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이란 말이 있습니다.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과 같다’라는 말입니다. 넘치는 것이 잘 사는 것이고 모자라는 것은 무조건 못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세상에선 환영 받지 못할 말이지만 살다 보면,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상황을 만날 때가 적지 않습니다.

얼마 전 TV에서 본 한 할머니의 삶은 과유불급의 전형적인 예라 불러도 무방하리만큼 정말이지 ‘과유불급’한 것이었습니다. 이 할머니는 8남매의 7번째로 태어났습니다. 형제가 많아 대충대충 컸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6번째가 병으로 단명하는 바람에 오히려 어머니의 지극한 보살핌 속에 공주처럼 자랐습니다. 원하기만 하면 무엇이든 가질 수 있었던 할머니의 삶…바로 그것이 그 할머니에겐 슬픔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일류대 불어과를 졸업하고 전도가 유망한 부서에서 일하며 남들보다 더 누릴 수 있었던 할머니의 삶도 그녀를 더욱 헤어날 수 없는 허황된 삶으로 이끌었습니다. 작은 스낵 하나를 살 때도 할머니는 늘 백화점만을 이용했고 괜찮은 신랑감이 나타나도 ‘네가 어떤 아인데 그런 사람과 결혼을 해…’라는 어머니의 만류 속에 할머니는 늘 백마를 탄 왕자님을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세월은 갔고 그녀는 이제 70살이 훌쩍 넘은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이젠 그녀를 공주처럼 떠 받쳐주는 어머니도 없고 백화점에 가서 좋아하는 스낵을 턱턱 살 수 있는 경제적 능력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젠 백발이 성성하고 주름마저 얼굴에 한 가득 인 이 할머니에게 남아 있는 것이라곤 아직도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고 있다는 허황된 꿈뿐…이젠 정말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아담과 이브를 만드셨잖아. 아담의 갈비뼈로 이브를 만드셨지. 하나님이 나에게도 아담을 주실 텐데, 그래서 내가 만날 아담에게 걸 맞는 삶을 살아야 해. 호텔도 그냥 호텔은 안 되고 아주 좋은 호텔에 가서 밥도 먹어야 하고…’ 허공을 응시한 채 중얼거리는 할머니의 말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습니다.

가끔 이런 말을 듣습니다. ‘모자람에 축복이 있다...’ 한국의 대표적 지성 중 한 사람이라 일컬어지는 이시형 박사도 이런 말을 했습니다. “힘은 어디에서 유래하는 걸까? 정신의학적 설명을 하자면 힘은 모자람에서 온다. 배가 고파야 동물은 움직일 동기가 생기고 따라서 힘이 생긴다. 우리 민족의 저력은 바로 이 모자람에서 비롯되고 있다. 모자람의 미학이란 결코 없는 자의 자위가 아니다. 모자람은 축복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아니지만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때때로 우리에게 ‘모자람’을 허락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네가 보행자와 함께 달려도 피곤하면 어찌 능히 말과 경주하겠느냐 네가 평안한 땅에서는 무사하려니와 요단의 창일한 중에서는 어찌하겠느냐?” 모자람 속에서 더욱 하나님을 바라볼 수 있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