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교계가 선거 이상 과열에 시달리고 있다.

매년 10월 중순이면 뉴욕 교협은 정기 총회를 개최한다. 정기총회에서는 회장, 부회장 선거가 치러진다. 회장도 선거를 치르긴 하지만 통상 부회장이 과반수 지지를 얻어 회장에 임명됐던터라 관심은 부회장 선거에 쏠린다. 교협 정기총회 후에는 바로 뉴욕목사회 선거로 이목이 옮겨간다. 목사회도 상황은 마찬가지라 부회장 선거가 뜨겁다.

그런데 갈수록 선거 열기가 이상 과열되고 있다. 올해 교협 선거는 아직 두 달이나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교계의 관심이 선거에 쏠려있다. 통상 한 달 전부터 후보 지망생이 나왔던 것에 비하면 이른감이 있다.

한편으로 걱정이 앞서는 것은 무질서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선거 때마다 공약보다는 사람이 앞서왔다. 그렇기에 후보 간 신경전은 물론이거니와 서로에 대한 비방과 욕설이 난무한다. 몇십년 전 케케묵은 꼬투리를 들추어내는 일부터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일까지도 서슴없이 행한다. 그뿐 아니다. 후보로 나온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 '밥 한 끼 사라'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지난 해 목사회 후보 등록일에는 비방과 오해가 커져 몸싸움이 일었다.

성도들에게 하나님의 말씀과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지도자들에게 세상은 물론 교계는 보다 높은 윤리 의식을 요구한다. 하지만 선거판에 들어서면 윤리는 온데간데 없다. 또한 밥 사라고 줄서는 사람들에게 한 끼 대접하는 돈 또한 대부분 성도들의 헌금에서 나온다. 이른 새벽부터 캄캄한 밤까지 땀흘려 일한 성도들의 정성을 줄서는 사람들의 밥값으로 줄줄 새고 있다.

때로 교회 내 직분자들이 직분을 받거나 유지하기 위해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이는 받은 은사와 은혜에 따라 직분을 맡아 교회에 봉사하라는 뜻을 잊었기 때문이다. 교계 단체장 직분 역시 마찬가지다. 뉴욕 6백여 교회의 연합체의 대표로서 교회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연합 사업을 이끌어가는 단체장이라면 그만큼 큰 희생과 섬김이 필요하다. 이것을 잊은 채 명예만 생각한다면 공약이 나올 수 없는 것은 물론, 교계의 질서는 사라질 뿐이다.

올 선거에 나오겠다는 후보들은 교협을 위해 음양으로 애써왔던 이들이다. 그렇기에 이 두 후보가 시간이 갈수록 팽팽하게 대립한다면 교계가 양분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선거 열기는 이정도로 충분하다. 때가 되었으니 대표를 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정말 교계를 위해 헌신하고 싶다면 교계 곳곳을 살피며 부회장으로 헌신할 동안 어떤 일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 실천 가능한 계획을 세워서 후보로 등록해야 한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행동해야 한다. 투표권을 가진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투표권이 식권, 나아가 금품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은 아니다. '내가 당신을 찍어주겠다'는 것을 빌미로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데 앞장서거나 후보 뒤에 줄을 서서는 안된다.

대뉴욕지구한인교회협의회, 대뉴욕한인목사회의 자부심은 여느 지역보다 크다. 그 자부심을 지켜갈 수 있는 질서, 그 중에서도 선거 질서가 바르게 세워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