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동성 결혼을 금지시킨 주민발의안 프로포지션 8을 위헌으로 규정한 지난 4일(현지 시각)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법의 판결은 전통적인 결혼의 정의를 바꿀 것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그 위험성이 우려 이상이라고 한 복음주의 신학자가 주장했다.

남침례교신학교(SBTS) 학장 R. 앨버트 몰러 Jr. 박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서 “이 때까지 우리는 연방법원에서 이처럼 급진적인 판결이 내려진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이번 판결이 몰고 올 (나쁜 쪽으로의) 파급력은 결코 과장된 게 아니다”고 말했다.

본 R. 워커 판사는 판결문에서 “성(性·gender)은 결혼의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며, 결혼이란 법적인 절차에 불과하다”는 자신의 견해를 전제로, “프로포지션 8은 결혼이란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는 동성 커플들의 헌법상의 권리를 제한했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워커 판사의 이러한 결혼의 정의에 따르면, 당연히 주 헌법상 결혼의 정의를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으로 바꾼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프로포지션 8은 그의 표현대로 “이성 커플이 동성 커플보다 우월하다는 종교적 신념을 헌법에 심으려는 편협한 시도” 외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실제로 워커 판사는 “프로포지션 8은 사적인 판단 기준 외에 동성 커플에게 결혼증명서를 발급하지 않아야 할 어떤 이성적 근거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프로포지션 8의 무효화를 명령했다. 몰러 박사는 워커 판사의 주장이 주 헌법을 바꿀 수 있는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권리를 무시한 것 외에도 “동성애가 옳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모두 비이성적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워커 판사는 동성 결혼의 합리성을 주장하는 대목에서 자녀 양육과 관련, “성은 부모로서의 자질과도 아무 관계가 없으며, 동성 부모이든 이성 부모이든 자녀들은 적응할 수 있다”고 쓰기도 했다. 몰러 박사는 이를 두고 “수천년간 이어져 온 인류의 지혜가 눈 앞에서 뒤집혀졌다”며 “이 부분은 워커 판사가 단순히 동성 결혼을 허용하는 것에서 나아가 동성애를 이 나라에서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의혹을 일으킬 정도”라고 말했다.

몰러 박사는 이번 판결에 대한 재심이 연방대법원에까지 이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많은 동성 결혼 반대자들이 이 판결의 중요성을 축소하고자 애쓰는 것과는 반대로, 불행하게도 이미 이 판결이 연방대법원에서 어떤 결론이 내려지느냐에 상관 없이 미국의 가치 체계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법률 전문가들 역시 이번 판결이 동성 결혼을 금지해 놓은 타 주 결혼법과 연방결혼법(DOMA)의 반대자들에게 매우 이로운 판례로 역할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