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다른 주에서 연락을 드립니다. 저는 한국에서 이 지역에 온지가 약 10여년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한 교회를 다니며 지금까지 섬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년 전에 저희 교회에서 옛 성전을 허물고 새 성전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새 건물은 이미 완공되어서 입당 예배까지 드렸는데, 문제는 그 동안 저희 교회가 건축 비용을 갚지 못한 상태에서, 융자 빚이 자꾸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몇 번에 걸쳐 온 성도가 작정 헌금을 하기도 했지만, 새 성전을 위해서 워낙 큰 융자를 받았기 때문에, 아직도 갚아야 할 빚이 상당히 남아 있습니다. 이제는 교인들도 많이 지쳐있고, 어떤 성도들은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실 저는 교회 재정을 책임지고 있는 집사인데, 제직회에서 “저도 사임할테니 모든 제직들이 사임하라”고 말하면서, 새로운 조직으로 개편하고 싶습니다. 이런 뜻을 목사님께 비췄는데, 목사님 역시 비슷한 생각을 갖고 계신 것 같고, 이런 저런 일이 잘 안되면, 목사님 역시 교회를 사임하시고 떠나실 계획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유 목사님, 이런 일이 정당한 일인지요?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A: 멀리서 상담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국 오셔서 처음부터 믿음으로 섬기셨던 교회가 건축 문제로 재정적인 어려움에 빠져 있다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온 성도가 합심해서 시작했지만, 힘에 부쳐서 많이 지쳐있고 교회를 떠나는 교인들도 있다니, 더욱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더우기 교회의 재정을 맡으신 집사님께서 교회가 재정적인 압박을 받고, 그 빚을 갚아 나가지 못할 때, 그 마음 또한 얼마나 쓰라리시겠습니까? 재정적인 면에서 앞으로도 밝은 전망이 보이지 않아서, 제직회에 사임 의사를 밝히시고, 다른 제직분들도 사임하기를 권고하고 싶으시다는 절규 같은 간절한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신앙적인 면에서 볼 때, 그러한 방법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집니다. 재정적 물질이 현실인 것은 사실입니다. 책임을 맡은 자로서, 갚지 못하고 쌓이는 빚을 모른척하고 눈감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하나님 앞에서도 그런 무관심하고 무책임한 태도는 옳은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제직회를 열어 집사님 자신이 사임하니, 다른 제직들도 연대 책임을 지고 사임하라는 것은 하나님의 뜻도 아니고, 하나님의 방법도 아닙니다. 그러한 말이나 태도 속에는 그동안 마음 고생을 한 집사님의 깊은 분노와 원망이 서려 있고, 끝으로 다른 제직분을 향한 심리적 앙갚음이 배어 있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모든 제직들이 연대 책임을 지고, 모든 직분을 사임하고 내려 놓는다고 해서, 현실적인 재정 문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것 또한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집단적인 책임 회피요, 현실을 외면하고 도망하려는 집단적인 몸부림처럼 보일 것입니다.

지금으로서는 교회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그리고 그 현실을 가지고 먼저 온 교회가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처음에 건축을 시작할 때, 행여나 그것이 지나친 욕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는지? 어떤 비교나 경쟁 의식에서 쫓기는 마음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었는지? 그동안 건축 비용을 갚아가는 과정이, 정말 처음에 하나님 앞에 약속한대로, 온 교우가 한 마음이 되어 이루어지고 있었는지? 하나님의 전인 교회보다 나의 유익을 더 생각해 오고 재정적으로 인색하지는 않았는지? 등등 건축 헌금과 관련하여 교우 자신들이 정직하게 돌아보는 기도의 시간을 갖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각자가 회개할 것은 회개하고, 새롭게 마음을 다짐할 것을 다짐해서, 하나님의 성전을 온전히 세워 나가야 할 것입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물질인 두 렙돈을 헌금했던 가난한 여인을 칭찬하신 예수님은, 그 물질의 액수가 아니라, 그 물질에 담긴 그 여인의 사랑과 믿음을 칭찬하신 것입니다. 목사님을 중심으로 온 교우가 초심의 신앙으로 돌아가서 합심하여 기도하며, 먼저 주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면, 교회의 재정적 어려움도 해결되고, 성도 개인적으로도 축복받는 기적같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어집니다. 온 교우가 맡은 일에 충성하며, 기도함으로 지혜와 물질의 축복을 구하시는 교회 되기를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