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스푼이 3년간 보살폈던 과테말떼꼬 바실리오(33세) 형제가 지난 연말 이민세관(ICE) 경찰에 연행되었다. 현재 펜실베이니아 모처에 있는 감옥에 수감되었고, 3개월 후에 과테말라 본국으로 강제 추방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도시빈민들을 초청해 성탄절 큰 잔치를 떠들썩하게 치른 다음날인 12월 26일 오후, 애난데일 236 도로변에 있는 CVS 근처에서 불심검문을 받았다. 지문 조회결과 그는 이미 지난해 10월 까르똥 아마릴요(Carton Amarillo, 노란색 경고 티켓)를 받았던 요주의 인물이었다. 알코올 중독 상태에서 도심지 배회, 무단횡단, 은행 소유가 된 빈집에 무단 침입하여 거주하다 페어팩스 경찰에 몇 번인가 연행되었다.

당시 페어팩스 경찰은 보석금 250달러를 징수한 후 방면하면서 엄중히 경고했다. “다시 또 연행될 경우 추방될 것이니 각별히 주의하라.” 초췌한 모습으로 유치장에서 나와 고해성사처럼 했던 말이 귓전을 맴돈다. “술과의 전쟁에서 번번이 실패했지만, 이젠 진짜 개과천선하겠다. 아쉽지만 술과는 영원히 짜오(Chao, 결별)하겠다.” 닭똥 같은 눈물을 떨어뜨리며 흐느끼는 그가 애처로워 굿스푼 형제들의 집을 열어 다시 보금자리를 꾸미게 했다.

이번엔 진짜 심기일전하는 듯 했다. 두 달 동안 베트남 건축업자와 열심히 일을 했다. 돈 빌려 치렀던 보석금 원금과 이자도 모두 갚았다. 성탄절과 신년새해에 식구들에게 보낼 설빔과 여섯 살배기 아들의 장난감을 쇼핑하면서 행복해 했다.

세밑의 심란함을 견디지 못해선가? 술의 유혹은 또 다시 죽음보다 강하게 마수를 뻗쳐왔고, 끝내 까르똥 로호(Carton Rojo, 빨간색 추방 티켓)를 받고 퇴장 수속을 밟고 있다.

과테말라 싼 마르꼬스(San Marcos)가 고향인 바실리오 바스께스(Basilio Vasquez)가 굿스푼에 첫 발을 디딘 것이 2008년 3월초다. 꽃샘추위가 남아 있던 초봄이라 조석으로 칼바람이 불고 서리발이 여전하던 때였다. 165cm 정도의 중간키, 얼핏 45kg 정도 될 듯한 몸집을 가진 그는 영양실조로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몽골계 마야 인디오의 피가 짙게 섞인 얼굴에 광대뼈가 도드라졌고, 떡덩이처럼 큼직한 기미가 내려앉은 모습은 고단한 행로를 짐작케 했다.

멕시코 마따모로소에서 리오 브라보(Rio Bravo) 강을 건넜다. 텍사스 휴스턴까지 나흘 동안 밤이면 으스름 달빛을 의지하여 황무지를 걸었다. 낮에는 바위 틈에 숨어 국경 수비대의 불꽃같은 눈초리를 피해야 했다. 햇볕에 까맣게 그슬리고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채 아무 연고 없는 애난데일에 도착해 낯선 굿스푼의 문을 두드렸던 것이다.

애리조나 주를 필두로 전국 여러 주에서 반 이민법을 제정하여 “불체자 고우 홈”을 강력히 시행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3년 동안 85만 명을 추방 할 때도, 페어팩스 카운티는 라티노 밀입국자에게 뜨랑낄로(Tranquilo, 잠잠하다) 했다. 프린스 윌리엄, 스테포드, 스팟실바니아, 메릴랜드 앤 아룬델 카운티와 달리 불체자에 대해 비교적 관용을 보였었다. 번번이 경고했음에도 매번 무시한 범법자에겐 추방이란 레드카드를 꺼냈던 것이다.

그가 살았던 굿스푼 셸터엔 옷가지 몇 벌과 지독한 난시를 교정하려고 한인 안경사가 정성껏 만들어준 뿔테 안경과 끼니때마다 만들어 먹었던 또르띨랴 옥수수 가루 봉지가 반쯤 담긴 채 덩그란히 남아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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