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뉴욕지구한인교회협의회 제36회 정기총회는 3시간 반 여에 걸쳐 진행됐다. 회의는 유례 없이 길기도 했지만 유례 없이 무질서하게 진행되기도 했다. 문법에 맞지 않는 개정안이 상정된 것은 물론, 그 개정안을 처리함에 있어서도 '넘어가기 식'이었다. 회칙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부결될 수도 있는 사안이 가결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회장 선거에 있어 회칙 자체가 상충돼 그것을 놓고 설전하는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회의를 회의답게 진행해달라는 회원들의 목소리는 무시됐고 막말이 나왔다. 그렇게 진행된 회의는 폐회 동의조차 없이 끝났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회의는 '뜨거운 감자' 청소년 센터 관련 법안을 개정하는 순서에서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개정안 처리를 임원 선거 전에 한다는 것부터 잘못된 수순이었다. 법 개정은 신임 임원을 선출한 후 진행하는 것이 관례다. 회칙 개정이 이뤄졌던 바로 지난 회기 회의록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신구임원교체 후 신임회장 신현택 목사의 사회로 회칙개정 및 실행위 통과 안건 추인에 들어가서...'라고 명시돼있다. 올해는 임원 교체 전 무리하게 회칙을 개정하고자 했다.

의장은 "법안 제정은 동포 사회와 2세, 그리고 장래를 위한 것이다. 청소년 센터가 하나될 수 있는 길은 청소년 센터가 ‘교협 산하’라는 조항이 법규 가운데 삽입되는 것"이라며 법 개정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회원들이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법안 자체의 한글 문법에 맞지 않아 수정을 해야 하는데 총회에서는 수정할 수 없고, 청소년 센터 문제를 해결하는 가운데 있는 중이니 문제가 해결된 후 법규를 수정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관련 법안 통과를 보류하자는 동의안이 나왔다.

회원들의 협조를 부탁하던 의장은 동의안이 나왔음에도 이를 처리하지 않고 곧바로 상정 법안 통과 가부를 물었다. 이에 한 회원은 "보류 동의는 모든 동의에 우선한다."며 "회장님이 한쪽으로 몰고 가시지 말고 공평하게 회의를 진행해달라."고 발언했다. 의장은 그에게 "장외에서 소란피우지 말고 앉아달라."고 말한데 이어 "회의를 방해하지 말고 앉으라."고 명령했다.

일련의 과정 후 법 개정안에 대한 투표가 진행됐다. 전체 95표 중 찬성 68표, 반대 22표, 무효 5표가 나왔다. 집행부는 "총 2/3를 넘었으므로 통과됐다."고 했지만 한 회원이 "출석 인원의 2/3가 넘어야 한다."는 조항을 들어 문제를 제기했다. 서기는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출석 인원이 118명이라고 보고했다. 출석 인원 118명이라면 2/3는 78명이 된다. 찬성표가 출석 인원의 2/3에 미달하자 임원진은 재적 인원을 재차 확인해 95명임을 다시 보고했다.

임원 선거에서는 회칙과 세칙이 일치하지 않아 진행에 혼란을 겪었다. 올해는 회장, 목사 부회장, 평신도 부회장이 단독 입후보했다. 회장 선거는 부회장이 회장이 되는 관례에 따라 생략됐다. 부회장 선거는 진행해야 했다.

회칙에는 '제8장 제21조(선거) 본 회의 모든 선거는 무기명 투표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제1항 회장, 부회장은 출석 회원의 2/3 이상의 득표로 하되 3차에 최대점자로 한다.'고 명시돼있다. 업무 세칙에는 '제2절 제16조(당선결정) 임원 당선 결정은 다음과 같이 한다. 1. 회장은 재적 2/3 이상의 득표자로 결정하되 3차에서는 재석 최다점 투표자로 한다. 2. 부회장은 재적 과반수 이상 득표자로 결정하되 3차에서는 최대 득표자로 한다. 단, 단독 입후보시에는 과반수의 득표로 결정한다.'고 나와있다. 부회장이 단독 입후보 한 가운데 회칙을 따르면 출석 회원 2/3 이상을, 세칙을 따르면 과반수 표를 얻어야 한다. 현장에서는 회칙을 따를 것이냐, 세칙을 따를 것이냐를 놓고 논쟁하다가 회칙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이뿐 아니다. 한 회원은 나이가 적은 회원의 발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아들뻘 되는 놈이...내가 몇년 전에도 가만히 있었는데…"라는 발언을 해 듣는 이들의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

그동안 대뉴욕지구한인교회협의회는 ‘미주 한인 교협 중에서 우리만한 곳이 없다.’며 자부심을 가져왔다. 그러나 3시간 반동안 보여준 뉴욕 교협의 모습은 스스로에게 가져왔던 믿음과는 거리가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