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일(7/25) 오후에 우리가 사는 워싱톤 지역에 갑자기 불어 닥친 강풍과 소나기로 인해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피해의 대부분은 기습처럼 내린 비도 비지만 갑자기 세차게 분 강풍 때문이었습니다. 불과 10여분정도의 짧은 시간동안 분 바람 때문에 길가의 나무들이 쓰러져 길이 막혀 차량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강풍으로 인해 몽고메리 카운티내의 20여만 가구에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바람에 신호등 작동이 되지 않아 사거리마다 혼선을 빚었고, 에어컨과 냉장/냉동 시설들이 가동되지 않아 가정은 물론 사업체들도 커다란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고 합니다.

우리 집도 그날 강풍이후 정전이 되더니 사흘째날 밤이 되어서야 다시 전기가 들어왔는데, 그로 인해 집에 있는 냉장고와 냉동실에 저장한 거의 대부분의 식품들을 모두 버리고 말았습니다. 지난겨울에는 폭설로 인해 며칠 동안 전기 공급이 두절되는 바람에 난방이 되지 않아 교회 사무실에서 며칠을 지냈었는데, 이번에는 한 여름에 정전이 되어 에어컨이 작동되지 않았습니다. 다행이 지난 주초는 계속되어오던 더위가 좀 수그러들었고, 또 우리네처럼 워낙 에어컨이 없이 지낸 관록(?)을 지닌 사람들은 좀 덥기는 하지만 그냥 그런대로 에어컨 없이 지낼만했지만, 에어컨이 생활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 미국 사람들은 집을 떠나 호텔로 피신하느라 주변의 모든 호텔들이 때 아닌 성수기를 맞이했었다고 합니다. 보도에 의하면 이번 강풍으로 인한 인명 피해도 적지 않았다고 하는데, 며칠 동안 정전으로 인해 생활이 좀 불편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눈에 보이는 커다란 가시적 손실이 없어서 감사했습니다. 사실 그날 갑자기 불어 닥친 강풍으로 인해 저도 큰 사고를 당할 수가 있었는데, 그걸 그 순간에는 잘 모르고 있다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다음에서야 알았습니다.

그날 오후 부친상을 당하신 신현찬 교우 댁에서 유가족을 위로하는 예배를 드린 후에 저는 며칠 동안 계속되는 치통 때문에 교인들과 함께 친교를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집으로 곧장 돌아왔는데, 신현찬 교우님 댁을 떠나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부터 하늘이 검게 변하고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집에 들어오자마자 부터 그야말로 삽시간에 강풍이 불어 닥치더니 소나기가 쏟아 붓는 것이었습니다. 바람이 얼마나 세게 부는지 집 뒤편에 있는 나무들이 쓰러질듯 흔들리는 것이 창문으로 보이기에 얼마나 바람이 심하게 부나 싶어서 덱(deck)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한걸음을 데크로 들여놓는 순간, 위로부터 나무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쿵’하더니 커다란 나무가 덱으로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그 큰 나무가 집 반대 방향으로 쓰러지는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어떤 나무가 부러졌는지, 어떻게 나무가 덱으로 떨어진 건지 분간할 겨를이 없었고, 그렇게 나무가 쓰러진 후에도 얼마동안 세차게 부는 바람과 비 때문에 금새 문을 닫고 집안으로 다시 들어왔습니다. 집안에 들어와서 덱에 쓰러진 나무를 다시 보니 나무의 굵기도 굵지만 크기도 큰 것이 덱의 반 정도를 덮고 쓰러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잠시 후 비가 멈추고 바람이 잠잠해진 다음에 다시 덱으로 나가서 자세히 보니 그 나무는 바로 우리 집 제일 가까이 서있던 나무가 잘라진 것이었습니다. 저의 집에 오신 분들은 아시지만 우리 집 뒤 데크위로 커다란 나무가 덮고 있는데 바로 그 나무가 부러진 것이었습니다. 그 나무는 자라면서 줄기가 우리 집 지붕위쪽으로 마치 "ㄴ"형태로 구부러진 채 뻗쳐 올라간 나무입니다. 그렇게 나무가 덱 위를 지나 지붕 위까지 구부려져 자란 덕에 가을이 되면 낙엽이 거터(Gutter:물받이통)의 통로를 막는 불편함도 있지만 여름에는 덱 위로 커다란 그늘을 만들어 시원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날 부러진 나무의 위치를 자세히 보니 그 나무가 부러지면서 곧바로 떨어졌다면 분명히 지붕위로 쓰러졌어야만 하는 위치였습니다. 아니면 적어도 지붕을 스치면서 떨어졌어야 하는 위치입니다. 만약 그렇게 나무가 지붕위로 쓸어 졌다면 지붕이 망가지거나, 지붕을 스치면서 떨어졌다면 바로 그 밑에 있던 제 위로 쓰러졌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지붕위도 아니고, 제가 있던 처마 밑도 훨씬 지나 덱의 거의 중앙에 떨어졌는데, 커다란 나무가 위로부터 떨어지면 그 무게로 인해 덱 바닥에 피해를 입힐 수밖에 없는데, 그날은 나무가 부러진 아랫부분의 뽀죡한 곳이 덱 바닥의 나무 연결 이음새 사이에 마치 자로 재고 떨어트린 듯이 꽃이는 바람에 바닥에도 아무런 피해를 입도 않았습니다.

나무가 부러져 쓰러진 위치를 보는데, ‘어떻게 이렇게 쓰러질 수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누군가 부러져 아래로 쓰러지는 나무의 방향을 잡아 틀어 주고, 나무가 떨어지는 지점도 정확하게 정하고 그렇게 떨어지도록 조준을 해서 떨어뜨리지 않고는 그럴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렇게 하신 이가 바로 주님이시라는 믿음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그 믿음 때문에 정전으로 인해 며칠 동안 에어컨, 냉장고 없이 지내고, 주방기구를 사용하지 못해 음식을 만들지 못하고, 인터넷도 사용할 수 없었지만 불평대신 오히려 감사하며 지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