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마지막 주일인 26일,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가 ‘무소유’ 조기 은퇴를 실천에 옮기며 교계에 큰 울림을 전했다.

이날 오후 6시 지구촌교회 분당성전에서 열린 이동원 원로목사 추대 및 진재혁 담임목사 취임예배는 시종 엄숙한 가운데서도 웃음꽃이 만발한 축제였다. 이동원 목사가 인사를 전하는 동안 많은 성도들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으나, 당분간 동역체제로 운영되는 만큼 전체적으로는 이 목사의 17년간 지구촌교회 사역을 축하하고 제2기 사역인 GMN(Global Ministry Network)을 격려하는 모습이었다.

오케스트라의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 연주 등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린 뒤 시작된 예배에서는 이동원 목사·진재혁 목사와 인연이 깊은 목회자 및 장로들이 순서를 맡았다.

‘함께하시는 하나님(수 1:1-9)’을 제목으로 설교한 홍정길 목사(남서울은혜교회)는 “이동원 목사님은 청년들을 위한 전도자로, 성경 교사로, 가정 교회로, 제자훈련으로, 마지막으로 우리가 가야 할 또다른 길인 영성훈련으로 한국교회에 필요한 하나 하나를 순차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신 분”이라며 “이제까지 그가 한 사역을 본다면 은퇴해도 유감이 없을 정도이고, 하나님께서 저 친구를 유감없이 사용해 주셨다”고 운을 뗐다.

홍 목사는 “저 친구가 위대한 게 아니라 저 별 볼일 없는 친구가 믿는 예수님이 정말 위대하신 분이라는 생각은 제 신앙고백이자 본인(이동원 목사)의 신앙고백일 것”이라며 “하나님께서 그처럼 아름답게 때에 맞게 사용해 주신 그의 사역이 이제는 그 깊이를 더해가는 놀라운 시간들이 열려질 줄 믿는다”고 먼저 은퇴하는 후배를 축하했다.

진재혁 목사에 대해서는 “이러한 이동원 목사의 후계자로서 그 모든 일들을 감당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여호수아가 모세의 사역을 어떻게 감당했는지 생각하면서 그 은혜의 길을 따라 언제나 함께하시는 하나님의 말씀만 붙잡고 행진해 나가라”고 격려했다. 또 “두렵겠지만, 이동원 목사를 능력으로 사용하셔서 여기까지 이르게 하신 하나님을 믿고 나간다면 이보다 더 큰 일도 일으키실테니 두려워 말고 놀라지 말라”고도 했다.

▲이동원 목사가 9권으로 편집한 지구촌교회 사역매뉴얼을 후임 진재혁 목사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어 원로목사 추대와 담임목사 소개, 이·취임인사, 두 목사가 함께하는 취임서약·성의증정·교회열쇠 및 사역매뉴얼 인계 등이 이어졌다. 방광석 지구촌교회 장로(청빙·승계위원장)는 “GMN 사역에 힘써 중보하고 동역할 것을 서약하며, 지구촌교회 운영규정 6조와 사무총회의 결의에 따라 이동원 목사를 원로목사로 추대한다”며 “당신의 땀과 눈물의 기도는 성도들의 비전과 회복의 씨앗이 됐다”고 선언했다.

사역매뉴얼은 지난 1년간 지구촌교회의 모든 사역을 9권의 책으로 정리한 모음집이다. 이 목사는 “이대로 하라는 것은 아니고, 이를 기초로 더 발전시키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에 진 목사는 이 목사의 GMN 사역을 격려하는 의미로 이 목사에게 대형 지구본을 깜짝 선물로 증정했다.

