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리세이드장로교회 당회원들은 25일 3부 예배 후 전교인 간담회를 통해 교인들에게 "초유의 사태를 안정화시키고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당회의 입장을 밝혔다.

1년여간 빚어오던 최정훈 목사와의 갈등은 올해 초 최 목사의 공개사과 등으로 사그러지는 듯 했다. 그러나 4월 18일 최정훈 목사는 설교를 통해 돌연 사임할 것을 선언했다. 그 일주일 전인 11일 최 목사는 당회와 만남을 갖고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당회는 전교인 간담회 후 자세한 심경을 전했다. 다음은 그 내용이다.

자성하면서 이 기간을 가려고 한다.

최 목사님이 밝힌 사임 이유는 '비전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이유는 다른 것이다. 전통적인 교회 토양을 고려하지 않은 셀 목회가 시작된 것이 주된 이유다.

우리 교회는 1982년에 세워진 후 '구역'을 운영해왔다. 지금까지도 구역이 존재한다. 최 목사님은 '셀' 운영을 제안했다. 2년여 전 부터 구역과 셀이 동시에 운영됐다. 셀 모임은 일주일에 한 번씩 꼭 가져야 했다. 반면 구역은 한 달에 한 번 예배를 드리면서 모임을 가졌다. 나이드신 분이나 교회에 오래 다닌 분들은 주로 구역모임을 가졌고, 젊은 분들이나 새로온 신자들은 셀 모임을 가졌다. 그러다보니 서로 공감대 형성이 안되고 거리가 생겼다.

성도들이 셀 모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셀 모임이 커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방향이 달라진게 아닐까.

당회와 성도들은 '전 교인을 아우르는 목회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최 목사님은 셀 목회를 주장하셨다. 기존 구역 모임이 있었지만 구역은 신경쓰지 못하셨고 셀에 집중하셨다. 당회나 성도들은 셀 목회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셀 목회가 시작됐다. 나중 되어서야 다른 교회들의 경우를 살펴보니 당회나 성도들이 충분히 이해했을 때 셀 목회를 시작하는데 반해 우리 교회에서는 급격하게 시작됐다.그러다보니 목사님이 전 교인을 살피지 못하셨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목사님께서 '잘 살피도록 하겠다'고 하셨는데, 내면에서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셨는지, 3개월만에 사임 의사를 밝히셨다.

목사님께서는 고별설교를 통해서도 이야기하셨지만, '비전이 달라서' 교회를 사임하셨다고 했는데, 이것이 하나의 정설이 되는 것 같아 안타갑다.

전통적으로 유지되어왔던 토양이 있는데 존재해있던 교회와 부임해 온 목사님의 비전이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다. 슬기롭게 서로 맞춰가야 하는 것 아닌가. 교회를 조화롭게 이끌어나가는 것은 목회자의 책임이다.

오랫동안 구역 모임을 가져왔던 교회가 갑자기 셀 모임을 한다고 하면 젊은 사람들은 금방 따라갈 수 있다. 그런데 반 이상을 차지하는 교인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2/3가량 되는 교인들은 목자 없는 양떼와 같이 떠돌다가 수시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최 목사님에게 당부한 것이 세 가지였다.

첫째는 돌봄 받지 못하는 구역 모임을 위해 프로그램을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셀 모임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셀 모임이 필요하다. 지금도 셀 모임은 계속되고 있다. 소외 받았던 교인들을 돌봐달라고 1년 이상 이야기해왔지만 소용이 없었다.

둘째는 셀 모임을 독립적으로 운영하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 목사님께서 셀 모임에 집중하시다보니까 셀 모임이 독립 교회처럼 운영하려는 움직임이 있게 됐다. 셀 모임을 하는 사람들이 선민의식을 갖게 된 것, 셀은 당회와 아무 관계 없으니 당회는 셀을 간섭하면 안된다고 배웠던 것 등 여러가지 상황을 보았을 때 셀은 사조직화 되어가고 있었다.

팰리세이드교회는 장로교회다. 장로교회 안에 당회가 있지 않은가. 당회가 해야 할 일은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렇지만 인사, 예산, 사업 계획 등 중요한 내용들이 당회 내에서 토의를 거쳐야 하는데 전혀 되지 않았다. 몇 번이나 당부드렸지만, 당회 결정사항, 셀 결정 사항이 따로 진행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셋째는 하지 않아야 할 이야기를 하신 것이다. 당회에서 몇 번 요청하니 간섭 받았다는 느낌을 받으셨는지, 작년 말 셀 리더들과 당회 모임에서 "개척 교회를 하겠다."고 말씀하셨다. 한 교회를 책임지고 있는 담임 목사님이 개척하겠다는 이야기를 한 것은 너무하신 것 아닌가. 교회가 크던 작던, 담임 목사님으로 청빙했으니 성도들은 교회를 잘 이끌어주길 바라고 있다. 그런데 공개적으로 '나는 이 교회를 그만두겠다. 개척을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들었을 때 성도들이 어떻게 생각했겠는가.

위 세가지 당부를 듣겠다고 당회에서, 예배 시간에 말씀하시기도 했다.

문제의 원인은 '비전이 달라서'가 아니다. 이런 일을 슬기롭게 이끌어가지 못한 책임을 호도하는 것이 안타깝다.

당회원들은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끝까지 노력했다.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11일 마지막 만남에서도 구역 모임과 셀 모임을 절충할 수 있는 목회를 해주실 수 없느냐고까지 여쭤봤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당회 뿐 아니라 공동의회에서 목회 관계 해소를 만장일치로 요구했던 교인들 역시 '구역 모임 참가자들에 대한 소홀함'을 토로하며 섭섭함을 나타냈다. 그리고 본인들을 이끌어 갈 새로운 담임 목회자가 하루라도 빨리 세워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한편 18일자로 교회를 사임한 최정훈 목사는 '레노바레 교회'를 개척, 뉴저지 잉글우드 FGS에서 모임을 갖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