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6일, 버지니아 연회를 통해 저는 와싱톤한인교회에 파송받아, 7 월 1일부터 6년차 목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벌써 5년이 지났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만큼 하루 하루 보람되게 살아왔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이고, 또한 교우님들의 기도와 사랑과 아량 덕분임을 압니다. 고개를 깊이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저와 함께 목회의 짐을 나누어 진 동역자들께 또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분들이 저의 부족함을 참아주고 또한 잘 보완해 주셨습니다. 저를 믿어주고 존경해 주며 때로 희생을 기쁨으로 참고 견뎌 준 아내와 두 아이에게도 감사합니다.

예민한 분들은 이미 느끼셨겠지만, 처음에는 제가 잘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컸고, 또한 잘 하고 있다는 자의식도 있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부끄러운 일입니다. 지금은 그 자신감이 많이 침식되었습니다. 나도 다른 사람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비정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특별하게 해 보겠다는 열망은 사그라지고, 보통 정도만 하면 좋겠다는 마음 뿐입니다. 제 정성을 다하겠다는 마음은 지금도 변함 없지만, 그로 인해 큰 일을 이룰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맡겨진 시간까지 최선과 정성을 다하기 위해 노력할 뿐입니다.

돌아보니, 지난 5년 동안 일을 너무 많이 벌여 놓은 것 같습니다. 처음 부임했을 때와 비교하면 그렇습니다. 그로 인해서 해야만 할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센터빌 캠퍼스를 시작하면서 주일에 교우들과 만나 대화할 시간을 잃었습니다. 토요일이나 주일 저녁에 속회를 심방하던 것도 더 이상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토요 예배까지 시작하고 나니, 더욱 일에 포로가 된 느낌입니다. 그 밖에 다른 일을 감당하기에 제 건강이 충분하지 못함을 느낍니다.

우리 교회의 특성 상, 담임목사인 저는 설교 사역에 전념하는 것이 순리일 것입니다. 얼마 전, 목회실 회의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담임목사가 필연적으로 설교 사역에 전념해야 하고 그로 인해서 다른 목회 활동에 대해서는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음을 적극적으로 교우들에게 이해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저도 이 의견에 동의합니다만, 목사로서 저는 그것을 마음 편히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목사의 가장 큰 보람은 교인 한 사람이라도 깊이 만나 함께 삶을 나누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저는 이런 문제로 고민하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일을 벌이지 말고,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목회 활동을 잘 정리하여 내실을 기하고, 좀 더 교우들께 다가갈 수 있는 형편을 만들어 보려 합니다. 제가 공동 예배와 설교를 통해서만 교우들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만나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그것을 지나친 욕심이라고 탓할 분도 계시겠지만, 목사에게는 포기할 수 없는 ‘목회의 본질’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기도와 이해와 도움을 기대합니다. 교우 여러분, 감사합니다. (2010년 7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