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아름다움을 창조하셨고, 아름다움은 하나님을 표현한다! 이 말에는 누구나 동의하겠지만 신학과 미학의 대화라고 하면 왠지 생소하다. 4월 22일 한국기독교연구소(CSKC) 월례포럼에서 손호현 박사는 아름다움을 주제로 신학적 과제를 풀어가려는 노력, ‘신학적 미학’을 들고 발제에 나섰다. 그는 한국 예술신학의 창시자인 소금 유동식 박사의 제자로서 예술을 통한 하나님 탐구의 계보를 잇고 있다. 손 박사는 연세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에서 M.T.S., 밴더빌트대학교에서 Ph.D. 학위를 받았으며 <하나님, 왜 세상에 악이 존재합니까?: 화이트헤드의 신정론>, <인문학으로 읽는 기독교 이야기>, <아름다움과 악 1권-4권> 등을 저술, <기독교 구성신학>, <신학적 미학> 등을 번역했으며 연세대 신학과 교수를 역임한 바 있다.
이번 포럼에는 시카고신학교의 서보명 교수, 맥코믹신학교의 이재원 교수와 함께 인근 신학교의 유학생들과 관심있는 평신도 등 25명이 참석해 뜨거운 분위기 가운데 진행됐다.
손 박사가 발제한 ‘신학적 미학’이란 분야는 신학교에서 공부 중인 학생들에게도 아직 생소한 분야인만큼 손 박사는 조심스러운 태도로 접근해 들어갔다. 그에 따르면, 동양인, 특히 한국인의 종교 인식은 ‘미(美)’라는 관점과 직결돼 있다. 이는 유동식 박사가 말하는 ‘풍류도’와도 일맥상통한다. 서구 학자들 가운데 노드롭은 “서양은 사물을 이론적 요소를 통해 탐구하지만 동양은 대체로 미학적 요소를 통해 탐구해 왔다”고 했다. 서구 학자들이 말하는 동양의 종교는 자신들의 서구적 종교관과는 조금 다른 ‘미’적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는 말이다. 손 박사의 이런 접근은 “서구 학자들이 동양을 자신들의 관점에서 본 것일 뿐”이라 평가절하 될 수도 있고 “우리가 흉내만 내고 있는 서구식 종교관에 대해 서구로부터 ‘당신들은 우리와 다르다’는 일침을 받은 것”이라 반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손 박사 뿐 아니라 인도 철학자인 아난다 쿠마라스와미도 “동양인의 종교는 서양인이 종교라고 여기는 것과 가깝다기보다는 서양인이 미학이라 여기는 것과 가깝다고 볼 때 가장 잘 이해될 수 있다”고 한 바 있다.
미적 접근은 비단 동양의 방법론만은 아니다. 칼 바르트는 “신학은 모든 학문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학문”이라 했으며 에드워드 팔리는 현대신학을 비판하며 “신학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억상실증은 뿌리가 깊고 전지구적이다. 아름다움은 이제 신학의 중심이 아니라 주변에서도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손 박사는 “칸트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眞, 순수이성비판), 무엇을 해야 하는가(善, 실천이성비판), 무엇을 희망하는가(美, 판단력 비판)라는 주제를 자신의 철학적 과제로 삼았다”면서 “신학 역시 과거의 논리신학(眞), 도덕신학(善)과 함께 지금의 미학신학(美)은 나눠질 수 없는 유기체적 단계”라고 밝혔다. 그는 “가시관을 쓴 채 십자가에서 산산이 부서진 예수의 신성한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미학적 회심이 일어난 후에 비로소 도덕적 삶을 살 수 있고 이어 논리적 신학 고찰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렇게 신학의 기초를 ‘미’라는 요소에서 찾은 손 박사는 신학적 미학이 기초신학적 관점, 조직신학적 관점, 실천신학적 관점에서 기여할 수 있다고 봤다. 기초신학적 관점에서 미학은 타종교와의 대화, 현대문화의 분석, 기독교 토착화, 성서의 문학적 구조, 여성 인권 문제, 환경 문제 등 현대 신학이 처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해답을 줄 수 있다. 손 박사는 가톨릭 신자 최종태 전 서울대 미대 교수가 만든 마리아를 닮은 불상이 길상사에 세워진 것에 관해 “미학이 종교간 대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사례”로 꼽았다. 그는 “지금까지 교리적 차원의 종교간 대화는 양자의 대결을 불가피하게 했고 실천적 차원의 대화는 종교 신념은 감춘 채 현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연합에 불과했지만 미학적 대화는 서로의 아름다움을 존중해 주는 것”이라 말했다.
