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베르디 음악원을 졸업한 테너 배재철 씨는 플라시도 도밍고 주최 콩쿠르에서 입상하였고, ‘아시아에서 100년에 한 번 나오는 목소리’로 찬사를 받은 사람입니다. 오페라의 본고장 유럽에서 항상 주연으로 서던 그가, 2005년 갑자기 ‘갑상선암’에 걸립니다. 수술을 통해 생명에는 지장이 없게 되었지만, 수술을 할 때 성대신경이 떨어져 나가면서 목소리를 잃어버립니다.

그런데 이 순간 배재철 씨에게 ‘영적인 목마름’이 시작됩니다. 화려한 무대 위에서 주연으로 섰을 때에는 잠시 하나님을 잊었습니다. 혼자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지요. 그런데 갑상선 수술을 통해 어린 시절 교회에서 매일 찬양을 했던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그래서 독일에 있는 카이저스 라우터른 한인연합교회에 가서 매일 기도를 합니다. 다시 목소리를 주시면 하나님을 위해 목소리를 드리겠다고 기도를 한 것이지요. 그 기도회에서 목을 너무 사용해서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게 되었지만, 이 기도를 통해 저자는 다시 하나님을 의지하며, 수술을 위해 일본으로 가게 됩니다.

그리고 일본에서 이싯키 박사를 만나서 ‘성대복원수술’을 받습니다. 왼쪽 성대는 정상인데 오른쪽 성대가 마비된 상태이므로, 오른쪽 성대를 성형해서 소리를 나게 하는 수술이었습니다. 수술을 집도하던 의사가 노래를 한 번 해 보라고 합니다. 성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면서 수술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 때 배재철 씨는 하나님께 했던 약속이 생각났습니다. 노래할 수 있는 목소리를 주시면 하나님께 가장 먼저 그 목소리를 바치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그래서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를 찬양합니다. 그런데 음정과 소리가 어느 정도 힘 있게 나왔습니다. 성대 마비와 횡경막 신경 상실로 인해 호흡도 불가능했던 사람이 노래를 부른 것입니다.

물론 배재철 씨는 전성기와 비교하면 지금도 30% 정도만 소리가 나옵니다. 전성기 때는 화려한 오페라 무대에 섰었고, 30-40%의 소리가 나오는 지금은 ‘러브 소나타’라는 일본 현지 전도 집회에 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노래 실력은 줄었지만, 그 찬양에 영혼을 담았기에 많은 일본인들이 예수를 믿는 역사가 일어났다고 합니다. 특히 자신을 항상 격려해 주었던 일본인 ‘와지마’ 씨가 하나님을 믿게 되는 은혜도 얻게 됩니다.

배재철 씨의 도전은 일본 NHK에서 2년 동안 촬영하여 다큐멘터리로 방송되었고, 2008년에는 KBS에서 <그의 잃어버린 목소리-테너 배재철의 도전>이란 제목으로 “KBS 스페셜”로 방송되었습니다.

저는 이 책의 줄거리를 통해서도 은혜와 도전을 받았지만, 와지마 씨의 격려의 말에서 참 많은 묵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몇 가지만 적어보겠습니다. “재철,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을 때는 뭔가 큰 목적이 있다고 생각해. 어려서부터 나는 그런 일들을 많이 겪었어. 때로 그 목적이 너무 멀어 안보일 때도 있지만 그런 일은 반드시 기적을 낳는다는 걸 알아. 이런 일이 너한테 일어난 데는 큰 목적이 있을 거야. 그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해. 힘내. 내가 도울게!” “재철! 나는 슬픔이나 고통을 받았을 때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예술가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 지금 이 시간을 잘 극복하면 분명 너는 더 훌륭한 예술가가 될 거야!” “돌아올 것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사랑이지. 아무것도 원하는 것이 없는 게 사랑이잖아. 그냥 주는 거, 그게 사랑이야. 그래서 음악도 예술도 다 사랑이야. 목적이 같으니까. 하지만 인간은 하지 못하는, 하나님만 하실 수 있는 사랑도 있는 것 같아. 그게 기적이고 그게 신의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어.”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은 예술가가 될 수 없어. 네가 성악가로서 견딜 수 없는 고통 속에 있었지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네가 하나님을 믿기 때문이야.” 종교도 국가가 다른 사람이, 상처를 받고 좌절하는 한 명에게 이런 위로와 격려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배재철 씨는 책의 말미에서 이렇게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나의 꿈은 거대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로 가는 데 의미가 있었다면, 지금은 가는 길 자체에 의미가 있습니다. 나는 무대에서 단 한 번도 주역이지 않은 때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오페라 무대에서 주역을 맡지 못한다 해도 나는 변함없는 내 삶의 주역입니다. 주역이 성공하려면, 자신이 맡은 역할에 푹 빠져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역할을 사랑해야 합니다. 이게 연기인지 실제인지 다 잊고 온전히 빠져 노래에 파묻힐 때 관객에게 감동이 전달됩니다. 이제 나는 내 영혼으로 아리아를 부를 차례입니다.”

저도 이렇게 살고 싶습니다. 제가 맡은 목자의 역할에 푹 빠져 주역이 아닐지라도 의미 있게 걸어가고 싶습니다. 교회에서 가장 낮아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교회의 모든 성도들이 예수님만을 머리로 삼고 겸손하게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교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세상의 명예와 부를 추구하는 삯군이 되어서 성도들을 시험들게 하는 목사가 아니라, 겸손하게 그분만을 보고 걷고 싶습니다. 똑바로 걷고 싶어요 주님, 당신에게만 시선을 맞추고...

사랑합니다. 하늘뜻섬김지기 이 훈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