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 년 전 어린이날 나는 서울 운동장 육상경기장에서 서울에 있는 국민학생들의 매스게임에 끼여 처음으로 이승만 대통령 내외를 지근거리에서 보았다.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란 동요에 맞추어 곤봉체조를 하였는데 검은 반바지에 흰 셔츠 그리고 흰 운동모의 어린아이들이 운동장을 가득 메워 당시로서는 장관을 이룬 풍경이었다.

전후 핍폐한 수도 서울은 살아남기위한 어른들의 치열한 또 다른 전쟁이 벌어져서 아이들을 돌 본다는 것은 거의 사치에 가까운 때였다. 요즘같으면 대통령앞에서 매스게임을 한다면 부모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을 것이지만 그때는 누구라 할 것 없이 친구들과 삼삼오오 마포에서 떠나는 전차를 서대문에서 타고(나는 미동국민학교를 다녔다) 종점인 서울 운동장까지 가야했다. 돌아오는 길에 삼각비닐봉지에 담긴 쥬스를 마시면서 얼마나 행복했는가!

한 없이 가난했지만 한 없이 행복한 소년시절이었다. 깜부기를 훓어 입이 새까맣게 되도록 먹어도 배탈한번 나지 않았고 명주알같은 들 풀을 벗겨내면 하얀 실같은 먹거리가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개구리 뒷다리를 구어 소금을 약간 뿌리면 그 고소한 맛은 일품이었고 논 메뚜기를 후라이 팬에 튀겨내면 그 어떤 과자가 필적할 수 있을까! 이렇게 보면 자연의 아이들로 자라는 것이 진정한 행복한 자녀가 아니겠는가 생각된다.

삼십중반에 접어든 아들에게 가장 행복한 때를 물어보면 서슴없이 명일동 뒷논에서 올챙이 잡던 때라고 말하니 부전자전이다. 얼마전 이키히토(明仁) 일본 국왕의 손녀인 아이코(愛子) 공주가 남학생들의 '난폭한 행동'이 무섭다며 등교를 하지않고 있다고 일본 궁내청이 밝힌 일이 있다.

가큐슈인(學習院) 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아이코 공주는 같은 학년 남학생들로부터 난폭한 행동을 당했다며 심한 불안감과 함께 복통을 호소하였다는 것이다. 소위 이지메를 당한 것으로 보이는데 온실 속에 과보호로 자란 이 소녀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시련이었을 것이다. 굳이 닉부이지치나 오토다케 부모를 들먹이지 않아도 과보호로는 자녀들을 행복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현대처럼 가족계획이 철저히 시행된 시대는 다시없었다. 가족계획의 결과 아이들은 부모들의 맹목적 사랑으로 버룻없이 자란다. 물질적으로 풍요한 유년 시절을 보내지만 결코 행복한 자녀로서의 훈련은 받지 못한체 응석받이로 성장한다. 그런 까닭에 이기적 청춘남녀들로 이 세상은 만원이며 이혼률도 점점 높아지고 자녀를 출산하는 경우에도 어떻게 행복한 자녀로 키우는지에 대하여 무지하다. 자신이 자라온 것처럼 똑같이 과보호와 풍성한 물질투자 교육이 최선인 줄 아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에서 각박한 도시생활을 접고 자녀들과 귀촌(歸村)하는 가정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의 자녀들로 키우는 것은 행복한 자녀들로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