이동원 목사는 ‘다섯 가지 참회와 다섯 가지 감사와 두 가지 기대’라는 인사말을 전하며 성도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 목사는 “늘 서는 강단이지만 오늘은 이모셔널(emotional)한 느낌이 있어서 써온 것을 읽겠다”며 “성도 여러분, 존경하는 동역자 여러분, 그동안 모든 허물들을 용서해 주시고 잊어 주십시오,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진재혁 목사는 “이 목사님께서 많은 참회와 감사와 기대를 말씀하셨는데 저는 그렇게 많이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다”며 “먼저 주님의 섬세하신 사랑과 인도하심에 감사드리고, 다만 이 자리에 설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이자 부족한 종을 이 자리까지 부르신 하나님께서 저를 사용하셔서 하나님 뜻대로 순종하고 이뤄 나가는 조그만 부분을 기도로 겸손하게 감당하는 삶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 때문”이라고 전했다.

진 목사는 “제 삶 가운데 가장 큰 영향력을 베풀어 주신 목사님의 사랑과 성도 여러분의 기도 가운데 지구촌교회에 갖고 계시는 하나님의 뜻과 예정하심이 모두 이뤄지는 데 함께할 수 있기를 원하고, 주님 은혜로 주님 의지하면서 그 길을 가고자 한다”며 “부족하지만 저희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동역을 위해, 동역을 향해 함께 꿈꾸는 하나님 나라가 우리 삶 가운데 아름답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동원 목사가 인사를 전하자 성도들이 아쉬운 듯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어 영상축사와 격려사, 축사 등이 이어졌다. 강준민 목사(새생명비전교회)는 “이동원 목사님은 따뜻한 카리스마에 지성과 영성의 균형을 이루신 목회자의 모범이시고, 수많은 목회자와 선교사들에게 그 길을 걷도록 인도하신 귀한 목사님”이라며 “진재혁 목사님과의 아름다운 세대교체 또한 모든 교회와 사역자들에게 모범이 됐고, 진정으로 앞으로의 사역 가운데 하나님의 크신 은혜가 있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외에 박희민 목사(CBS America 이사장),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로버츠 총장(미드웨스턴 침례신학대)도 영상으로 축사했다.

이어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직접 참석해 격려사를 전했다. 김 지사는 “목사님께서 다 채우지 않으시고 비우는 이 마음, 이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오셔서 가르치신 진정한 사랑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 목사님이 떠나시면서 보여주신 모습은 우리들에게 어떤 커다란 교회 건물이나 3만명의 성도보다 더 큰 가르침과 교훈을 주고, 한국교회가 정말 얼마나 가능성이 있고 위대한지, 지구촌 모두를 복음으로 큰 감동을 줄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후 하용조 목사(온누리교회), 김영주 목사(NCCK 총무), 고명진 목사(수원중앙침례교회) 등이 축사를 전했다. 하 목사는 “이 목사님을 보면서 언제 은퇴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고, 자극과 도전을 주신다”며 “이 목사님은 새로운 비전과 목표를 향하여, 진 목사님은 창조적 목회를 통해 한국교회가 보지 못하는 곳을 보고 도전하는 일에 전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이 목사님은 교회 개척 과정이나 사회에서 감당해야 할 책무, 설교에서 큰 영향력을 한국교회에 주셨고 은퇴까지 한국교회 전체에 귀감이 되셨다”며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 결단하셨기 때문에 더 힘드셨을텐데, 은퇴 자체가 교회의 주인은 하나님이라 선언하시는 하나의 사역”이라고 축사했다. 고 목사는 “하나님께 인정받지 못하고 지구촌교회 담임목사가 될 수 있겠느냐”며 “진재혁 목사님이 모두에게 인정받아 후임 목회자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맡기신 직임을 잘 감당해 전세계에 더 멋지고 근사한 성경적이고 건강한 복음적인 교회 이루시길 바란다”고 덕담했다.

이외에 대표기도는 정근모 장로(전 명지대 총장), 성경봉독은 박창환 목사(침미준 회장), 축도는 윤태준 목사(기침 총회장) 등이 각각 맡았다. 축가는 송정미 사모와 지구촌 소울싱어즈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