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새벽예배를 마치고 빠네라(Panera)에 가서 교우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는 교제의 시간을 갖는데 지난 주간에는 오랜만에 카리브(Caribou)엘 갔었습니다. 카리브는 전에 한동안 교인들과 매일 새벽예배후 아침 커피를 함께 마시는 찻집으로 애용했던 곳인데 요즘 들어 자주 가지 못했지만 우리 교회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고 분위기도 괜찮은 곳입니다.

커피를 거의 다 마시다가 문득 종이 커피잔을 보니 커피 잔 표면에 여러 글들이 쓰여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컵 표면 장식용으로 쓰인 것이려니 했는데 자세히 읽어보니 장식만을 위한 글이 아니라 퍽 재미있고 의미 있는 글들이 쓰여 있는 것이었습니다. 한두 문장으로 된 짧은 단문(短文)들이라서그리 어렵지가 않고, 읽고 나서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글들이었습니다. 오늘은 그 종이컵에 쓰인 여러 글들을 읽다가 생각한 것들을 좀 나누려고 합니다.

"love what you brew, brew what you love"
어렵지 않은 표현이면서도 의미를 확실하게 담고 있는 이 글을 굳이 번역을 하자면, "네가 끓인 것을 좋아하고, 네가 좋아하는 것을 끓여라"라는 내용입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녀야 할 마음의 자세(?)에 대한 가르침이 아닌가 싶습니다.
조금 더 의역을 하자면, "당신이 만든 커피를 좋아하라. 당신이 만든 커피를 당신이 좋아하지 않으면 누가 그 커피를 좋아하겠는가! 그리고 당신이 좋아하는 커피를 만들라. 당신이 정말 좋아해서 커피를 만들면 다른 사람들도 그 커피를 좋아할 것이다."는 내용일 것입니다.

이것은 비단 커피를 만드는 이에게만 필요한 가르침만이 아니라, 누구든지 그리고 그가 하는 것이 무엇이든지 자기가 하는 일을 사랑하고, 또 자기가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산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일 것이라는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고, 또 여러분이 좋아하는 일을 하시기 바랍니다.

"Do it for love, not profit"
컵에 쓰인 글 가운데 또 하나 눈에 띄는 글인데 이것도 읽기만 하면 그 의미가 무엇인지 별 설명 없이 분명하게 다가옵니다. "무엇이든지 그것을 좋아서 하고, 이익을 위해서 하지는 마라"는 뜻입니다.

일을 하는 이가 품어야 할 마음에 대한 가르침인 듯 합니다. 조금 풀어보면, "당신이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지 그것을 돈을 벌기 위해서 하지 말고, 그것이 무엇이든지 그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하라"는 아주 귀한 일에 대한 가르침을 주는 말입니다.

이런 가르침은 매우 성경적이기도 합니다. 창세기에 보면 사람이 일하는 두 가지 이유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하나님께서 에덴동산을 만드시고 사람을 이끌어 거기에 거하게 하시곤 그곳을 다스리며 지키게 하십니다. 그리고 동산에 있는 각종 나무의 실과는 선악과를 제외하고는 마음대로 먹으라고 하십니다.(창2:14-17) 즉, 일을 하는 이가 먹어야 할 것은 하나님께서 공급해 주신다는 것입니다.
일에 대한 또 다른 성경의 가르침은 사람이 지은 죄에 대한 징계로서의 일입니다. 하나님은 죄를 범한 사람에게 얼굴에 땀을 흘려야 식물을 먹을 수 있다(창3:19)고 하십니다. 즉 먹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전자는 '먹는 것은 하나님께서 공급하시고 하나님께서 위임하신 것을 하는 일'이고, 후자는 '먹기 위해서 땀을 흘려 수고해야 하는 일'입니다.

여러분이 지금 일을 하는 이유와 목적은 무엇입니까? 그 일이 좋아서 합니까? 아니면 먹기 위해서 합니까? 일생을 살면서 먹기 위해서 일하지 않고, 자기가 하는 일이 좋아서 한다면 행복할 것입니다.

컵 아래 부분에 자세히 보니 이런 글도 있었습니다.
"thank a teacher"
"선생님께 감사하라"
미국에 살면서 5월이 되면 어린이 주일이나 어머니 주일과 같은 날들을 기억하기 쉬운데, 5월 4일이 National Teachers Day이며, 그 날이 있는 한 주간을 Teacher Appreciation Week라는 것을 아는 이들은 아마 선생님들을 제외하고는 그리 많지 않은 듯싶습니다. 그래서 컵에다가 5월을 살면서 스승의 은혜를 기억하고 감사하라는 글귀를 넣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가 감사해야할 스승이라면 학교에서 공부를 가르쳐주신 선생님들은 물론이고, 그 외에도 많은 스승들을 삶의 여정에 만나 그 분들의 가르침으로 건강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월의 어느 날 아침, 종이 커피 컵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땅히 품어야 할 마음을 품고 살라고, 그리고 우리의 삶의 여정에서 그러한 마음을 품으며 살라고 가르쳐 주신 이들을 기억하고 고마워하며 살라고 말씀하시는 음성을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