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일(9/5)은 9월을 시작하는 첫 주일이기도 했지만 정말 ‘이젠 가을이구나’하는 마음이 절로 들만큼 날씨가 너무 상쾌했습니다. 여느 해에 비해 여름이 유난히 무더웠던 탓도 있었지만, 그날 아침 불어와서 스쳐 지나가는 바람을 느끼면서, ‘아, 이게 바람이구나’하는 싱그러움을 느꼈습니다. ‘바람으로 표현된 하나님의 영을 그냥 느낌으로만 표현한다면 바로 이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아침부터 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에서 생명의 기운에 휘감기는 듯 한 진한 감동을 경험했습니다. 그렇게 싱그럽고 상쾌한 날씨를 맞이할 적마다 ‘정말 내가 이렇게 좋은 날씨에 살만한 가치는 있는 존재인가!’하는 질문을 묻곤 하는데, 지난주일 아침에도 ‘도대체 내가 뭐 길래 이리도 좋은 날씨에서 살게 하시나!’하며 감사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주일예배를 시작하면서 예배실 창문을 모두 열고 예배를 드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오늘 같은 날은 그냥 예배실 창문을 열고 불어오는 바람이 그냥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그 스침에서 우리를 만져주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고, 바람 부는 소리를 듣기만 해도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듯 싶었습니다. 그래서 창문을 닫으면 그렇게 우리를 찾아오시는 주님을 향해 문을 닫는 것 같고, 우리를 부르는 주님의 음성에 귀를 막는 것 같아 예배실 창문을 모두 열고 예배를 드리자고 했던 것 입니다.

사실 이런 마음이 든 것은 그날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해마다 봄과 가을의 주일 아침에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그런 마음이 들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허지만 그때마다 우리 교회 바로 옆에 위치한 타운하우스에 사는 이웃들을 생각하면서, ‘주일 아침인데 우리 좋자고 사람들을 방해하면 안 되지…’하는 마음에서 활짝 열고 싶은 창문을 다시 닫고, 소리 나는 에어컨을 틀거나, 아니면 사람들의 열기로 인한 때 아닌 더위로 땀을 흘리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주일에는 ‘그래… 매주 그러는 것도 아닌데, 오늘 하루는 이웃들에게 미안하지만 창문을 열고 예배를 드리자’는 생각이 드는데, 이러는 것이 자기 좋으라고 남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상쾌한 주일 아침에 교회에서 울려 퍼지는 찬송소리가 이웃들에게 그들의 잊혀진 신앙의 기억을 회복시켜 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창문을 열고 드리는 예배의 매 순간을 즐거워했습니다.

그렇게 싱그럽고 상쾌하게 예배를 드리면서 한 주간을 시작했는데, 그렇게 시작한 주간이니까 한 주간 내내 상쾌하고 싱그러울 것이라는 제 바램과는 사뭇 다르게, 지난 몇 년 동안 걸리지 않던 감기몸살로 인해 나흘 동안 꼼짝 못하고 누워서 끙끙거리며 앓았습니다. 이렇게 앓고 난 후 금요예배를 드리러 와서 교회 입구에 있는 현관 안내 테이블을 정리하다가, 지난 주일에 준비한 ‘전교인 기도회’ 안내문인 핑크색 종이 이면에 누군가 연필로 쓴 메모가 눈에 띄어 읽게 되었습니다.

이웃 타운하우스에 사는 분이 익명으로 쓴 메모였습니다. “This is Sabbath for All, even your neighbors next door. your music, prayers, children are too noisy for those who need peace on Sundays. Please quiet down, close windows, turn on A.C. on the most important day on the week. let’s have quiet” 내용이 어렵지 않아 번역이 별로 필요 없지만 그냥 풀면 이런 내용입니다. “오늘은 모든 사람, 특별히 당신들의 바로 옆 이웃들을 위한 안식일이다. 그런데 일요일에 평온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당신들이 부르는 찬송소리, 기도소리, 애들 소리는 너무 시끄럽다. 제발 한 주간의 가장 중요한 날인데 좀 조용히 하고 창문 닫고, 에어컨을 켜라. 조용히 좀 살자”

메모를 받고 처음에는 메모를 남긴 사람에 대해, 아니 그가 사는 이웃 타운하우스 사람들에게 좀 섭섭했습니다. 매 주 그렇게 예배드린 것도 아니고 우리가 이곳으로 이전해 온 이후로 처음으로 창문을 열고 예배를 드렸는데 이렇게 즉각적이고 노골적으로 싫다고 해… 이웃을 위해서 우리 교회가 당연히 할 수 있는 것도 양보하고 참은 것이 많은데… 어떻게 해서든지 이웃들에게 교회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 자기들이 건의하는 것은 거의 다 들어주었는데… 그런데 창문열고 한번 예배를 드렸다고 이런 메모를 남기다니… 참 서운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좀 생각해보니 교회에 대해 이웃이 이런 반응을 하게 한 것도 교회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회가 이웃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이웃들에게 교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주일이 왜 한 주간 중에 가장 중요한 날인지, 예배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리는데에는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세상을 향해 복음을 전하라고 세워진 교회가 세상과 좋은 관계를 맺는 만큼, 교회의 본질에 집중하지 못한 우리 교회의 부족함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웃이 익명으로 보낸 편지는 세상을 위해 세상 안에 세워진 교회의 사명을 잘 감당하라는 주님의 편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