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분 간의 연설을 마치고 단상을 내려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기립박수와 환호로 한동안 서있어야 했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엄숙했다.

사회자인 애리조나대 총장이 단상에 올라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이 감동적이었다며 감사를 전하자 장내의 14,000여명의 사람들은 다시 기립해 박수와 환호로 공감을 표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퍼스트레이디 미셀 오바마의 손을 잡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애리조나 투산에서 현역 연방하원을 향한 총격으로 6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부상당한 충격으로 비통에 잠겨있는 미국인들의 상처를 위로하고 이 비극을 미국의 도약으로 승화시키도록 다짐시키는 명연설을 했다.

지난 12일 애리조나대에서는 지난 8일 발생한 총격으로 사망한 6명을 기리는 추도식이 열렸다.

재닛 나톨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과 에릭 홀더 법무장관이 추도사로 성경구절을 각각 읽은 후 단상에 오른 오바마 대통령은 “나는 오늘 저녁 모든 미국인들처럼 당신들과 함께 무릎꿇고 기도하며 당신 옆에 있기 위해 왔다”며 추도사를 시작했다.

그는 사망한 6명을 한명한명 소개했다. “연방판사인 존 롤은 40년간 법조계에서 활동했다. 그의 동료들은 그를 제9 순회법원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판사라고 말한다. 그는 매일처럼 성당 미사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고 자신의 연방의원에게 인사를 하려고 왔다. 존의 유가족으로는 아내와 세 아들, 5명의 아름다운 손주들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이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았지만 미국인들의 마음을 벅차게 하는 이유가 있다며 위협을 무릅쓰고 희생자를 구하고 총격범을 제압한 시민들을 소개했다.

그는 먼저 이날 머리에 관통상을 입은 가브리엘 기포트 연방하원 사무실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대니엘 헤르난데스에게 감사를 표했다.

“대니엘, 당신은 사양하지만 우리는 당신을 영웅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당신은 그 혼란 가운데서도 당신의 상관에게 달려가 상처부위를 누르며 지혈해 그녀의 생명을 구했기 때문입니다”

이날 대니엘은 앞선 행한 추도사에서 자신은 영웅이 아니라 총상을 입은 사람들을 치료한 의사나 간호사들이 영웅이라고 사양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격투로 총격범을 제압한 2명의 남성과 총격범이 탄창을 바꿀 때 달려들어 이를 막은 한 여성, 그리고 의료팀을 소개했고 이들이 자리에 일어서자 장내는 큰 박수와 환호로 가득했다.

그는 “이들은 영웅이 전장에만 있지 않고 영웅은 특별한 훈련이나 힘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줬다”며 “영웅은 우리 주변 동료시민들의 가슴에 있다”고 칭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망한 6명을 기리기 위해 가장 먼저할 일은 비극의 원인과 대책을 찾는다며 서로를 비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치유하는 대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자신의 내면을 성찰해야 한다며 연로하신 부모님과 시간을 충분히 보내고 있는지, 그들의 희생에 감사하고 있는지, 아내에게 매일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아야 한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이 지구상에서 짧은 시간을 사는 동안 중요한 것은 돈, 지위, 권력, 명성이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우리가 다른 사람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데 작게나마 얼마나 기여했는가입니다”

이날 추도사에서 가장 큰 박수와 환호를 받은 부문은 6명의 사망자 중 한명인 9세 크리스티나-테일러 그린에 대해 말할 때였다.

“크리스티나는 이제 막 민주주의와 시민의 의무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고 언제가 그녀 자신이 이 나라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조금 알기 시작한 소녀입니다. 학생회 의원으로 선출되었던 그녀는 공직을 흥미롭고 희망찬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롤모델인 여성 하원의원을 보려고 이날 왔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저는 우리가 그녀의 기대에 부응하며 살기를 원합니다. 저는 우리 민주주의가 크리스티나가 상상했던 것처럼 좋기를 원합니다. 저는 미국이 그녀가 상상했던 것처럼 좋기를 원합니다. 우리 모두는 이 나라가 우리 아이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해야 합니다”고 역설했다.

이날 연설 중 가장 긴 기립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그는 크리스티나가2001년 9월 11일에 태어난 50명의 아기 중 한명으로 그 때 태어난 아기들 사진을 모은 ‘희망의 얼굴’이라는 책에 읽는 글을 읽었다. 크리스티나 사진 옆에 적힌 이 글은 그녀의 인생에서 이뤄지길 바라는 3가지 간단한 소망이었다.

“나는 너가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기를 바란다” “나는 너가 미국가의 모든 가사를 알고 가슴에 손을 얹고 부르기를 바란다” “나는 너가 빗물이 고인 곳에서 뛰놀기를 바란다”

오바마 대통령은 “천국에 빗물이 고인 곳이 있다면 크리스티나는 오늘 그곳에서 뛰놀 것입니다”라고 말한 후 “여기 지구에서 우리는 우리 손을 가슴에 놓고 미국이 그녀의 부드럽고 행복한 정신이 깃든 영원한 가치있는 나라로 꾸준히 정진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고 말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오는 순간이었다.

이 때 퍼스트 레이디인 미셀 오바마는 울었고 많은 사람들도 울면서 기립박수를 약 1분간 보냈다.

이 추도사는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터진 비극으로 그가 한 3차례 추도사 중 가장 강력하고 감동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진보정책으로 그를 곱지 안게 보는 미국 내 보수층들도 이 연설만큼은 큰 지지를 보내고 있다.

대표적 보수 TV쇼 진행자인 글렌 벡은 “이 연설은 그가 했던 최고의 연설”이라며 “어제밤 진심으로 당신이 미국의 대통령이 된 것이 고마왔다”고 말했다.

이날 34분의 연설동안 45차례 박수를 받은 이 연설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관여해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밤 늦게까지 본인이 직접 쓰고 연설 1시간 전까지 수정해 이날 연설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보통 국가적 비극이 있으면 미국의 역대 대통령은 짧게 추도사를 해왔는데 오바마 대통령은 예외적으로 34분동안 하며 미국인들을 상한 마음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일으켜세워 ‘위로자 대통령’의 역할을 십분 발휘했다는 것이 주된 평가다.

기사제공=케이아메리칸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