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떠난 한국 학생 110여명이 현지에서 여권을 압수당하고 억류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캠프·어학연수 업계에선 “일부 업체의 부실 운영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는 반응이다.

14일 유학업체 한 관계자는 “5년 전부터 일부 업체들이 관광비자나 무비자로 학생들을 데려와 어학연수를 시키다 문제가 발생한 일이 종종 있었다”고 실토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업체들은 해외 콘도나 리조트를 임대해 브로커를 통해 학생들을 모집하고, 현지에서 광고를 통해 강사를 모집하는 식으로 프로그램을 짜맞추다 보니 운영이 부실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영어 캠프나 어학연수차 필리핀을 찾는 한국 학생들이 많아지고 일부 문제가 생기면서 2년 전부터 필리핀 당국은 이를 관리·감독하기 위한 단속을 강화, 외국인 학업허가증(SSP·Special Study Permit)을 발급받지 않고 어학연수를 운영하는 사례를 적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학부모들은 물론 업체들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통상 15-20만원이 드는 SSP 발급을 받지 않는다거나 필리핀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모두 불법이지만, 이를 알려주는 곳은 많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캠프나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감독하고 관할할 국내 기관이 없다는 점이다. 프로그램 특성상 교육과 관광의 성격을 모두 갖춰 정부 기관들은 책임 소재를 서로 떠넘기고 있다. 사정이 그러니 학부모들은 피해를 당해도 호소할 곳이 마땅치 않다.

캠프나라 김병진 사무국장은 “예전 부실운영으로 문제가 됐던 업체가 이름만 바꿔 다시 학생을 모집한 사례도 있다”며 “최소한의 피해를 막기 위해 학부모들이 프로그램을 주최하는 업체를 직접 찾아가 보거나 설명회에 참석해 믿을만한 기관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외 영어캠프 선택법 10계명

최근 관련법규 부재를 틈타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해외 영어캠프 단체들이 유학원, 어학원, 유사 학원 등을 포함해 약 4,500여곳이 넘기 때문에 관련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따라서 선택시 꼼꼼하고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인터넷, 신문 등의 광고나 홍보물만을 믿고 결정하기보다 사전에 캠프 공개설명회에 직접 참가해 보는 ‘발품’은 기본이고, 보험 및 실적 등의 서류를 비교하는 것이 좋은 해외캠프 선택의 첫걸음이다.

1. 캠프 공개 설명회(오리엔테이션)는 꼭 참가하자

해외 영어캠프는 평균 400만원 이상의 고가 캠프가 많으므로, 교육적 역할을 기대한다면 선택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프로그램, 숙식시설, 안전대책, 강사진들을 공개적으로 소개하는 설명회(오리엔테이션)에 반드시 참가하자. 캠프 설명회의 개최 여부는 단체의 재정적 능력, 행사 운영능력, 강사진 현황을 한번에 파악할 수 있어 더욱 중요하다.

2. 백화점이 아니라 전문점을 선택하자

백화점식으로 세계 각국의 해외 영어캠프를 모두 취급하는 단체들은 실제로 캠프를 운영하지 않는 알선업자일 가능성이 크다. 동일한 일정으로 3개 이상의 다양한 국가, 또는 지역에서 동일 기간 내에 캠프를 개최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 단체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몇몇 교육 대기업 외에는 거의 없다. 전문단체의 선택은 해당 홈페이지를 통해 충분히 알 수 있는데, 캠프 현황에 겨울방학 중 세계 각국의 모든 영어캠프를 개최한다면 알선업자(브로커)라 생각하면 된다.

3. 지난 캠프의 보험 가입서류를 제출 받자

실제로 해외 영어캠프를 주관 운영하는 단체인지, 알선업자인지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보험가입 서류다. 지난 캠프 가입실적을 받음으로써 많은 것을 파악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알선업자들의 경우 단체 명의로 보험 가입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제로 캠프를 운영하는 단체인지 확인할 수 있고, 지난 행사에 몇명이 참가했는지, 기본적인 안전 대책을 마련했는지도 알 수 있다.

