈썹이 처지게 되고 눈을 감고 뜨는 일이 힘들어 지게 된다. 눈이 잘 감기지 않아서 환자들의 눈은 먼지나 외부 물질들이 침범해 따가움을 심히 느끼게 되고, 눈물샘에선 침투된 외부 물질들을 닦아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눈물을 분비시키게 된다. 많은 환자들 중 눈물을 많이 닦다 보니 눈 밑이 빨갛게 염증이 일어나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또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게 되니 발음이 정확하지 않게 되고 식사할 때 음식물이 새기도 하고, 특히 물을 마실 때 입술이 닫히지 않다 보니 주르룩 흘리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된다.

“풍은 백 가지 병의 으뜸이다.”이것은 “내경”에 실린 유명한 문구로 “동의보감” 또한 이 구절을 사용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풍은 몸 밖에서 들어온 사기를 말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적풍이라 한다. 특히 몸이 허약한 상태를 틈타 침입한다고 해서 허사적풍이라고도 말하는데 사기가 침입하는 것은 몸의 혈기, 또는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에 침투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구안와사를 풍한의 사기 혈맥에 침입했다고 표현하고 있고 풍한이란 것은 찬 기운과 찬 바람을 말한다. 구안와사는 이런 풍한의 사기가 얼굴에 분포된 경락에 침입해 혈맥의 순환 장애와 함께 나타나는 것이다. 찬바람을 받는다든지 습하고 냉한 곳에서 잠을 잔다든지 했을 경우 구안와사가 발병하는 것을 바로 그런 이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