조직신학적 관점을 조명할 때, 손 박사는 영화 <밀양>을 소재로 꺼냈다. 그는 “영화 밀양이 구원론과 신정론에 관해 답을 주진 않지만 그 문제에 관해 신학적 고민을 진지하게 제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백치> 등 문학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악으로부터의 구원과 미의 문제가 ‘미학적 신정론’이 아닌가 질문했다. 그는 미학적 신정론이란 예술적 메타포와 미학적 가치의 도움을 통해 악의 문제라는 교리적 난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이며 아름다움이 악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변증하려는 신학적 미학의 한 분야라고 말했다.
실천신학적 관점에서는 “현재의 예배는 말씀과 찬송을 통한 ‘청각의 예배’지만 성만찬을 통한 ‘미각’과 ‘촉각’의 예배, 정교회가 하듯 향기와 분향을 통한 ‘후각’의 예배, 무릎의 기도에서 볼 수 있는 ‘몸’의 예배 등까지 고찰해 볼 수 있으며 한국 기독교 역사에서 나타나는 고대 한옥식 성공회 성당, 징소리를 통한 예배 개회 등 다양한 토착화 시도 역시 가능하다고 봤다.
손 박사의 발제를 마친 후, 참석자들은 “역사적으로 볼 때, ‘미’가 지배 이데올로기를 합리화시키는 데 사용된 사례가 많은데 신학은 미학과 대화함에 있어서 진정한 ‘미’가 무엇인지 규정해 줄 필요가 있지 않은가”, “미학이 신학적 질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답을 주진 못하지 않는가”, “신학적 미학이 말하는 ‘미’가 도대체 무엇인가” 등 다양한 질문과 반론이 오고 갔다.
한편, 손 박사는 현재 시카고에서 60마일 가량 떨어진 일리노이주 워터맨시에 소재한 백인교회인 워터맨연합감리교회에서 목회하고 있다.
이번 포럼에는 시카고신학교의 서보명 교수, 맥코믹신학교의 이재원 교수와 함께 인근 신학교의 유학생들과 관심있는 평신도 등 25명이 참석해 뜨거운 분위기 가운데 진행됐다.
손 박사가 발제한 ‘신학적 미학’이란 분야는 신학교에서 공부 중인 학생들에게도 아직 생소한 분야인만큼 손 박사는 조심스러운 태도로 접근해 들어갔다. 그에 따르면, 동양인, 특히 한국인의 종교 인식은 ‘미(美)’라는 관점과 직결돼 있다. 이는 유동식 박사가 말하는 ‘풍류도’와도 일맥상통한다. 서구 학자들 가운데 노드롭은 “서양은 사물을 이론적 요소를 통해 탐구하지만 동양은 대체로 미학적 요소를 통해 탐구해 왔다”고 했다. 서구 학자들이 말하는 동양의 종교는 자신들의 서구적 종교관과는 조금 다른 ‘미’적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는 말이다. 손 박사의 이런 접근은 “서구 학자들이 동양을 자신들의 관점에서 본 것일 뿐”이라 평가절하 될 수도 있고 “우리가 흉내만 내고 있는 서구식 종교관에 대해 서구로부터 ‘당신들은 우리와 다르다’는 일침을 받은 것”이라 반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손 박사 뿐 아니라 인도 철학자인 아난다 쿠마라스와미도 “동양인의 종교는 서양인이 종교라고 여기는 것과 가깝다기보다는 서양인이 미학이라 여기는 것과 가깝다고 볼 때 가장 잘 이해될 수 있다”고 한 바 있다.
