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뉴욕교회(담임 김은철 목사) 다민족 영어예배부를 처음 방문한 중국인 성도는 남편이 교회로 그를 인도했다. 남편은 뉴욕교회를 13년째 다니는 한국인이다. 부부가 함께 교회에 다니고 싶었지만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런 부부에게 다민족 영어예배부는 안성맞춤의 둥지였다.

나이가 70이 넘어서 "나는 나이가 많아서 늦어요. 그러니 여러분이 도와주세요.(I'm slow. So I need your help")"하는 그녀에게 유대인 할머니 한 명은 "나는 74세"라며 걱정할 필요 없다는 듯 반가움을 표했다.

뉴욕교회 다민족 영어예배부는 특별한 EM이다. EM이지만 한국인 또는 청년만 있는 EM이 아니다. 한국인에서 아프리칸 아메리칸까지, 청년부터 94세 노인까지 같이 예배하고 교제하는 Crossroad International English Ministry다.

스패니쉬 2명으로 싹이 트다
60여 명 중 1/4이 한인, 나머지는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


뉴욕교회 영어예배부는 2000년 한인 2세들과 지역 주민을 위해 시작됐다. 그러나 회중의 대부분이 한인 1세, 2세 청년들이어서 청년부로서의 역할만 했다. 외국인 회중은 국제결혼한 교인의 가족 또는 친구였던 2-3명뿐이었다. 그러다 2008년 초 영어예배부에서 다민족 영어예배부(정식 명칭: Crossroad International English Ministry)가 나누어져 영어예배부는 한어권 중심으로, 다민족 영어예배부는 영어권 중심으로 재편됐다.

나이대가 비슷한 청년들끼리 예배를 드리고 싶다고 해서 젊은 한어권 청년과 유학생들을 떼어 놓고 보니 2-3명의 외국인 멤버와 소수 장년층만 남은 상황이었다. 나갈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흩어지기 직전의 상황에서 남은 멤버들은 기도하며 지역 선교에 초점을 맞춰 방향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때부터 하나님이 일하기 시작했다. 교회 선교부에서 일 년에 한번 실시하는 스패니쉬 노동자 초청 잔치 등을 통해 몇 명의 스패니쉬 교우들이 오기 시작했다. 또한 엘머스트에 있는 스패니쉬 교회가 문을 닫으면서 성도 5-6명이 뉴욕교회에 다니는 친구의 인도로 찾아왔다. 그때만 해도 영어예배부가 아닌 스패니쉬 예배부로 하나님이 이끌어가시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점차 한 명, 두 명 교회 인근에 사는 외국인들이 오기 시작했다.

그 뒤로 3년이 2010년에는 한국, 이탈리아, 일본, 중국, 독일, 프랑스, 이집트, 필리핀, 영국, 베네수엘라, 페루 등 세계 각지에서 온 여러 인종의 사람들이 매주 50 -60명가량 모이기에 이르렀다.

외국인 이끈 매개체는 예배 안내 현수막

근처에 사는 주민과 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교회로 이끈 가장 큰 매개체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놀랍게도 교회 코너에 걸려 있던 작은 현수막이었다. 영어예배부 안내 현수막을 보고 오게 된 회중들이 60% 정도였다.

교회 옆을 지나치는 버스를 운전하는 한 아프리칸 아메리칸도 영어 예배 안내 현수막을 보고 교회에 처음 오게 돼 지금껏 3년 넘게 봉사하고 있다.

청년들이 많이 가는 맨해튼에 있는 다민족교회를 다니던 퀸즈에 사는 미국인 청년도 합류했다. 퀸즈에서 맨하탄까지 가기 어려워 이곳에 한 번 왔다가 정착했다.

거리가 가까워 교회에 왔다가 정착한 사람들이 친구를 전도하고 전도된 친구가 또 다른 친구를 전도해 오며 성도들이 늘었다. 엘살바도르 출신의 알리아 자매는 "친구가 교회 피크닉에 초대해 처음 오게 됐다. 플러싱에 있는 다민족교회에 다녔지만 이곳에 오니 작은 교회라 사람들이 서로 다 잘 알고 사랑하는 것이 좋아서 오게 됐다"며 "벌써 친구 한 명을 전도했다"고 전했다.

