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보다 덜 가진 것으로 쉽게 불평하는 세대, 그러나 들리지 않아도 보이는 것으로‘행복한’ 사람들이 있다.

어릴 때부터 청각장애를 앓아온 농인의 한 사람으로 강철해 목사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예배를 연합장로교회 에바다부에서 인도하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농아학교에서 일반학교로 전학해, 비장애인들과 함께 공부하며 장애를 이기는 훈련을 해왔던 강 목사는 이제 자신과 동일한 청각장애인을 위해 장애를 이기는 진정한 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설파하고 있다.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형제 3명을 기른 어머니는 “형제들을 모두 하나님께 맡기며 주의 종을 삼게 해 달라는 소원을 드렸다”고 한다. 강철해 목사의 친형인 강주해 목사는 한국 최초 농인 목사로 현재 부산 신흥교회 농아부 목사로 시무하고 있다.

다음은 이메일을 통한 강철해 목사와의 일문 일답.

-어떻게 목회자로의 부르심을 받았나?

어머니의 외가 증조부로부터 예수를 믿어 4대째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의 독실한 신앙과 끊임없는 기도에 영향을 받은 가운데, 제가 다녔던 국립서울농아학교보다 영락교회 내 농아부(현재 영락농인교회) 주일학교가 너무 재미있어서 주일날이면 형님을 따라 신나게 다니곤 했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농인 형제가 3명이 있습니다. 처음에 어머니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이,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하나님께 울며불며 원망했지만 어느 날 마음이 평온해 지셨고, 형제들을 모두 하나님께 맡기며 주의 종을 삼게 해 달라는 소원을 올렸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세계에서 유일한 농인대학교인 워싱톤 디씨 소재 갈로데 대학교에 유학하여 마침내 졸업을 눈앞에 두고 제 적성인 사회사업가가 되고자 사회사업 전공으로 대학원 진학을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의 소원이 머리 속에 떠오르고 큰형님이 청각장애인으로서 한국에서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농아인 교인 수가 많아 주목 받던 영락농아인교회의 부목사였습니다. 곧 최초의 청각장애인 담임목사가 될 형님을 보고 퍽 자랑스럽고 은근히 형님을 닮고 싶어하는 마음이 작용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신학교에 가라고 하시는 소명감을 느꼈습니다.

결국 신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부터 오랫동안 몸담았던 L.A.한인농아교회에서 전도사로서의 경험을 쌓은 후 뒤늦게 목사가 되었습니다. 그것도 미국에서 최초의 농인 목사가 탄생한 경사였습니다.

-청각 장애는 언제부터 앓게 되었나

어머님 말씀에 의하면 제가 어려서부터 청각이 떨어진 게 열병으로 인한 후천적인 장애도 있고, 체질이 약한 탓에 타고난 선천적 청각장애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다만 제 기억으로는 어머니의 말씀을 똑똑히 알아듣고 이해한 경우가 전혀 없습니다.

-장애를 갖게 되면서 가장 크게 변한 점이 있다면?

청각장애란 분명한 진단을 받고 국립서울농아학교에 입학했지만 시청각 언어훈련 시간에 저는 다른 애들보다 언어인지 능력이 뛰어나 선생님의 입 모양을 보고 따라 말했습니다. 그래서 늘 선생님께 칭찬을 받았습니다.

언어실력에 놀란 선생님께서 어머니와 상의한 결과, 저를 일반학교에 보내자는 데 동의하셨고, 결국 5학년 때 일반 초등학교로 전학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남의 입 모양을 알아차리고 또 말 잘한 것으로 일반학교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일반 세계에 들어서니 완전히 무지에 가깝고 일반 사람들과의 대화가 불통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일반 사람들이 말이 워낙 빠른데다가 입 모양이 작아서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울며 일반학교에 가기 싫다고 발버둥 쳤지만 어머니는 ‘농아학교에서 배우는 교육수준이 낮고, 일반 학생들과 어울리며 일반교육 수준에 따라 배우면 나중에 커서 사회에 나가서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위로하시며 달래주셨습니다.

이를 감수하며 일반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줄곧 일반학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 지루했던 학창 시절 동안 만일 제가 장기간 구화 하지 않았다면 입이 굳어지거나 어눌해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 경험이 현재 말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고 일반 세계에서 배우는 것에 눈뜨게 했던 유익이 있었습니다. 일반학교에서의 경험이 청각장애인으로서의 전환점을 맞게 해 준 것 같습니다.

