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항소법원이 무신론자들이 제기한 대통령 취임식에서의 종교적 요소 반대 소송을 기각한 연방지방법원의 결정을 지지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2009년 마이클 뉴도우가 주축이 된 무신론자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기도를 비롯해, “하나님이여 저를 도우소서(so help me God)”란 문구를 포함한 선서를 제외해 줄 것을 촉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지방법원은 취임식에 앞서서 이들 무신론자들의 주장이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소송을 기각했고, 이에 무신론자들은 항소에 나섰다.

그러나 8일(현지 시각) 미 컬럼비아 특별구 연방항소법원 재니스 로저스 브라운 판사 등은 무신론자들의 주장이 “고려할 가치가 없다”며, 이를 기각한 연방지방법원의 결정을 지지했다.

뉴도우 등은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뿐 아니라 전임 대통령들의 취임식과 관련해서도 같은 내용의 소송을 두 차례 제기했다가 이번과 같이 기각당한 바 있다.

브라운 판사는 판결문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을 문제 삼기로는 시기가 너무 늦었다”며 “그의 취임식에서 이뤄진 기도와 기독교적 선서가 합헌적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원고 측에는 중요한 문제일 수 있겠지만, 연방법원에서 다뤄야 할 현안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뉴도우 등은 대통령 취임식에서의 기도와 종교적 선서가 정교 분리를 명시한 연방헌법 수정헌법 제1조에 위배되며, 특정 종교에 대한 전도 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브라운 판사는 “취임식에 어떤 요소를 포함시킬지는 대통령 또는 대통령 당선인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며, 그 어느 누구에게도 권한이 없다”는 점을 확인하는 한편, “취임식에서의 기도와 종교적 선서는 전도 행위라기보다는 미국의 역사와 전통에 뿌리를 둔 표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 향후 차기 대통령들의 취임식과 관련해서도 소송이 제기되는 일이 없도록 판례를 세웠다.

2009년 1월 20일 거행된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에서는 미국 보수 교계와 진보 교계의 대표적 인물인 릭 워렌 목사와 조지프 로워리 목사가 기도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에이브라함 링컨 대통령이 취임선서 때 사용했던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했다.

1789년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이래로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식에서 전통에 따라 성경에 손을 얹고 하나님의 축복과 도움을 구하는 선서를 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