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첸틀리제일장로교회 이도재목사 부인되는 김가실사모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46세된 건강한 사모가 갑자기 뇌출혈로 손 써 볼 틈도 없이 가버린 것이다. 유족들에게 사랑하는 아내와 어머니가 하늘나라에 갔으니 위로 받으라 말해 놓고도 정말 미안하고 속상해서 괴로웠다. 그러고보면 나는 믿음없는 목사임에 분명하다.

내 주위에는 몇 년사이에 귀하고 아름다운분들이 일찍 가는 일이 빈번해서 칼빈주의자이지만 이런때는 하나님의 주권 하나님의 섭리 하나님의 경륜에 회의가 들 때가 있다. 겨우 실낱같이 붙든 말씀은 성령님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기도해 주신다는 말씀이다.

이 글을 쓰는데 한국에서 부고 이멜이 하나가 뜬다. 주안에서의 절친 정진환목사의 전언이다. “엊그제 故 한선영 자매(한두영, 한경화 댁 막내)의 빈소에 갔다가 그 남편되는 조현수 목사님을 오랜 만에 만나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예전에 몇번 이런저런 일로 몇 번 내외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조언을 하고 했는데, 그런 곳에서 오랜 만에 그 남편을 만나다니 말입니다. 빈소에서 어찌 위로할 말도 없었고,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지만, 집에 와서 다음과 같은 메일을 보냈습니다.

한선영 자매는 겨우 49세인데 세상을 떠났군요, 참 젊은 나이지요. 아깝고 또 애석했어요. 스물 두엇된 아들 하나와 남편을 덩그마니 남기고 갔군요. 참 갈 길이 먼 아들과 남편이 역시 보기에 딱하군요. 자매는 몇 년 전에 유방암이라며, 내 아내가 생각난다고 내게 전화를 했고, 그래서 기도도 했고, 그리고는 얼마 후에 다 나았다는 연락을 받았지요. 그 다음 여러 해 소식 없어서 잘 지내나 보다 했지요. 그러나 다시 재발하여 2년여 무진 고생을 하다가 마침내 세상을 떠났다는군요.

그런데 그러고 보니, 내 아내가 세상을 세상을 떠난 것도 그런 나이로군요, 내 아내도 만 50을 못 넘겼으니 한선영 또래의 나이이고, 같은 유방암으로 고통받다가 세상을 떠났군요. 이제 그렇게 생각하니 내 아내도 참 젊은 나이에 간거라는 생각이 새롭군요. 내 나이 당시에 51세이니 지금 생각하면 참 젊은 한창 나이인데, 당시 나는 너무나 내가 늙어 보이고, 이제 한 십여년 살면 내 인생이 그럭저럭 마무리 될 것이라 생각했지요. 그러나 그 후로 십 수년이 흘렀지만, 내 인생은 전혀 끝나지 않고, 여전히 여러가지 일로 분주하고 갈등하며 살고 있군요.

인생무상이라, 오히려 죽은 자는 더 이상 세상 일과 남은 자들의 고생이 종류만 다르지 얼마나 힘든지 모릅니다. 그러나 세상떠난 저들은 두고간 가족들에 대한 염려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새롭군요. 저들은 너무 확실한 전능의 주님을 앞에 모시고 사니, 주님이 세상에 두고 온 가족을 다 돌보실 것을 확실히 알기 때문이지요. 일년에 한 두 차례 고 이춘이 사모님을 만나 대화를 하고, 노광호 장로 사모님과도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고 오세진 형제의 서후리 산에도 가끔 가서 안부를 전합니다. 이제 우리는 사는듯 마는듯 사십시다. 그래도 우리에게 소망이 있으니, 이별한 자들을 다시 만날 수 있고, 영원한 처소에서 이런 세상의 고생과 고난을 회상하며 충만히 살 것이기 때문입니다. 건강에 유의하고 기쁜 마음으로 너그럽게 사시기 바랍니다”

그에게 난 이렇게 회신했다. “정형제! 소식주어 감사합니다. 제가 죠이 사역할때 선영이는 고등학생이었습니다. 얼마나 밝고 명랑한 소녀인지 늘 마음이 유쾌하였습니다. 갑자기 소천하였다니 마음이 묵직합니다. 정말 세상을 밝게 해줄 귀한 사모인데 하나님이 데려 가시니 속수무책이지요!

저는 때로 이런 분들에게 하늘나라에 갔으니 위로 받으라 말해 놓고도 정말 미안하고 속상해서 괴로울때가 많습니다. 믿음없는 목사이지요! 몇일전 우리 노회도 46세된 건강한 사모가 갑자기 뇌출혈로 손 써 볼 틈도 없이 가버렸습니다. 알 수 없습니다. 귀하고 아름다운 분들은 일찍 가고 ....!

참으로 궁금합니다. 형제께서 같은 아픔을 가지고도 위로의 사역을 잘하시니 성령님의 은혜를 생각합니다. 그분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신다는 말씀이 이즈음에 가장 큰 위로가 됩니다. 선영 부군 되시는 목사님도 성령님께서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기도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유족들에게 먼 옛날의 지인 한 사람의 위로를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분명한 것은 먼저 간 저들은 고생과 수고가 끝났고 남겨진 우리는 조금더 고생과 수고를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