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웰밍톤 전투로
넬슨제독 전선(戰船)에 마침내 끌려올라 선
나폴레옹 호기 숨통 끊긴 적장(敵將) 앞에
오히려 정렬해 서 있던
승전(勝戰)의 군대가
나폴레옹 향한 경의 표했다는
남산초등학교 선생님 어느 이야기 시간
이유만으로 만 아니라

남산 아래에서의 필동 집, 살 때의
해방 직후로부터
형이 연필로 노트 장 뜯어 그려 놓은
넬슨제독을, 맘 담아 두었던 때가 있었다.

그의 없어진 팔 하나가
왜 그다지, 더 더욱 멋졌는지,
어딘가 언제나, 이지러지고 모자라 진 아픔 때문에
따스한 마음이 더 갔던 것이었을 가

여기 테임스강
젖은 구름 감도는
높다란 치솟은 광장 탑(塔) 위, 동상이
그의 존경 받는 영국인들 얼굴들로
겹쳐진 모습으로
피부에 닿을 때

골목 하나 돌아
그 이름 안고 누운다리 위에서도
발걸음 멈춰
잠시 숨결을 다듬어 본 다

구름 무겁게 감싸인 거리
지나 온 전장(戰場) 터의 포성(砲聲)과 상처들을
목마른 내 생애 속에 닿지 못 할
구름 위 페이지로 넘기면서
위대한 한 영웅의 그림을
엷게 스케치 해 본다.

<지금의 나그네 하나가, 어렸을 적 남산 집 창가에서
형이 그려 놓은 노트장 나폴레온 연필그림 한 장 손 위에 들어
보고서 지금 내, 맘에 맴도는 한 영웅과, 그 때 겹쳐서 남산 초등학교
이름 잊은 선생님의, 승전의 한 손 없는 넬손제독 군대 영웅담을,
런던 거리로 지금 찾아와서, 얇은 안개 낀 광장 하늘 구름 아래 동상
탑 위를 올려다보면서, 지난날의 멀어 간 이야기를 머리에 그려 보고 있
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