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 감사와 찬송을 올립니다. 우리 교회에 왔을 초기에 20년이나 그 이상 군 생활을 한 분들을 만나며, “어떻게 그 긴 세월을 군에서 보냈을까? 가능한 일인가?”하고 속으로 물어보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한 교회에서 30년 3개월의 사역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요 많은 성도들의 기도와 협력이었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성도님들, 감사합니다.

지금 이 편지를 쓰는 순간 지난 30년 동안에 겪은 희로 애락의 추억들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어떤 분은 “과거는 잊지 말아야 하는 것입니까? 또는 묻지 말아야 하는 것입니까?”라는 묘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잊지 말고 꼭 기억해야 할 것’과 ‘묻지 말고 잊어버려야 할 것’을 말씀해 줍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는 기억하고 싶은 것을 다 기억할 수 없으며, 잊고 싶은 것을 잊지 못하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성도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다 기억하지 못합니다. 한 마디로 “나는 제일 침례교회 성도들의 사랑을 먹고살았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의 가슴을 아프게 한 일들이 많지는 않았으나 더러 있었습니다. 2010년에 많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제가 잘못한 것도 있습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예수께서 고뇌 속에 기도하신 이유는 33세의 젊은 청년이 십자가의 처형을 앞에 둔 고뇌와 모든 인류의 죄를 걸머지고 하나님께 버림받는 고뇌로만 저는 설명해왔습니다. 그런데 사람에게 버림받을 것을 내다본 고뇌도 포함된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이젠 3년 동안 사랑하고 가르친 제자들이 버릴 것을 아시고 괴로워하셨던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루살렘에 들어오실 때, “호산나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하며 환영하던 무리가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하며 돌변할 것을 내다보시면서 고뇌하셨습니다. 제자들 중 하나가 당신을 판 것을 생각하며 고뇌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주님의 고뇌 속에는 이런 것들도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구원의 사랑, 예수님의 희생적 은혜, 그리고 성령님의 떠나지 않는 임재와 도움입니다. 우리는마음대로 잊을 수는 없지만 묻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과거의 실수와 상처와 아픔을 묻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 대신 30년 동안에 있었던 아름답고 은혜로웠든 일들은 늘 마음에 간직하고 기억하며 살려고 합니다.

저에게는 꼭 기억하고 싶은 수많은 일들이 우리 교회에서 있었습니다. 그것들을 기억하며, 성도들을 그리워하며,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리고 그분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싶습니다. 새벽 기도회를 위해 밴도 몰고, 교회 주변을 쓸고 있는 노(老) 집사님처럼 쓸고 싶은데 ... 성령의 인도를 받는 성도들이 되소서.
샬롬!

목양실에서 문창선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