거리상 가까워 교회를 찾았다가 정착한 경우도 많지만 뉴저지나 브롱스, 롱아일랜드에서 오는 성도들도 적지 않다. 지금은 근처로 이사 왔지만 일본인 성도 한 명은 뉴저지에서 버스를 타고 교회에 다녔다. 그는 이 교회에서 처음 하나님을 알게 되고 믿게 돼 신학을 공부해서 전도하겠다는 꿈도 품게 됐다. 어머니와 딸이 브롱스에서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다니기도 한다.

한 성도는 "각자 교회에 첫발을 디딘 때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것은 그들 모두를 하나님께서 불러모은 것이라는 것을 의심할 수 없게 만드는 간증 거리들"이라고 전했다. 교우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모든 민족이 한자리에 모여 예배드릴 수 있는 자리가 있는 뉴욕교회가 너무나 좋다고 말한다.

담임 교역자도 없었지만 필라델피아에서 한 달에 두 번씩 설교를 위해 교회를 찾는 Keith Coleman 목사와 다른 설교자들의 수고, 선교의 열정을 가진 회원들이 한마음으로 서로 이끌어주고 가르쳐주며 다민족 영어예배부는 성장했다.

담당교역자를 보내달라고 모든 회원이 기도한 결과 작년 9월부터는 고경훈 목사가 부임했다. 그들은 다민족 영어예배부의 한 치 앞을 알 수 없지만, 하나님께서 정확히 원하시는 모습으로 빚어가고 계신다는 것 한 가지는 안다.

여기가 '내 교회'

지나가던 나그네처럼 들렀던 이들도 이제 다민족 영어예배부의 주인이 되었다. 그들은 이제 교회를 '내 교회'라 부른다.

초신자가 찾아오면 모두 둘러싸고 성경을 읽어주고 전도한다. 몇몇 스패니쉬 형제·자매들은 자진해서 주일 점심을 포기하고 그 시간 찾아오는 스패니쉬 노동자에게 전도한다. 누군가 주일에 결석하면 시키지 않아도 서로들 전화하고 기도해준다.

간식을 준비해 놓으면 손님처럼 먹던 그들이 이제는 자진해서 손수 과자며 자기 나라 고유 음식까지 만들어와서 함께 나눈다. 또한 교회 부엌에 들어가 설거지도 하는 등 섬김 받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섬기려고 한다.

우리도 한 지체

또한 처음에는 교회에 외국인이 점점 많이 오는 것을 불안하게 생각하고 외국인 교우는 그냥 교회에 잠깐 들른 방문객 정도로만 생각하던 교우들도 많이 바뀌었다. 그래서 한인 교우들도 외국인 교우들이 이 교회의 주인임을 점점 깨닫고 있다.

다민족 영어예배부는 한인 교우들과의 벽을 허물고자 단기 선교에도 함께 한다. 작년 처음 시작한 페루 단기선교에는 다민족 영어예배부의 페루인이 참여해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남미 단기선교에는 스패니쉬 교우들이 통역으로 큰 역할을 했으며 간호사를 하는 필리핀 자매는 의료선교로 니카라과에서 봉사하기도 했다.

그 외 교회에서 주관하는 찬송가 발표회, 야유회, 바자회, 크리스마스 행사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자신들도 뉴욕교회의 한 지체임을 알린다.

외국인 교우들도 한인 교우들의 민족성과 문화를 이해하게 되었다. 모르는 사람끼리도 자연스럽게 인사하는 것이 문화인 그들로서는 교회에서 마주쳐도 인사하지 않는 한국인 교우들이 처음에는 오해되기도 했다. 하지만 무뚝뚝해도 속으로 정이 많은 한인의 민족성에 조금씩 익숙해져 갔다.

처음에는 한국 음식을 꺼리던 그들이 이제는 김치도 알고 젓가락질도 재미있어 한다.

비행기 타고 가지 않아도 땅끝까지 갈 수 있는 곳, 뉴욕

뉴욕은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특수한 곳이다. 400개 민족이 모여 187개의 언어를 쓰며 사는 뉴욕에서는 비행기를 타고 땅끝까지 가지 않아도 땅끝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뉴욕교회 다민족 영어예배부는 교회 가까이에 사는 많은 종족을 전도하는 것도 세계 선교에 동참하는 하나의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그리고 항상 기대 이상으로 채워주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이 꼭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 마음 설레며 힘을 얻는다.

뉴욕교회 다민족 영어예배부의 주일예배는 12시 50분부터 2시, 성경공부는 주일 오전 11시-12시, 청년 성경공부는 금요일 오후 8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