미적 접근은 비단 동양의 방법론만은 아니다. 칼 바르트는 “신학은 모든 학문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학문”이라 했으며 에드워드 팔리는 현대신학을 비판하며 “신학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억상실증은 뿌리가 깊고 전지구적이다. 아름다움은 이제 신학의 중심이 아니라 주변에서도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손 박사는 “칸트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眞, 순수이성비판), 무엇을 해야 하는가(善, 실천이성비판), 무엇을 희망하는가(美, 판단력 비판)라는 주제를 자신의 철학적 과제로 삼았다”면서 “신학 역시 과거의 논리신학(眞), 도덕신학(善)과 함께 지금의 미학신학(美)은 나눠질 수 없는 유기체적 단계”라고 밝혔다. 그는 “가시관을 쓴 채 십자가에서 산산이 부서진 예수의 신성한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미학적 회심이 일어난 후에 비로소 도덕적 삶을 살 수 있고 이어 논리적 신학 고찰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렇게 신학의 기초를 ‘미’라는 요소에서 찾은 손 박사는 신학적 미학이 기초신학적 관점, 조직신학적 관점, 실천신학적 관점에서 기여할 수 있다고 봤다. 기초신학적 관점에서 미학은 타종교와의 대화, 현대문화의 분석, 기독교 토착화, 성서의 문학적 구조, 여성 인권 문제, 환경 문제 등 현대 신학이 처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해답을 줄 수 있다. 손 박사는 가톨릭 신자 최종태 전 서울대 미대 교수가 만든 마리아를 닮은 불상이 길상사에 세워진 것에 관해 “미학이 종교간 대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사례”로 꼽았다. 그는 “지금까지 교리적 차원의 종교간 대화는 양자의 대결을 불가피하게 했고 실천적 차원의 대화는 종교 신념은 감춘 채 현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연합에 불과했지만 미학적 대화는 서로의 아름다움을 존중해 주는 것”이라 말했다.
조직신학적 관점을 조명할 때, 손 박사는 영화 <밀양>을 소재로 꺼냈다. 그는 “영화 밀양이 구원론과 신정론에 관해 답을 주진 않지만 그 문제에 관해 신학적 고민을 진지하게 제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백치> 등 문학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악으로부터의 구원과 미의 문제가 ‘미학적 신정론’이 아닌가 질문했다. 그는 미학적 신정론이란 예술적 메타포와 미학적 가치의 도움을 통해 악의 문제라는 교리적 난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이며 아름다움이 악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변증하려는 신학적 미학의 한 분야라고 말했다.
실천신학적 관점에서는 “현재의 예배는 말씀과 찬송을 통한 ‘청각의 예배’지만 성만찬을 통한 ‘미각’과 ‘촉각’의 예배, 정교회가 하듯 향기와 분향을 통한 ‘후각’의 예배, 무릎의 기도에서 볼 수 있는 ‘몸’의 예배 등까지 고찰해 볼 수 있으며 한국 기독교 역사에서 나타나는 고대 한옥식 성공회 성당, 징소리를 통한 예배 개회 등 다양한 토착화 시도 역시 가능하다고 봤다.
손 박사의 발제를 마친 후, 참석자들은 “역사적으로 볼 때, ‘미’가 지배 이데올로기를 합리화시키는 데 사용된 사례가 많은데 신학은 미학과 대화함에 있어서 진정한 ‘미’가 무엇인지 규정해 줄 필요가 있지 않은가”, “미학이 신학적 질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답을 주진 못하지 않는가”, “신학적 미학이 말하는 ‘미’가 도대체 무엇인가” 등 다양한 질문과 반론이 오고 갔다.
한편, 손 박사는 현재 시카고에서 60마일 가량 떨어진 일리노이주 워터맨시에 소재한 백인교회인 워터맨연합감리교회에서 목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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