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동안에 코에서 분비되는 점액의 양은 대략 1 리터(liter)가 넘는다. 이 분비액이 비강에서 이동하는데 약 20-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며, 그 분비액은 코와 입 사이의 인두를 통해 위장으로 넘어간다. 쉽게 말하자면 건강에 좋지 않은 물질이 위장에서 박멸되면서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비정상적인 농성 점액의 콧물이 목으로 넘어가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더군다나 제대로 길을 찾아 넘어가야 하는데 제 길이 아닌 곳으로 가면 당연히 안 좋은 일이 생긴다.

물이 길을 따라 흘러가면 세상 만물을 윤택하게 적셔 주지만 물이 정상경로를 이탈하면 여러 면으로 큰 재앙이 따르듯, 이탈하는 콧물도 건강에 큰 장애를 주게 된다. 콧물이 코 뒤쪽인 비인강으로 넘어가는 것은 부비동의 통로가 비강 내의 중비도와 하비도로 열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성 축농증으로 부비동의 통로가 되는 비강 내의 중비도와 하비도가 닫혀 있다면 문제는 심각해 지는 것이다.

열려 있어야 하는 통로가 닫혀 있으니 콧물이 전면에 있는 비강보다는 후방에 있는 비인강 쪽으로 역류하여 코 뒤로 콧물이 흐르게 된다. 목구멍에서 콧물이 점막을 뒤덮으면 적절한 온도와 습도의 조절이 이루어지지 않아 건조한 느낌, 간지러운 느낌, 불쾌한 느낌, 기침 등이 나타나게 된다. 귀의 점액이 흘러나오는 이관이나 눈물이 빠져나오는 비루관을 자극하여 염증이 생기게도 한다.

예전에는 누런 코가 계속 흐르거나 코가 막히는 증상이 코 질환의 대부분으로 인식되었으나, 요즘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증상은 비염이나 축농증 환자들이 겪는 후비루에 의한 불쾌감을 들을 수 있다. 후비루는 단순히 코 질환의 문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관의 통로를 막아 중이염을 일으키기도 하고, 인두에서도 인두 점막에 가래가 달라붙어 점막의 분비 기능을 약화시키고 인두에 분포된 신경을 자극하여 기침을 일으키기도 한다.

환자들이 호소하는 만성적 기침은 알고 보면 코 질환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흔하다.

환자 중 기침이 심해 여러 병원을 잦았는데 의사로부터 콧물이 뒤로 넘어와 일으키는 증상이라는 설명과 치료를 받았다고 했는데, 문제는 좋아졌지만 숨이 가빠지고 고통스럽다는 것이었다.

기침이나 인후증상의 상당수는 뒤로 넘어가는 콧물이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단순히 기침 자체를 목표로 삼으면 안 된다. 기침은 단순히 이물질이 목에 걸린 것을 뱉어 내기 위해 나타나는 증상이지 그 자체가 질환은 아니기 때문이다.

노인 환자들의 기침은 목의 점액은 말라 있고 넘어가는 가래는 찐득찐득하므로 잘 흘러갈 수 있게 목을 부드럽게 하면서 콧물을 없애는 처방을 고려해야 한다. 한방 처방 중에 몸의 점액량을 증가시켜 목에 쌓인 이물질을 제거하거나 끈끈한 점액을 더욱더 미끈하게 돕는 처방을 기본으로 사용하고, 비염에 효과적인 약재를 가감하여 증상을 완화 시킬 수 있다.

문을 열지 않고서는 건물 안에 들어갈 수 없듯이 기관지나 폐의 출입구인 코로 세균이라는 도둑이 침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대문이 얼마나 튼튼한지가 중요하다. 이것은 호흡기 질환의 중요한 예방책이기도 하다. 노년기의 환자들이 감기 끝에 갑자기 폐렴으로 사망하는 경우를 종종 보면 코와 인후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