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내 딸아, 너의 기도가 높은 문지방을 넘게 했다. 암에 걸렸던 너의 아픔과 어둠이 나를 영성의 세계로 이끌어 주었다. 70 평생 살아온 내 삶이 잿불과도 같은 것이라는 것을 가르쳐 준 것이다.”

무엇이 그를 이성과 지성의 세계에서 영성의 세계로 떠나게 만들었을까

젊은 시절부터, 이어령 전 장관은 성경을 분석하며, 여러 가지 비판을 해 왔다. 자신이 노아라면 혼자 살겠다며 방주를 만들지 않았을 거라는 이야기나, 6.25 전쟁 때 신은 어디에 있었던 거냐는 이야기를 서슴지 않고 해 왔다. 하지만 싫다, 싫다고 하는 남자와 결혼하는 여자처럼, 관심이 없으면 비판도 하지 않았을 거라고 그는 말한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필자의 일기와 강연, 기사와 편지글로 이뤄져 있다. 세례를 받기 전 영성의 단계로 들어가기 직전 교토에서와 결정적으로 영성의 단계에 들어서는 하와이, 한국에서의 순서로 진행된다. 그리고 딸 이민아 님의 간증내용과 여러 언론사에서 인터뷰한 내용들을 정리한 글들도 함께 실려 있다. 이 글들은 모두 크리스천 이어령의 지성에서 영성의 길로 나아가는 과정과 영성의 세계에 들어오면서 과정과 그에 따른 솔직한 생각에 대해서 세세하고 기록하고 있다. 수많은 망설임과 내면의 솔직한 이야기가 글자 하나하나에 가득 담겨 있다.

필자는 교토의 연구소에서 일 년가량 지냈다. 아는 사람도 없고, 집으로 돌아와도 반겨주는 사람 없는 곳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면서, 때로는 방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깜짝 놀라기도 하고, 사람소리가 그리워서 보지도 않는 티브이를 켜놓고 책을 읽기도 했다. 그 외로움의 시간동안 필자는 몇 편의 시를 썼고, 하나님과 외로움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무리 채우려고 해도 채워지지 않던 마음의 ‘갈급’을 채우기 위해 하나님을 생각했다.

그리고 교토에서의 외로웠던 시간들이 지나고, 필자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도쿄에서의 간절함이 사라진 필자를 다시 하나님 앞으로 세워놓은 것은 딸의 병이었다. 아름다운 섬, 하와이에서 필자는 딸을 따라서 허름한 교회에 갔다.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이 행복해하며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과, 눈이 보이지 않으면서도 찬송을 부르고 성경을 읽는 딸의 모습을 보면서 처음으로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를 드렸고, 그 기도는 기적처럼 이뤄졌다.

저자: 이어령

최근작: <생각>,<한국의 명강의>,<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 총 122종
소개: 1934년 충남 온양 출생.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 중앙일보 상임고문,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1970년 문학사상 주간을 역임했으며, 올림픽 개폐회식 식전과 문화행사, 대전 엑스포의 문화행사와 리사이클관을 주도, 초대 문화부장관을 지냈다.

저서로는『흙속에 저 바람속에』『축소지향의 일본인』『디지로그』『젊음의 탄생』『생각』이 있고, 소설 『장군의 수염』『암살자』『환각의 다리 무익조』외 다수와 전집 『한국과 한국인』(전 6권) 『이어령 전집』(전 20권) 『생각에 날개를 달자』(전 12권) 『이어령라이브러리』(전 30권)가 있다. 『축소지향의 일본인』은 중국, 프랑스, 미국 등에 소개된 바가 있으며, 희곡과 시나리오로는 『기적을 파는 백화점』『세 번은 짧게 세 번은 길게』「사자와의 경주」외 다수가 있으며 2010년 <디지로그 사물놀이>를 기획, 공연을 했다.