때로 저 자신을 보면 농아인 반하고 일반인 반을 섞은 이중인격자처럼 보입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알게 모르게 농아 세계와 일반 세계를 연결시키는 가교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흐뭇합니다. 일반 사람들이 지닌 예의와 말하는 뜻을 농아인들에게 전달하며 설명하고, 한편에 농아인의 수어와 문화를 일반 사람들에게 알게 했으니 말입니다. 하나님이 저를 귀히 쓰셔서 말 잘하는 은사를 주셨으며 두 세계 간 대사로 세우셨음을 알고 머리 숙여 감사해마지 않을 수 없습니다.

-농인 목회라서 특별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이나 어려운 점이 있다면?

▲사랑한다고 수화로 말하고 있는 강철해 목사.
농인은 듣지 못하기에 눈에 의존하여 언어와 사물을 알아냅니다. 시각을 통해 머리 속에 각인시키고 이해하는 편이어서 완전히 깨닫고 이해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제대로 기억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요구됩니다.

일반 사람은 귀로 들으면 금방 깨닫고 기억할 수 있는지 모르지만 (제 개인적 견해지만) 농인이 완전히 이해하는 데는 약 10번의 반복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복음의 요점을 반복해야 농인의 기억을 돕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농인 목회에는 인내심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농인들은 자발적인 행동이 부족하여 뒤처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직도 농인의 머리 속에 “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사고방식이 뿌리 박혀 있어서 무슨 일을 하든지 아예 손 대지 않거나 나서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농인들에게 리더가 필요합니다. 리더가 모범을 보여야 그들이 따라 행동하게 되는 것입니다. 리더인 목사의 목회가 그런 점에서 힘든 것입니다.

또 한가지는 평소에는 괜찮지만, 일반 교인들이 함께 모일 때 가장 신경이 쓰이고 고민이 됩니다. 일반 사람들이 아직 수어를 모르는 경우, 억지로 말로 전달하면서 수어를 동시에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말을 하지만 못 알아듣는 경우도 있고, 수어 단어마다 해당하는 단어로 문장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반대로, 일반 사람은 말하는 단어마다 해당하는 수어를 머리 속에 골라 생각하느라 애쓰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동남부에서 개최되는 장애인 관련 행사는 어떤 것이 있나?

동남부에 사는 농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연합장로교회 에바다부와 같은 농아교회가 다른 곳에는 없고 저와 같은 농인 목사가 없다는 현실입니다. 물론 미국농아교회가 있긴 하지만 인종과 문화가 다르고 미국 수어를 구사하지 못하면 그 교회에 나갈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그런 그들을 초청해서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신앙수련회입니다. 이런 제 비전은 하나님의 인도하심 가운데 2008년 여름에 처음으로 실현되었습니다. 이른바 “미주동남부농인전도대회”라는 수련회입니다. 올해 여름 두 번째로 열리게 됩니다. 시일은 7월 23일(금)부터 25일(주일)까지 2박 3일간으로 다니엘 기도원입니다.

첫 회보다 이번에는 농인들이 더 많이 참가하기를 고대하며 위해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제 1회 미주동남부농인전도대회에서 강철해 목사와 친형인 강주해 목사(왼쪽)

-에바다 부의 사역을 소개해달라.

현재 에바다 부는 국내선교위원회 소속으로, 설교 수어 통역을 맡는 오숙경 협동집사와 설교 외 모든 순서 통역을 맡는 김해숙 집사 및 다양한 농인 및 일반인들의 도움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오후 5시30분부터 강철해 목사의 수어 성경공부도 진행됩니다. 주일예배가 끝난 후 오후 2시부터 30분 간 수어 찬양을 배우는 시간도 특별히 마련하고 있으며, 특별한 행사 때 수어찬양 특송이나 특별출연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에바다 수어교실이 있어서 기초반, 중급반, 고급반, 미국수어 기초반을 나눠서 교육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농사모(농아인을 사랑하는 모임) 가정공동체를 통해 건청인 도우미들과 농교우들이 함께 수어로 예배를 드리며, 식사를 하고 교제를 나누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① 일반 도우미들을 수어통역사들로 양성, ② 교회 안에 농인전용 공간을 마련해 준다면 예배실 외 다목적 전용실로 쓰며 미디어 도구를 장착하여 동남부 농인들에게 인터넷망으로 설교/성경공부 동영상을 보급할 기획, ③ 수어와 수어찬양을 배우는 교재용 CD를 제작, 보급화, ④ 동남부 중 텍사스와 플로리다에 뜻있는 도우미를 가정교회 선교사로나 한인교회에서 수고 할 수어통역사로 파송할 뜻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강철해 목사에 대한 추가 문의사항은 chulkang@comcast.net 로 연락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