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軒鏡 최윤환]고린도의 午後

왜 그다지도 짙은 녹색 이었을 가
고호의 그림처럼 파도치는 곁 가에, 새하얀 파도처마가
파도 줄을 이 으고 있어
이것이 고호로 하여금 짙은 진실한 빛깔의 색상을
그려낼 수 있었나봐

황야의 거리, 먼지 이는 저자거리 지나 처
사도바울의 교회당에 발그림자 내리자.
처음 교회당 맡은 자 바울로부터 비롯해
오늘의 목회자까지 긴 랙텡글(직사각형) 표지판과
고린도전서13장 과 어불려서
정문을 들어서면

여기도 사도바울까지의 12사도의 색상 그림사진에
인상적 인각(印刻)을 담고
순교자들의 아이콘에 눈 현란하게
교회당 중심자리에 곶 추 서서
깊게 깊게 바울의 감회에 젖어 눈을 감는 다

옛터 古都의 뒷산자락에
디오게네스가 대낮에 등불을 키고 내려 와
고린도 저자를 헤매다 가
되돌아 오른 높은 산자락
古城에 눈길을 올리면서
여 승려들의 타락했던 산골짜기
처절한 생태를 읽어 본다

많이도 그림에서 보았던
고린도 신전(神殿) 기둥 앞에 확 다가서서
광장 너머 아굴라(옛 상가)로 부터
화려했던 소음으로, 등 뒤에서 귀가 열리면

퇴색한 담벼락 사이사이 누비며
광장 비마(당시의 재판 장소) 앞에서
재판 받고 섰던 바울이, 어느새 낯 빛 바꾸어
오히려 소리 높여 설파하던 복음 외침이
우리 귀청을 심장까지 티우 는 구나

당대의 상징 목욕탕 앞에 서서야
화려했던 물줄기 샘물 바위 속을 드려다 본다
직방형 사람 어깨 깊이만큼
물 출렁이게 담겼을 돌바닥 과 파란 하늘에 닿은 구름아

돌 신장로 대로(新裝路 大路)가
화들짝하게 트여
무게 있는 관작들로부터
거러지 거리의 사람들까지
옷자락을 휘둘러 걸어들 갔을 돌 짝 마당

모든 지혜 자 들 의 집합체로
옹기종기 자기의 소리들을 흘리고 갔을 테지만
지금에 사 우리들의 귀에
바울 목청소리가
들려오지 않는 가
청청히 지금, 우리들 귀에 들려오지 않는 가
진리 외침 소리로 들려오지 않는 가

세계를 바꾸어 놓은 여기 고린도 古都여!


(철학가 디오게네스가 古都 <고린도 도시>의 높다란 뒷산자락에서
修道하면서, 몹쓸 세상의 죄악상을 봅니다.
당시 종교 神殿 수도여승들이 낮에는 수도, 밤에는 도시로 나가
몸을 파는 사욕을 목도하며, 이를 견디지 못해 그 뒷산자락을 내려와
신전 앞을 지나 도시로 나가서, 대낮에도 등불을 켜 들고,
빛을 찾고 다녔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이런 도시에 바울사도가 1세기 중반, 예수의 복음을 들고 외침으로
세계역사를 바꾸어 놓은 진실한 기독교 역사가, 오늘 날에도 이 땅의
구석구석에 진정으로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깊이 깊이 숙고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