4. 허가 받은 숙식 및 교육 시설인지 확인하자

해외 캠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숙식 및 교육시설이다. 가끔 무허가 시설에서 무허가 강사들이 캠프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북미 및 필리핀의 경우 민박 등 숙박시설도 정부 및 자치주 허가를 받아야 운영할 수 있으므로, 허가번호를 통해 한국에서도 조회가 가능하다. 반드시 숙식 관련 인허가 사항을 확인하고, 사립학원의 경우 영어 등 해당 과목 교육을 위해 설립된 교육시설인지 반드시 확인하자.

5. 어떤 종류의 비자를 발급받는지 확인하자

무허가 단체들의 경우 참가자에게 해당 국가의 관광 비자를 받게 한다. 또 현지에서 무허가 숙박시설 및 무자격 강사들을 활용해 영어캠프를 운영하는 단체도 부지기수다. 반드시 허가된 시설에서 학생으로서 영어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생 비자(미국,캐나다 등) 또는 SSP 비자인증(필리핀)을 받는지 확인하자.

6. 네트워크를 활용하자

주변 친척 및 지인 소개로 이전 참가했던 캠프 전반에 걸친 충분한 상담이 초보자들에겐 쉽게 좋은 캠프를 찾는 방법이다. 초등학교 3학년 이하인 경우 믿을만한 단체를 선택한 후 자녀 혼자 보내지 말고 친구 및 친척을 같이 보내는 것도 현지 적응에 보다 효과적이다.

7. 홈페이지는 모두 믿지 말고 직접 확인하자

실제로 캠프를 운영하지 않으면서 홈페이지만 그럴듯하게 꾸며놓고, 전세계 각국의 모든 영어캠프를 취급하는 것처럼 보이는 업체들도 많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운영할 수 있는 업체는 없다. 캠프 설명회에 참가하지 못한다면 반드시 시간을 내 회사를 직접 방문하고 상담을 받아서 인력 구성이나 관련 허가사항, 안전대책, 운영능력 등을 확인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

8. 지난 캠프 참가자들의 의견을 알아보자

지난 캠프 참가자들의 의견과 반응, 캠프 중 발생된 문제점들 살펴보는 데는 홈페이지가 효과적이다. 홈페이지가 아예 없거나, 의견을 적을 수 있는 게시판이 부실한 곳, 등록된 글의 내용 및 수가 너무 적은 경우는 일단 한번쯤 의심해야 한다. 가끔 캠프 업체 홍보를 위해 본인들이 직접 등록하고 답변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내용을 꼼꼼히 읽어야 한다. 칭찬하는 글만 있고 불만의 내용이 전혀 없는 것도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다.

9. 경험있는 캠프 주관 단체를 선택하자

캠프 실적이 있는 단체를 선택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 지난 캠프 운영을 위한 기획안, 홍보지, 자료집 등을 받아 보면 실제 캠프를 운영하는 단체인지, 지난 캠프는 운영이 어땠는지 확인할 수 있다. 홈페이지 내용들은 급조할 수 있지만 홍보지, 자료집 등의 제작은 캠프 실적이 없는 단체들이나 알선 업자들에게는 불가능하다.

처음으로 해외 캠프를 운영하는 단체는 가급적 보내지 않는 것이 좋다. 자녀들이 그 단체의 시범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3년 이상의 경험과 실적이 있는 단체의 캠프를 보내는 것이 안전하다. 또 학부모 중 주최단체와 주관단체를 혼동해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신규 캠프 단체들이 언론사, 대학, 기관 등의 이름을 앞세워 참가자를 모집하는 경우가 많은데, 캠프 운영 및 사고 책임은 주관단체에 있으므로 이들의 실적을 면밀히 검토하고 선택해야 한다.

10. 만약을 대비하여 계약서, 연락처 등은 꼼꼼히 챙기자

6개월 이상 체류하는 해외 영어캠프는 관광법과 관광진흥법을 따르게 된다. 해외캠프 신청에 있어서 광고를 보고, 홈페이지를 본 후 전화로 문의하고 입금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막상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참가자 및 보호자가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입금하기 전에 반드시 계약서를 받아 꼼꼼하게 환불규정, 보험내용, 안전대책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이다. 또 만약을 대비해 사업자등록증, 관련허가증 번호도 적어 두는 것이 좋다. 간혹 참가비를 받은 후 잠적하는 단체가 있지만 피해 보상이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