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저녁 고별 예배, 수요일 오전 발인 예배와 하관 예배를 통해 우리는 고 양승길 장로님에 대한 이별 의식을 마쳤습니다. 공식적인 통계 수치는 없으나, 화요일 저녁에 운집한 조문객의 수는 우리 교회 59년 역사상 가장 많았을 것이라고 합니다. 신문에 부고를 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안해 보면 더욱 놀라운 일입니다. 장로님이 어떻게 사신 분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지만, 모든 일이 은혜 중에 진행된 것은 장로님을 사랑하는 분들이 자원하여 일을 거들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숨어서 봉사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미 알려 드린 것처럼, 장로님께서는 돌아가시기 전, 저에게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아내이신 홍춘혜 장로님도 그 자리에 계셨습니다. 양장로님은 쉰 목소리로, 그 전부터 돌아가실 때 교회에 사랑의 표를 남길 생각을 하고 계셨는데, 그 때가 생각보다 일찍 왔다고 하셨습니다. 그러시면서, 당신을 위해 들어오는 조의금에 당신의 헌금을 합쳐서 10만 달러를 만들어 바치겠다고 하셨습니다. 멕시코의 나다니엘 센터를 확장하여 기독교 학교로 만드는 건축비로 그 헌금을 써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막상 임종을 앞에 두고 있는 분으로부터 이런 말씀을 들으니, 무어라고 대답해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습니다. 마음 속으로 장로님의 교회 사랑에 대해 그리고 하나님 사랑에 대해 감탄할 따름이었습니다. 장로님의 유언에 따라, 나다니엘 선교관에 대한 2차 건축이 시작될 때까지 교회 안에 ‘고 양승길 장로 추모 기금’을 설치하겠습니다. 그 때까지, 양장로님의 뜻에 동참하기를 원하시는 분 혹은 장로님께 사랑을 표현하기를 원하시는 분들은 언제라도 헌금으로 동참하시기 바랍니다. 체크나 헌금 봉투에 ‘고 양승길 장로 추모 기금’이라고 쓰시면, 전액 그 일을 위해 사용될 것입니다.

요즈음 우리 교회 안에서 이같은 미담이 자주 생겨나고 있어서 감사합니다. 얼마 전에는 김웅수 장로님께서 홀로 계신 어른들을 위해 써 달라며 25만 달러를 기부하셨습니다. 그로 인해 5월부터 홀로 계신 어른들을 위한 코이노니아 사역이 시작됩니다. 살아계실 때, 양장로님은 이같은 일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역설하곤 하셨는데, 당신의 말에 책임을 지셨습니다. 이같은 결정을 하시면서, 양장로님은 그와 같은 일들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하셨을 것입니다.

장례식에서 양장로님의 따님인 윤희(Christie) 양이 한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인생의 성패는 얼마나 벌었느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주었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예수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행 20:35). 이 진리를 믿는다면, 한 없이 쥐려고만 하는 이 세상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은 이방인이 되어야만 합니다. 과연, 나에게는 기꺼이 이방인이 될 믿음이 있습니까? (2010년4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