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2일자 워싱톤포스트(Washington Post)에는 YMCA가 그동안 사용하여 온 로고와 이름을 "YMCA"대신 "Y"로 변경한다는 기사가 실렸는데 이러한 YMCA의 로고와 이름 변경은 지난 2년 동안의 조사 결과, 많은 사람들이 YMCA가 무슨 단체인지를 모르고 있다는 보고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새로운 이름인 "Y"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이 기사를 관심 있게 본 것은 YMCA를 Y라고 부른다는 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YMCA를 Y라고 줄여서 부른지는 꽤 오래 되었습니다. 그러나 YMCA의 이번 개명은 그동안 부른 애칭을 자신들의 공식 명칭으로 삼는다는 의미를 넘어 이제는 더 이상 YMCA는 처음에 불려진 '기독청년회"가 아니라는 사실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YMCA는 영국에서 몇몇 젊은이들이 시작한 신앙운동이었습니다. 자료를 좀 보니 YMCA 운동은 1844년, 조지 윌리엄스(George Williams)와 그의 신앙 친구들에 의하여 시작된 런던YMCA에 그 근원을 두고 있습니다. 조지 윌리엄스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매우 성실한 청년이었는데 그는 스무살 되던 해(1841)에 한 가게의 조수점원으로 취직이 되어 런던에 왔는데, 그는 당시 런던의 젊은이들은 "저녁시간의 대부분을 멋대로 분망하게 보냈으며, 여기저기 오락장엘 드나들었다. 저들의 말투, 부도덕함, 술타령 등 어느 것 하나 악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고 하면서, 이러한 젊은이들을 위해 무엇인가 올바른 일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 그는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기도모임을 시작했습니다. 그 후 그들은 크리스천 젊은이들의 모임을 조직하여 올바른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책임이 있음을 깨닫고 1844년 6월 6일, 열두 명의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이 윌리엄스의 하숙방에서 기독청년회(YMCA-Young Men's Christian Association)를 조직하므로 시작되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YMCA운동은 그 후 빠르게 확산되어 불과 11년이 지난 1855년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YMCA 세계연맹을 창립하게 되었고, 그 파리 회의에서 YMCA운동의 헌법과도 같은 "파리 기준(The Paris Basis)"이 채택되었는데, 그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독교 청년회는 성경대로 예수그리스도를 하느님과 구주로 믿어 그 신앙과 생활에서 그의 제자 되기를 원하는 청년들을 하나로 뭉치고 또 그 힘을 합하여 청년들 가운데 그의 나라를 확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파리기준을 보면 YMCA 운동의 목적은 분명합니다. 그것은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고 그의 제자가 되기를 원하는 젊은이들이 하나가 되어 그들이 사는 세상에 그의 나라를 확장한다는 신앙적 목적입니다. YMCA는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기존 교회와 기독교 울타리안의 신앙공동체가 닿을 수 없는 세상속의 젊은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들로 하여금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할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 수 있게 하는데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러한 YMCA의 신앙적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우리나라에서도 100년전 이 운동이 시작되어 청년들에게 신앙을 통한 역사의식과 시민의식의 고취는 물론 새로운 청년문화를 정착하는데 많은 공헌을 하였습니다. 한국YMCA 목적문을 보면, "기독교청년회는 젊은이들이 그리스도의 뒤를 따라 함께 배우고, 훈련하며, 역사적 책임의식을 계발하고, 사랑과 정의의 실현을 위하여 일하며 민중의 복지 향상과 새 문화 창조에 이바지함으로써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이룩하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 또한 신앙운동으로서의 그 목적을 담고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만 하더라도 YMCA는 기독교 청년문화의 선도적 주체였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신앙 운동으로서 YMCA라는 이름 자체만으로도 기독교인들에게 커다란 긍지를 갖게 해 주는 모범적 신앙 운동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후 YMCA운동은 조직과 규모가 확장되어 가면서 언제부턴가 신앙 운동이라는 그 본연의 목적보다는 이를 이루기 위하여 사용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더 중요시하더니 기독 청년들에 의한 청년 복음 전도 운동에서 레크레이션이나 건강 프로그램을 하는 단체로 그 이미지가 바뀌게 되었습니다. YMCA를 소개하는 홍보자료에서 그 본래의 목적인 예수 그리스도나 그와 연관된 신앙적 표현은 오래전부터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조직과 규모는 커졌지만 그 목적은 잃어버린 채 이제는 이름조차도 "YMCA"라 하지 않고 ""Y"라고 부르므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주겠다는 YMCA 소식을 들으면서 우리 감리교회 신앙운동을 처음 시작하신 웨슬리 목사님께서 새롭게 시작된 감리교회 신앙운동의 미래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나는 앞으로 감리교회라는 제도가 없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는 않지만 감리교회가 생명력이 없는 교회로 존재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그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리고 조직과 규모의 확장을 자랑하는 현실을 보면서 우리네 삶도 목적을 상실한 채 풍요로움만 추구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마음속 깊이 파고들어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