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로 일본전산이 실행했던 입사시험은 ‘밥 빨리 먹기’시험이었습니다. 이 시험은 1978년도 입사 전형에서 채택됐습니다. ‘응시자에게는 점심식사를 제공한다.’고했더니,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160명이나 되는 지원자가 몰려들었습니다. 서류와 구두면접을 통해 반 정도를 거른 후 점심식사가 준비된 장소로 안내했습니다. 준비된 도시락은 음식점에 미리 특별히 주문한 것이었습니다. 뚜껑을 열어본 응시자들은 코웃음을 쳤습니다. 밥은 거의 ‘돌처럼 단단하다’고 표현해야 할 정도로 설 익은데다가, 반찬은 말린 오징어, 멸치 볶음, 콩자반 같은 씹기 고약한 것들뿐이었습니다.

당연히 응시자들은 미간을 찡그렸습니다. ‘그래도 호기 있게 구인광고까지 낸 회사가 돈 좀 아껴보겠다고 이따위 부실한 음식을 준비하다니…….’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당연히 응시자 대부분은 깨작깨작 먹는 둥, 마는 둥 하거나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몰라 망연자실했습니다. 일본전산은 이 ‘밥 빨리 먹기 시험’을 치르기 전에, 전 직원을 대상으로 모의실험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통상 10분정도가 걸렸습니다. 그래서 합격선을 10분 정도로 잡고 가장 빨리 먹는 순서대로 서른세 명을 무조건 합격 시켰습니다. 제일 빨리 밥을 먹어치운 사람의 기록이 3분을 약간 넘었고, 제일 늦은 사람은 식사가 시작된 지 40분 정도 후에야 식당을 나섰습니다.

점심식사를 마친 응시자들이 “본 시험 장소가 어디냐?”고 물어왔습니다. 담당관이 “시험이 끝났다”고 하니 멍한 표정으로 그대로 한참을 서있는 응시자도 많았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어이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밥을 빨리 먹는 순서대로 채용을 하다니 말도 안 된다. 사람을 바보 취급해도 분수가 있지, 뭐 이런 회사가 다 있냐?”하고 화를 내며 시험장을 떠난 응시자도 있었습니다. 상상해 보면 실로 가관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필요 없이 그저 밥을 빨리 먹는 순서대로라니, 어떤 응시자는 도시락에 손도 안대고 인상만 쓰고 있고, 어떤 사람은 반찬은 건너뛰고 밥만 먹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재미있다는 표정, 활기찬 표정으로 호기 있게 먹어치운 사람이 ‘최고’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눈치나 보고 시간만 끌고 있는 친구들은 자신감도 없게 마련이고, 일을 시켜도 시원찮다는 결론입니다. 고민할 것도 없이 빨리 먹는 순서대로 합격자를 선정했습니다.

이 입사시험과 관련해서 일본전산은 당시 지역신문의 기사를 통해 대대적인 빈축을 샀습니다. 누가 봐도 당연히 놀림감이 될 만한 일이었습니다. 성적은 전혀 보지도 않고, 전공에 대하여 제대로 물어 보지도 않았습니다. 당연히 기대했던 질의응답이 없었으니 여러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 갔던 응시자들은 허탈했을 것입니다. 일반인들이 봤을 땐 참으로 요상한 회사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도시락을 10분 이내에 먹은 서른세 명을 무조건 합격시켰으니, 합격한 사람들도 당연히 깜짝 놀랐습니다. 합격자 중엔 대학에서 2-3년씩 유급당한 학생들도 몇 명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들 회사의 간부로 성장했습니다. “밥 빨리 먹기 시험을 도입한 이유는 간단했다. ‘밥을 빨리 먹는 사람은 일하는 것도 빠르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런 유형은 대부분 결단력이 빠르고, 동작이 빠르며, 일하는 속도도 빠르다. 더불어 위가 튼튼해서 소화도 잘 시킨다. 건강한 신체를 포함해, 갖춰야할 기본기는 다 갖춘 사람들인 것이다.” 나가모리 사장은 이제까지 치른 시험 중에서 가장 획기적이고 성공적이었던 것이 바로 이 ‘밥 빨리 먹기 시험’이라고 자신 있게 말합니다.

응시자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한다고 할 때 회사 이미지를 손상시키기 위해서 고의로 열악한 음식을 제공할 사람은 한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회사 이미지 제고를 위한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좋은 음식으로 대접하는 것이 상식일 것입니다. 의식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음식 내용이 실수가 아님을 눈치 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렇지 않다 해도 인생을 살다 좀 기대에 어긋나는 일을 만나도 긍정적으로 소화 시키는 사람을 이 밥 먹기 시험에서도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일상적인 삶의 자세와 태도가 결국 그 사람의 가능성을 설명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인생은 기본적인 태도와 자세에 의한 행동하나 하나에 의해 구성됩니다. 무의식적으로 말한 것, 행동한 것이라 해도 그것이 인생의 내용을 구성한다는 의미에서 결코 무의미한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순간순간의 모든 삶의 행동에 대하여 갚으시고 거두게 하십니다. 심을 때는 미미한 겨자씨라 해도 나중에는 온갖 새들이 깃들이는 큰 나무로 성장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